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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언니, 오빠, 동생들, 마약만은 말아주세요"

[마약 팬데믹] ③ 16살 마약 중독자는 이렇게 말했다

스프 마약팬데믹 3편

12세, 13세 나이에 시작한 마약 투약

SBS 취재진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분석한 데이터에는 지난해 10대 마약 투약자들 사례가 있습니다. 가장 어린 마약 투약자는 초등학교 6학년, 만 12세였습니다. 이 학생이 투약한 마약류는 식욕억제제나 수면제 계통이 아닌, '하드 드러그'류 필로폰이었습니다. 단 한 명뿐인 게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2세, 13세 나이에 마약을 한 아이들은 더 있었습니다. '마약을 하기엔 너무 어리다'는 말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실제로 만 13세에 마약을 시작해 중독에 빠진 16살 학생을 만나봤습니다.

가정 폭력을 피해 도망친 '막다른 곳'

만 13세, 김은비(가명) 양이 필로폰을 투약한 나이입니다. 은비 양 이야기를 들은 대부분이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대체 왜? 어떻게?" 란 반응을 보입니다.

시작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가정 폭력을 당했던 당시 중학교 1학년 은비 양은 극단적 선택까지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결국 은비 양이 선택한 건 '마약'이었습니다. 은비 양은 "넷플릭스에 나오는 마약이라는 게 어쩌면 제 인생에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의지할 곳이 없던 은비 양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인터넷에 '마약'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호기심으로 접근한 온라인에는 은비 양을 노리는 '공급자'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마약을 구한 지 몇 시간이 안 돼 연락이 쏟아졌습니다. 랜덤채팅에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마약을 무료로 주겠다는 남성이 나타났습니다. 이 남성이 은비 양에게 필로폰을 투약했습니다.

'딱 한 번으로' 잃어버린 중학교 시절


스프 마약팬데믹 3편
찰나의 순간 '한 번'이 은비 양을 괴롭힌 건 2년 이상. 지금도 은비 양은 마약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은비 양은 처음 마약을 접한 뒤 6개월 간 머릿속에서 관련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6개월 뒤 은비 양은 또다시 마약을 찾았습니다. 그다음은 일주일이 되었고, 닷새, 사흘, 이틀까지 줄었습니다. 투약하는 양도 늘었습니다. 내성이 생긴 겁니다.

중학생이던 은비 양의 신체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피부 노화가 시작됐고 입안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동전 만한 구내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각성 효과로 잠은 이틀에 한 번씩 4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습니다. 결국 중학교 3학년이 스스로 '기억감퇴가 심각하다' 느낄 정도가 되어서야 멈출 수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어디 가려고 했지?, 휴대폰을 하다가도 뭘 치려고 했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그때 진짜 심각하다고 생각했어요."

결심 뒤에 '더 큰 고통' 찾아올 줄이야


마약중독자
일부 사람들은 마약을 끊는 '단약'의 행위를 단순히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은비 양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신체적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손을 떨기 시작했고 각성 상태가 풀리면서 빈혈과 저혈당 증상으로 갑자기 쓰러지는 일도 늘어났습니다. 이틀에 4시간만 잘 정도로 약 기운에 취해있다가 약물 효과가 사라지니 몸이 반응한 겁니다.

정신적 고통은 더 심했습니다. 은비 양의 팔에는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스프 마약 팬데믹 수정본(오전11시5분)
결국 단약 6개월 만에 또 약을 찾았습니다. 가족과 스스로에게도 좌절이 됐습니다. 겨우 마음을 잘 추스르고 다시 단약을 시도해 두 달째 이겨내고 있습니다.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인 학생이 보내고 있는 시간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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