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경계경보 발령 문자를 받은 시민들이 크게 놀랐는데요, 행안부와 서울시의 '오발령' 공방까지 나와 혼란스럽고 어수선했습니다. 특히 '오발령' 공방은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네 탓'하며 책임 공방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실제 상황이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행안부와 서울시의 문자 엇박자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오전 6시 41분)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 (행안부, 오전 7시 3분)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 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오전 7시 25분)
새벽잠을 깬 시민들이 44분 동안 세 번의 문자를 받았는데요, 불안한 상황에서 문자의 내용도 일관성이 없어 혼란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3건의 문자만 봐도 행안부와 서울시의 입장이 다른 걸 알 수 있습니다. 행안부는 서울시의 첫 문자, 즉 경계경보 발령이 오발령이라고 했지만 서울시의 문자에는 오발령이라는 표현이 아예 없습니다. 두 번째 문자에 '경계경보 해제'라고 돼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후 브리핑에서 "오발령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는데요, '오발령'이라는 행안부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두 기관이 혼란의 책임에 대해 네 탓 공방 벌이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발령' 공방 원인은 불명확한 교신
아침에 북한이 서해 방향으로 발사체를 쏘자 행안부가 백령·대청면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는데요,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때가 아침 6시 30분이었습니다.
지령방송을 보내고 받은 것까지는 행안부와 서울시의 설명이 일치합니다. 하지만 지령방송 가운데 '경보 미수신 지역'이라는 표현을 두고 완전히 다른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지령방송의 '미수신 지역'이란 백령·대청면 지역 중 기술적 결함 등으로 경보를 못 받은 지역"이라며 "지령방송이 오해의 소지가 크다면 17개 시도 중 왜 서울시만 오해했겠냐. 문구를 제대로 읽었어야 했다"고 서울시 탓으로 돌렸습니다.
행안부 입장에서는 서울시가 경보 발령 지역이 아니었는데도 경보를 발령했으니까 '오발령'이라면서 문자까지 보낸 거죠.
하지만 서울시는 '경보 미수신 지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고, 서울시도 경보 미수신 지역이어서 경계경보 발령했다고 설명합니다. 추가 확인을 위해 행안부 중앙통제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도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경보 미수신 지역'이라는 표현에 대해 행안부의 뜻과 서울시의 해석이 완전히 다른 겁니다. 말하는 사람과 들은 사람이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것과 비슷한 거죠.
서울시가 행안부 뜻과 다르게 해석했다는 것만으로도 지령방송 표현에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행안부가 사후에 설명한 대로 지령방송을 내리려면 '백령면 대청면 중 경보 미수신 지역은'이라는 식으로 명확해지죠.
더욱이 경계경보는 적의 공격이 예상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발령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해석해야 하는 표현을 내려보내면 현장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석의 여지없는 명확한 지침이 내려가야 하겠죠.
오세훈 "오발령 아니다"
오 시장은 "(담당 공무원이)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해 경계경보 문자를 발송했다", "북한이 서해상으로 로켓을 발사했을 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경보 발령한 것이다",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서해상으로 로켓을 발사했을 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경보 발령한 것입니다. 이번 긴급 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합니다.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시장은 경보 발령 책임자를 문책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런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 다소 과잉 대응을 했다고 문책 얘기가 먼저 나온다면 앞으로 실무 공무원들을 상당히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경위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시는 수도 서울의 시민 안전을 책임진 입장에서 위기 발생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신속히 판단해 '즉각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입니다. 적극적인 행정이었다는 거죠.
근데 오 시장이나 서울 공무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행안부의 '오발령' 문자에 대해 굳이 '경계경보 해제'라는 모순된 문자를 보낸 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오발령' 아니라면서 행안부와 기싸움하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경계경보 문자에 정보 더 넣어야
위급재난 문자의 내용이 그중 하나인데요, 아침에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경계경보를 발령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