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야구부 후배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프로야구 선수 이영하 씨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오늘(31일)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씨의 특수폭행·강요·공갈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정 판사는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일시·장소에 대한 피해자 진술이 객관적인 증거나 다른 야구부원의 진술과 배치된다고 봤습니다.
피해자 A 씨는 2015년 8월26일 부산 구덕야구장 덕아웃, 2015년 8월 말 또는 9월 초 이 씨의 자취방, 2015년 8월 초 학교 웨이트장 등을 피해 장소로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2015년 8월26일 일본으로 출국해 9월7일 귀국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정 판사는 자취방 동거인의 진술, 월세 송금 내역, 주민등록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주장하는 날짜 이전에 이 씨가 이미 방을 뺀 것으로 봤습니다.
'전기 파리채에 손을 넣게 했다'는 A 씨 진술의 구체적인 부분이 일관되지 않은 점도 고려했습니다.
그해 3월 이 씨가 다니던 선린인터넷고 야구부에서 폭행·성추행 사건이 불거졌고 경찰이 야구부원 40명을 상대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한 뒤 대대적으로 수사했지만 이 씨에 대한 신고는 없었던 점도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이 씨는 고교 야구부 후배를 때리거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노래를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씨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후배 A 씨의 신고를 받은 스포츠윤리센터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3일 이 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이 씨는 결심공판에서 "반성해야 할 부분은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며 "내가 좋은 선배는 아니었지만 법정에 설 만큼 나쁜 행동을 하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