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부상 투혼 '벤 호건' 기적의 1번 아이언샷

골프라는 스포츠가 시작된 이래 최고의 골퍼는 누구일까요?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제각각일 것입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팬들은 대부분 '타이거 우즈'라고 답할 것이고 1960-70년대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잭 니클라우스'를 첫손가락에 꼽을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골프의 샷은 드라이브샷, 그린을 향해 날리는 샷,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샷(벙커샷 포함), 퍼팅 등 크게 4가지입니다. 그런데 쇼트 게임을 제외하고 드라이브샷이나 아이언샷만 놓고 봤을 때 골프 전문가들은 이 사람을 최고의 '볼 스트라이커'로 꼽는데 이론이 없습니다. 그가 바로 2차 세계 대전 직후 미국 골프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슈퍼스타 '벤 호건'이었습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강한 정신력을 키우다

당시 호건은 이른바 '모던 스윙'으로 새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모던 스윙'은 운동 역학적으로 완벽하다는 찬사를 받았고, 호건은 현대 골프 기술의 창시자로 추앙을 받았습니다.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훈련과 노력으로 신기에 가까운 샷을 구사했는데요, 어떤 평론가의 과장된 표현에 따르면 왼손에 전화기를 든 채 오른손 하나만으로 송곳 같은 샷을 날릴 정도였습니다.

호건의 경이적인 실력 뒤에는 불우한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장장이였던 아버지가 자살하면서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해야 했던 호건, 원래 왼손잡이였던 그가 골프를 치기 위해 오른손잡이가 된 일화는 유명한데요. 왼손 대신 오른손을 사용하게 된 건 단지 오른손잡이용 채가 왼손잡이용보다 훨씬 싸다는 이유가 전부였습니다. 누구보다 가난했지만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던 호건은 완벽한 스윙으로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는데요. 하지만 그에게는 얼마 안 가 큰 시련이 닥칩니다.
 

최악의 사고, 절망 끝에 선 호건

스프 별별스포츠+
1949년 호건은 자신의 승용차에 아내를 태우고 운전을 하다 그레이하운드 버스와 충돌하는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는 충돌 직전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졌고, 결국 아내는 경상에 그쳤지만 호건은 쇄골, 발목, 골반, 갈비뼈가 모두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스프 별별스포츠+
호건은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더 이상 선수 생활이 불가능해 보였지요. 이로부터 16개월 후, 미국 최고 권위의 US오픈이 열렸습니다. 의사는 잘못되면 평생 목발을 짚고 다닐지도 모른다며 출전을 결사반대했습니다. 물론 호건도 고민을 거듭했지요. 하지만 그에게 골프 없는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은 호건은 대회 장소인 펜실베이니아 주 메리언 골프장으로 떠납니다.
 

극도의 고통 속 하루에 36홀

목요일과 금요일에 18홀씩 플레이했을 때만 해도 호건은 그런대로 버틸 만했습니다. 문제는 36개 홀을 하루에 돌며 강행군을 치러야 하는 토요일이었습니다. 발에는 붕대와 반창고를 감았고 진통제까지 먹었지만 뙤약볕 아래에서 약 13km를 10시간 동안 걸어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습니다.

마지막 라운드 12번 홀에 와서는 엄청난 통증이 그를 덮쳤습니다. 그린에 올라온 자신의 공을 집을 수조차 없어 캐디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요. 선두를 달리던 호건은 결국 12, 15, 17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추격을 허용하고 맙니다. 마지막 파4 18번 홀을 남기고 호건은 정신적 육체적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드라이브샷이 짧아 핀까지 223야드나 남았지요. 핀이 오른쪽 벙커 뒤에 꽂혀 있어 버디는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결국 호건은 이 홀에서 파를 해야 연장에 갈 수 있고 그렇게 하려면 사실상 두 번째 샷을 바로 그린에 올려야만 했습니다.
 

1번 아이언으로 메리언의 기적

스프 별별스포츠+
호건은 고민 끝에 골프채 하나를 손에 쥐었습니다. 그건 놀랍게도 1번 아이언이었습니다. 하도 어려워 '신도 칠 수 없다'는 1번 아이언을 잡은 호건. 1만 3천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도하는 심정으로 그는 1번 아이언을 휘둘렀고 공은 그린에 안착했습니다. 핀 12m 거리에서 호건은 2퍼트로 극적으로 파를 지켜냈습니다. 이 샷이 세계 골프 역사에 지금도 회자되는 '기적의 1번 아이언샷'이었지요.

호건은 최종합계 7오버파로 로이드 맹그럼, 조지 파지오와 동타를 이뤘습니다. US오픈 연장전은 규정상 1홀이 아닌 18홀을 다시 또 쳐야 했는데요.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하고 겨우 출전한 호건에게는 잔인한 형벌이나 다름없었지요. 하지만 호건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만신창이 몸을 이끌고 연장전에 나섭니다.

15번 홀까지 맹그럼에 딱 1타 앞선 선두,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통증은 참기 어려운 수위로 치달았고, 체력은 완전히 고갈됐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호건의 투혼에 감동한 걸까요? 기막힌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16번 홀에서 퍼팅을 하려던 맹그럼이 갑자기 뭐에 홀린 듯 공을 집어 든 것이지요. 공에 벌레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인데요. 맹그럼의 행동은 골프 규정에 따라 2벌타를 받게 되는 행위였습니다.

결국 호건은 맹그럼을 4타 차이로 제치고 극적으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습니다. 이른바 '메리언의 기적'을 만든 호건은 US오픈 우승 이후 매년 굵직한 대회들을 석권하며, 1953년에는 최고 전성기를 맞이하기에 이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스프 배너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