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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안 받는데 계속 걸어 '부재중 전화' 남겨도 스토킹"

대법 "안 받는데 계속 걸어 '부재중 전화' 남겨도 스토킹"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휴대전화에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기는 경우도 스토킹 행위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 씨의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지난 18일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전화를 걸어 피해자 휴대전화에 벨 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한 행위는 실제 전화 통화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A 씨는 연인 관계이던 피해자와 돈 문제로 다툰 뒤 휴대전화 번호가 차단당하자 9차례 메시지를 보내고 29차례 전화한 혐의 (정보통신망법·스토킹처벌법 위반)로 기소됐습니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A 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지만 일부 공소 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갈렸습니다.

피해자는 A 씨의 전화를 한 번도 받지 않았고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 기록만 남게 됐는데 이를 형사처벌 대상인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였습니다.

1심 법원은 A 씨가 보낸 문자와 전화 모두 스토킹 행위라고 봤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아 부재중 전화 기록으로 남았더라도 피해자가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2심 법원은 그러나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긴 행위는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상대방 전화기에 울리는 벨 소리를 정보통신망법상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2005년 대법원 판례가 근거가 됐습니다.

그러나 2021년 10월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부재중 전화 기록이나 벨 소리를 남기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하급심 판례가 생겨났습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경우를 스토킹처벌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이번 판결에서 처음으로 명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송신되는 음향 자체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일 것을 요구하지만,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행위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말·음향·글 등을 도달하게 하면 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와 전화 통화를 원한다는 내용의 정보가 벨 소리, 발신번호표시, 부재중 전화 문구 표시로 변형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나타났다면 음향이나 글을 도달하게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전달되는 음향이나 글 등이 (그 자체로)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내용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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