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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큐정리] "캡사이신에 살수차까지…" 6년 만에 다시 소환된 이유

[경찰 : 영장 없이 체포하겠습니다.]

천막 구조물을 놓고 경찰과 시위대가 엉겨붙었습니다.

[경찰 : 경찰에서는 불가피하게 이격용 분사기를 사용할 수밖에..]

캡사이신이 담긴 가방 분사기를 찬 기동대원들도 눈에 띕니다.

한 달 새 집회만 열렸다 하면 충돌이 반복되는 상황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 왜 이렇게까지 꼬인 걸까요.

지난달 16일과 17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지난달 1일 분신해 숨진 노조 간부 양회동 씨를 추모하고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집회입니다.

인도와 차량 통행이 제한됐고 일부 참가자들은 매트와 텐트를 깔고 길거리 노숙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경찰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윤희근 / 경찰청장 (5월 18일, SBS 8뉴스) : 이번 불법 집회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수사하겠습니다. 혐오감을 유발하는 야간 길거리 집단 노숙에 대해서도..]

또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는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민주노총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한상진 / 민주노총 대변인 (5월 18일, SBS 8뉴스) : 공안통치로 몰아가겠다고 하는 선언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

그런데 이 갈등, 판이 커집니다.

1주일 뒤 열린 국무회의.

[윤석열 / 대통령 (5월 23일, 국무회의) :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국민의힘도 새벽 0시부터 6시까지 심야에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겠다며 거들었습니다.

경찰은 더 바빠졌습니다.

빨간 조끼를 입은 집회 참가자가 바리케이트를 넘고 경찰이 체포하는 장면을 재연하는 훈련 모습까지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민주노총은 경찰과 또 충돌했습니다.

[ 집회 참가자 : 대통령이 헌법 위에 있는 거야? 잡지 마.]

2년 전부터 대법원 앞에서 진행해 온 야간 문화제인데 경찰은 이것도 불법 집회라면서 현장에서 3명을 체포했습니다.

"기존 집회 대응에 관대한 측면이 있었다"

윤 청장은 180도 바뀐 경찰의 입장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다음 집회에서는 캡사이신, 최루액을 준비한다며 수위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민주노총은 청계광장 주변에 예고 없이 양회동 씨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경찰과 또 한번 충돌했습니다.

분향소는 강제 철거됐고 4명이 체포됐습니다.

부상자도 나왔습니다.

[ 양경수 / 민주노총 위원장 (5월 31일, SBS 8뉴스) : 민주노총이 아무리 싫고 눈엣가시여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박탈하겠다는 발상은 경악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 소음에, 통행도 제한되면서 시민들은 불편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특정 시간에, 또 불법 집회를 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제한하는 건 위법의 소지가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불법 집회라는 명분으로 헌법까지 흔드는 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집회로 인한 피로감.

캡사이신 등장에 이젠 살수차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면서 시간을 6년 전으로 되돌린 듯한 모습입니다.

포스코 하청업체의 단체협약을 요구하며 7미터 높이 망루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간부가 경찰봉에 맞아 머리를 다친 이 사건.

공정한 법 집행인지 아니면 공권력 남용인지 여론의 판단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노동계와 정부의 유일한 대화의 자리는 기약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 갈등, 점점 암흑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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