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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국 연예인 중국 진출 줄 취소…반한 감정 심화

[월드리포트] 한국 연예인 중국 진출 줄 취소…반한 감정 심화
한·중 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정부·정치 영역 뿐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까지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습니다. 예정됐던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진출이 줄줄이 취소되는가 하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중국 내 접속도 차단됐습니다.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들 사이에선 '제2의 사드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 '한한령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정용화, 중국 예능 촬영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대표적인 사례는 가수 겸 배우 정용화입니다. 정용화는 중국 '아이치이'가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지난 17일 베이징에 왔습니다. 아이치이는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으로, 중국 내 3대 동영상 플랫폼 중 하나입니다. 정용화는 대학 신입생을 스타로 키우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 스타를 육성하는 선생으로 참여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용화의 출연은 돌연 무산됐고, 정용화는 촬영도 하지 못한 채 이틀 만인 19일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중국 당국이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시켰기 때문입니다.

취재파일용 사진(김지성)
▲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정용화

중국 당국이 내건 이유는 아이치이가 외국인 출연 절차를 어겼다는 것입니다. 베이징시 방송 감독 당국인 라디오TV국은 "외국 연예인이 중국 방송에 출연하려면 국가광전총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정용화에 대한 출연 신청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치이에 확인한 결과 정용화가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한다는 소식은 사실이 아니다"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개운치 않습니다. 베이징시 라디오TV국이 정용화 출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누군가'의 제보 때문이었습니다. '정용화가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하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이 SNS에 올라왔고, 베이징시 당국이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입장을 낸 것입니다. '누군가'의 신분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네티즌들이 당국에 신고한 것이 정용화의 출연 불발로 연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취재파일용 사진(김지성)
▲ 베이징 라디오TV국은 정용화에 대한 사전 출연 신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시켰다.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통상 당국과 구두 협의를 거쳐 사전 녹화를 진행한 뒤, 최종 방송 승인은 나중에 받는 게 관례인데, 이번엔 사전 승인 절차를 문제 삼았다는 것입니다. 아이치이가 당국과 구두 협의도 거치지 않고 정용화를 출연시키려 했을 리는 없다는 해석도 내놓았습니다. 중국 당국이 '정용화가 출연해도 좋다'고 구두 허락을 한 뒤, 한·중 관계가 나빠지고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심화하자 출연 불허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 SNS에는 '정용화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다'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는데, 조회 수는 2억 2,000만 회를 넘었습니다.

현아 · 비, 중국 음악 축제 · 예능 출연도 불투명


가수 현아와 비의 중국 진출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현아는 다음달 17~18일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현아 본인이 SNS에 "중국에 간다"고 밝혔을 정도니 현안의 출연은 확정된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주최 측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습니다. 중국 SNS에 현아가 등장하는 포스터가 올라오자, 주최 측은 "이 포스터는 악의적인 광고"라며 "공식 티켓 판매 플랫폼은 추후 오픈되면 공지하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뮤직 페스티벌까지는 20여 일 남은 상황. 티켓 판매 플랫폼이 오픈됐다거나 현아의 출연이 확정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25일까지도 현아 출연에 대한 당국의 허가가 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취재파일용 사진(김지성)
▲ 우한 뮤직 페스티벌 주최 측은 현아의 공연 여부 등에 대해 추후 공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수 비도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이었습니다. 비는 역시 중국 3대 동영상 플랫폼 중 하나인 '유쿠'가 제작하는 '이것이 바로 비보이다'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즌 6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비의 출연 허가를 받고 있는데, 허가가 나올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선 한류 제한령, 이른바 '한한령'이 풀리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2021년 영화 '오! 문희'가 중국에서 개봉된 뒤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들이 잇따라 공개됐습니다. 한국 게임 서비스 허가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련의 일을 계기로 '한한령'이 다시 강화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블랙핑크 공연에 간 중국 연예인들 '블랙리스트' 나돌아


반한 감정의 불똥은 중국 연예인들에게도 튀었습니다. K팝 그룹 블랙핑크는 지난 20일과 21일 마카오에서 월드투어 '본 핑크(BORN PINK)'를 가졌습니다. 이 공연은 암표가 기승을 부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안젤라 베이비 등 많은 중화권 연예인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관람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중국 SNS에는 블랙핑크 공연을 관람한 중화권 연예인들의 명단이 나돌기 시작했고, 이내 '매국노'라는 악플이 달렸습니다. 다름 아닌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진 건데, 명단에는 60여 명의 중화권 연예인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취재파일용 사진(김지성)
▲ 중국 SNS에 돌고 있는, 블랙핑크 공연을 관람한 중화권 연예인 명단

중국에선 네이버의 접속도 차단된 상태입니다. 사드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네이버의 카페와 블로그 등 일부 서비스가 막혔지만, 이번에는 네이버 접속 자체가 안 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가 막힌 건 처음입니다. 이런 현상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뿐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중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타이완 관련 발언 이후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곧 중국의 타이완 무력 통일 반대로 읽혀졌습니다. 타이완을 자국 영토로 여기는 중국은 타이완 문제를 핵심 이익 중 핵심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타이완 문제에 대한 간섭을 그 어떤 것보다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중국 내 반한 감정에 불을 지폈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중·한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한국이 깊이 인식하고 엄숙하게 대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관영 매체들은 한국에 대한 비난을 연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중국 내 반한 감정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위 당국자든 누구든 나서 새로운 물꼬를 터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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