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초중고교 2천여 곳에 '학생 자살 징후 체크리스트를 적극 활용해달라'는 제목의 긴급 공문을 보냈습니다. 내용인즉슨 최근 조사에서 자살 학생 70% 이상이 정서행동특성 검사에서 '정상군'으로 나타났으니 교직원들에게 학생들을 별도로 세심하게 관찰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경기도교육청은 자살 예방 대책을 세우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지난해 자살한 학생들을 조사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50여 명의 자살 학생 가운데 70% 이상이 생전에 치른 정서행동특성 검사에서 고위험군이 아닌 '정상군'으로 나왔던 겁니다. 참고로 정서행동특성 검사는 자살 고위험군을 가려내 예방 조치를 하기 위해 교육부가 매년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검사입니다.
그런데 실제 자살한 학생 상당수가 이 검사에서 '정상'이 나왔다는 건 다시 말해 생전에 도움의 손길을 제대로 못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뜻합니다. 검사의 자살 예방 효과가 과연 있기는 한 거냐,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물론 이 검사를 통해 매년 2만 명 정도가 위험군으로 진단받고 심리 상담을 받고 있어 분명히 성과와 필요성은 있는 검사입니다. 하지만, 자살 학생 상당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급증하는 청소년 자살 현실 속에서 속수무책인 상황이어서 어떻게든 검사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걸음 더
학생 스스로 검사 문항에 답을 하고 그 결과는 부모에게 통보되는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속내를 100%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자살 원인이 가정 불화나 부모와 관련돼 있다면 검사에서 거짓응답을 할 수 있고, 어차피 말해도 도움이 안 된다는 절망감이 클수록 속내를 숨길 가능성이 큽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검사 문항이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위 두 문항에 대한 답을 통해서 '자살 고위험군'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직설적인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그렇다, 아니다로 답변하는데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겁니다. 미디어 의존도가 높고 사이버 폭력이 급증하고 있는 청소년 현실을 검사 문항이나 방식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의견도 있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