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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사람이 없다" 조선업 발동동…외국인으로 해결되나 (풀영상)

<앵커>

최근 조선업계는 10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일할 사람은 턱없이 부족해서, 외국인 노동자로 급하게 일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조선소 현장을 정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정준호 기자>

울산의 한 조선사에서 베트남인들이 배관 절단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 교관들이 붙어 수치대로 정확히 잘라내는 법을 가르칩니다.

4주간의 교육 뒤 현장에 투입될 예정인데, 대부분 한국에 오기 전까진 용접이나 절단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네팔,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외국인 근로자를 교육하는 게 요즘 조선사들이 가장 신경쓰는 일 중 하나입니다.

[당테또안/조선업 취업 예정자 (베트남) : 조선업에 종사하는 것은 처음이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고 기량을 향상시켜서 우수한 기술자가 되고 싶습니다. ]

대형 LNG 선 건조가 한창인 현장.

지금 보이시는 게 LNG 선입니다.

한 척당 가격이 3천억 원이 넘는데, 지난해 전 세계 발주량의 70%를 국내 조선사가 수주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수년간 불황을 거치면서 지난 2014년 20만 3천여 명이던 조선업 종사자는 지난해 절반 이하인 9만 5천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조선업 단지에선 웃돈 주고라도 인력 빼내오는 쟁탈전이 일상일 정도입니다.

1만 4천 명 넘는 인력이 더 필요한데 방법이 없자, 결국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로 긴급 수혈하기로 하고 취업 비자 발급요건을 대폭 완화해줬습니다.

[김진국/조선업 협력업체 대표 : 가급적이면 내국인이 더 와주시면 더 좋겠고 지금 정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외국인분들이 과거보다 빨리 입국해주시는 부분은 상당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2025년까지 매년 외국인 5천여 명이 조선업에 배정되면 노동자 10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이 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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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외국인 노동자로 당장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조선 업계는 숙련공 자리는 국내의 젊은 인재들로 채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왜 젊은 노동자들은 조선업을 기피하는 건지, 정반석 기자가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정반석 기자>

15년 이상 조선소에서 일했던 숙련공 A 씨는 3년 전 화학 업체로 이직했습니다.

[A 씨/이직한 조선업 숙련공 : 임금 차이가 좀 많이 컸죠. (월급으로) 한 150만 원 정도 차이 났으니까, 안 돌아가죠. ]

위험한 근무환경을 보상받을 임금 수준이 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A 씨/이직한 조선업 숙련공 : (한 단이) 허리 높이인데 11단을 올라가서 작업해야 합니다. 로프 하나 가지고 그게 위험하죠. 같이 일하던 노동자가 떨어지는 것도 봤고. ]

조선업에 젊은 인력 유입이 끊긴 건 여전히 낮은 임금 수준 때문이 큽니다.

층층이 원하청 구조로 이뤄진 조선업에서, 원청 조선사들은 수주는 호황이라면서 과거의 누적 적자를 이유로 하청 업체의 공사 대금을 충분히 올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원청의 70% 이상으로 올리겠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진 불투명합니다.

이 때문에 관련 전공 학생들의 관심은 커지는데 아직 반신반의합니다.

[정재훈/한국폴리텍대학 : (노동) 강도가 셀 것 같긴 한데 그만큼의 보수가 있고 복지가 있으면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금운혁/한국폴리텍대학 : 작업 환경이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개선을 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을까. ]

조선업의 재해 비율이 제조업 평균의 3배가 넘는 상황,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개발 못지않게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한 투자도 늘려야 합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이상민, CG : 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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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정준호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Q. 외국인 근로자 대안 될까?

[정준호 기자 : 지금 외국인 숫자는 늘고 있는데, 숙련도를 높이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몇 년 뒤면 귀국을 하기 때문에 기술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겁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일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조선소 태국인 노동자 9명이 잠적했고 지난 2월에도 4명이 숙소를 무단이탈했습니다. 조선업 취업 비자 요건 완화가 불법 체류수단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Q. 기술력 유지 가능할까?

[정준호 기자 : 맞습니다. 지금 돈이 되는 고부가가치 선박과 친환경 선박 점유율은 한국은 떨어지고 중국은 상승 추세가 뚜렷합니다. 기술력에서 중국에 맹추격당하고 있는 겁니다. 이 조선사들은 수주량이 늘어도 대금 지급까지 시차가 있어 실적 개선이 제한적이라고 하는데 지금 원하청 간 임금 격차 해소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유럽 조선사의 경우 원하청 격차가 10~20% 수준인데 우리는 최대 50%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일단 젊은 인력이 조선업으로 눈 돌릴 수 있게 임금을 현실화해야 하고 또 기술 인재 서둘러 양성해야 합니다.]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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