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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백발의 홍금보가 돌아본 그 순간 "시간은 쏜살 같고 되돌릴 수 없다"

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Septet: The Story of Hong Kong)"의 '이 순간'

한 순간의 감동은 때때로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주형 논설위원의 '이 순간[The Moment]'은 영화 등 예술 작품 속의 인상 깊은 장면을 통해 작품이 관객과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다양한 앵글로 들여다보는 스토리텔링 콘텐츠입니다.
 
스프 더모먼트

하얗게 센 머리카락 사이로 사선으로 길게 난 두피의 상처가 드러납니다. 카메라가 천천히 뒤로 빠지면 왠지 낯익은 백발의 노인이 앉아 있습니다.

"시간은 쏜살 같고 되돌릴 수 없다"

이제는 완연한 노인이 됐지만 한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왕년의 쿵후 스타 홍금보입니다.

출처 : 콘텐츠판다
7인의 홍콩 영화감독이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는 1950년대 홍콩의 어느 건물 옥상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카메라가 붐 다운하면 이십여 명의 아이들이 다리를 벽에 기댄 채 늘어져 오수를 즐기고 있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한 소녀만 아래를 응시하면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망을 보고 있습니다. 아래층 사무실에서 쉬고 있던 사부님이 옥상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소녀는 부리나케 뛰어가 아이들을 깨웁니다.

"사부님 오신다!"

벌떡 일어난 아이들은 잽싸게 물구나무 자세로 돌아갑니다. 머리를 박박 민(남자의 경우) 이 아이들은 경극 학교 수련생들입니다.

아침 7시부터 12시까지 쉬지 않고 하는 연습과 30분씩 계속되는 물구나무서기는 많아야 10대 초반인 아이들에게는 사실 너무 고된 훈련입니다.

무협 영화가 인기를 끌던 과거 홍콩에서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경극 학교나 무술 학원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거의 학대에 가까운 영화 "패왕별희" 속 경극 수련만큼은 아니지만 홍금보의 어린 시절 무술 훈련은 매우 엄격하고 강도가 셌습니다.

출처 : 콘텐츠판다
옥상에 올라와 한참을 지도하던 사부는 큰형 격인 금보에게 아이들의 훈련을 맡기고 다시 쉬러 내려갑니다. 하지만 훈련이 지겨운 금보와 아이들은 꾀를 냅니다. 텀블링하는 박자에 맞춰 발소리를 내면서 훈련하는 시늉만 하는 것이죠.

사부님은 천장에서 울리는 발소리에 맞춰 아이들이 훈련을 제대로 하는지 파악하기 때문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어느 날 사달이 났습니다. 망보는 소녀까지 까무룩 잠이 들어버린 겁니다.

"일어나! 이 녀석!"
"죄송해요!"


옥상에 올라와 아이들이 자고 있는 모습은 본 사부는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큰형 금보가 결국 대표로 의자 위에서 물구나무서는 벌을 받습니다.

평소의 세 배인 한 시간 반 가까이 땡볕에서 벌을 받던 큰형 금보는 땀에 절고 팔이 후들거리다 미끄러져 떨어집니다. 떨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찧는 바람에 두피가 찢어져 피가 이마를 타고 흘러내려오는데, 금보는 생각합니다.

"땀이 왜 이렇게 뜨겁지?"

"어릴 때 제대로 안 해 놓으면 나이 들어 후회하게 된다"는 사부님의 얘기를 이해했기 때문일까요, 그저 매가 무서워일까요…

그날 이후 금보와 아이들은 달라집니다. 사부님이 안 계서도 쉬지 않고 연습에 매진한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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