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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김정은이 인정한 절대 충신, 그가 김정은에게 했던 말

현철해 사망과 김정은의 용인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9일 현철해 사망 1주기를 맞아 현철해가 묻힌 평양의 애국열사릉을 찾았습니다. 북한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김정은은 꽃 한 송이를 들고 강순남 국방상과 함께 현철해 묘소를 찾았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부하 직원의 사망일을 맞아 묘소를 찾은 것은 이례적입니다.

꽃 한 송이를 들고 현철해 묘소를 찾은 김정은
이례적인 것은 또 있습니다. 북한은 같은날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현철해 사망 1주기 추모대회를 열었는데, 김일성이나 김정일과 같은 최고지도자가 아닌 사람의 사망일에 대규모 추모식을 연 것도 이례적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이외의 사람에 대한 추모대회가 있었는지 통일부에 물어보니, 이번이 처음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보좌했던 현철해

도대체 김정은은 왜 이렇게 현철해에 대해 각별히 예우하는 것일까요?

현철해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를 모두 보좌했던 인물입니다. 김일성이 창설했다는 조선인민혁명군 대원의 아들로 1934년 태어나, 6.25 전쟁 당시에는 김일성 호위중대의 호위병으로 김일성을 보좌했습니다.

김정일이 이른바 '선군정치'를 내세울 때 김정일 주변 군부 3인방 가운데 한 명이 현철해였고,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김정은을 보좌하다 사망했습니다.

현철해는 사망 당시 조선인민군 원수였을 뿐 아니라 국방성 총고문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는데, 국방성 총고문은 김정은이 현철해를 위해서 일부러 만든 자리였습니다.

김정일 현지지도에 동행한 현철해
김일성 일가와 이렇게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충성을 다한 인물이기 때문에 김정은이 사망 이후까지 현철해를 예우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김일성 일가에게 충성을 다한 인물은 현철해 말고도 여러 명 있었는데, 왜 유독 현철해에 대해서만 김정은이 이렇게 특별한 대우를 하느냐는 것입니다.
 

현철해 기록영화 보니

김정은이 현철해에게 초특급 대우를 하는 이유는 북한이 현철해를 추모해 만든 기록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현철해가 사망한 뒤 '빛나는 삶의 품 – 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우리식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현철해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현철해의 모든 것이 종합돼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과 현철해의 인연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특히 주목해 볼 부분은 김정은 후계가 거론되던 시기의 현철해의 역할인데 기록영화의 주요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께서 개척하시고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 이끌어 오신 주체혁명 위업 계승의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한 그때, 현철해 동지가 심장 깊이 절감한 것은 우리 혁명은 오직 백두의 혈통으로만 이어져야 하며, 우리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의 장래 운명을 맡아주실 분은 수령의 혁명위업의 가장 충직한 계승자이신 김정은 동지 밖에 없다는 절대불변의 신념이었습니다."

"벌써 오래전부터 전사(현철해)는 김정은 동지께 스스럼없이 모든 문제를 아뢰이고 우리 혁명 무력의 천만대소사를 빠짐없이 보고 드리었으며, 무력기관에 장군님(김정일)께 올리는 모든 보고문건을 김정은 동지께 먼저 보고 올려 결론을 받는 사업체계부터 세워놓았습니다."

<조선기록영화 '빛나는 삶의 품-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 중에서>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현철해는 김정은이 어린 시절부터 좋은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후계가 거론되던 시기 누구보다 앞장서 김정은으로의 세습을 옹호했던 사람이 현철해라는 것인데,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김정은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 때입니다.

제3차 당대표자회 당시 김정은은 군 대장 칭호와 함께 새로 생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에 올랐습니다. 노동당에서 군을 지도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위원장은 김정일, 부위원장은 김정은이니 김정은에게 군권을 맡아보게 하면서 후계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김정일의 포석이 드러난 상황이었습니다.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 김정은 옆에 현철해가 앉아 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김정은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했던 모양인데, 김정은은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군대사업을 맡아보게 되었다고 축하한다는 말을 했지만, 그(현철해) 만은 그날 내 손을 꼭 잡고 몇 번이나 '이젠 됐습니다 이젠 됐습니다'라는 말만 하였습니다. 그때 남다른 그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조선기록영화 '빛나는 삶의 품-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 중에서>

의례적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이젠 됐습니다 이젠 됐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현철해의 모습이 김정은에게 어떻게 느껴졌을까요. 그 누구보다 김정은 세습을 지지했던 노간부의 충정이 다른 백 마디 말보다 김정은의 기억에 오래 남았을 것입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보면, 현철해는 다른 간부들보다 한 차원 높은 충성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김정은, 현철해 임종에 직접 운구도

조선기록영화 '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를 보면, 김정은은 현철해가 입원했을 당시 몇 번이나 병문안을 갔습니다. 특히 현철해가 세상을 떠날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찾아가 현철해의 임종을 지키는 모습이 영상에 나옵니다.

장례식 날에도 김정은은 직접 현철해의 운구를 했습니다. 부하직원의 운구를 최고지도자가 한다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현철해의 시신을 묻는 묘소에서 김정은은 직접 손으로 흙을 모아 관 위에 뿌리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가는 날까지 최고지도자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한 것입니다.

김정은은 현철해 장례식 때 직접 운구를 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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