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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살인 예고 현장'에 "학생이 들어가 보라" 한 경찰

<앵커>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글이 SNS에 올라와 경찰이 급히 출동했습니다. 그런데 여자 화장실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학생들한테 대신 화장실 수색을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지욱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그제(21일) 새벽 SNS에 올라온 한 게시글.

서울의 모 여대 화장실에서 '막무가내 살인'을 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지난 2016년 벌어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언급돼 있습니다.
새벽 SNS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는데, 그런데 이렇게 학교에 도착한 경찰은 현장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황당한 요구를 했습니다.

[화장실 수색 학생 : 제가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경찰 세 분께서 여자 화장실에 사람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셔서 몰카 같은 거 확인해 달라는 말씀이신 줄 알고….]

학생이 화장실을 살펴보는 사이 경찰은 화장실 문밖에 서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다고 말하자 경찰관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 고맙다고 한 뒤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친구로부터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이 출동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학생.

[화장실 수색 학생 : 정말 큰일 날 뻔한 일이었는데 왜 저한테 그런 일을 시키시는지 좀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모두 3명의 학생이 같은 부탁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용산경찰서는 "남경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 부득이 대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여경을 동원하지 않은 이유에는 "휴일 집회가 많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경찰관은 사람에 대한 위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화장실을 포함해 공개된 장소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정구승/변호사 : 남경이 살인 예고를 한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용산경찰서는 "해당 경찰관들의 행동이 미숙했다"면서도 "피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징계 절차 등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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