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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도 모르게 끝난 재판"에 법무법인 상대로 소송 냈더니…

권경애 변호사

학교 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던 권경애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패소한 사안이 알려지며, 피해를 배상받을 방법으로 권 변호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꾸준히 언급됐습니다.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기에, 고 박주원 양 어머니 이기철 씨도 권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지난한 법정 싸움은 불 보듯 뻔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해결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그런 지금 보도들을 보면 너무 한심합니다. 그냥 개인의 일탈로 끝나려고 하는 분위기인 거예요. 내가 또 그거 소송을 만약에 해요. 손해배상 소송하면 땡 바로 나오는 게 아니죠. 결과가 또 그게 1년이 갈 수도 있고 2년이 갈 수도 있고 질질 시간 끌어가고 나는 죽어가고."

-이기철 씨 (고 박주원 양 어머니, 4월 7일 인터뷰)-

실제로 지난 4월 시작한 권 변호사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아직 권 변호사에게 소장도 송달되지 못했습니다. 이사 불명으로 한 차례, 폐문 부재로 또 한 차례 송달에 실패했습니다.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7년 동안 법정 다툼을 해온 이 씨에게 또 한 번의 기약 없는 소송이 시작된 겁니다. 비슷한 사유로 조금 먼저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을 들여다봤습니다.

▶[단독] "나도 모르게 끝난 재판…변호사 때문에 유죄"

형사 사건 항소심에서 변호인이 항소 이유서를 내지 않아 항소가 기각 결정됐고 재항고했지만, 기각돼 형이 확정돼버린 사례입니다.

1심에서 하지 못한 증인 신문을 2심에서 해보고자 어려운 형편에도 사선 변호인까지 선임하며 재판을 준비했지만, 법정에 서보지도 못한 채, 재판이 끝난지도 모른 채 결과가 나버린 겁니다.

A 씨는 지난 1월 형사 사건을 맡았던 변호인이 속한 법무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소송의 대상이 된 법무법인 측은 2월 초 소장을 송달받고도 수 개월 동안 답변서 한 장 내지 않았습니다. 법원에서 최근 6월 2일 무변론 선고 기일을 잡자 그제야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위 사건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전부 부인하며 원고의 청구에 대한 피고의 답변은 추후 정리하여
구체적 주장 및 입증 자료를 담은 준비서면을 통해 원고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도록 하겠습니다."

- 피고 측 답변서-

최소한의 내용만 담긴 형식적 답변서인데, 법정에서 다투기도 전에 지게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짧은 답변서를 낸 겁니다. 미룰 수 있는 최대한 미루어 제출한 답변서 덕분에 소송을 낸 지 다섯 개월이 되도록 첫 변론기일은 정해지지도 않았습니다.
 

이처럼 법을 잘 아는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한다는 건 몇 배는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A 씨 측은 소송 구조 제도를 통해 변호인을 구해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었지만, 변호 과오 소송은 대개 변호사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끝나버린 재판을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는 점은 불성실한 변호로 피해 본 사람들을 더 허탈하게 합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불성실한 변호사 때문에 입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변호사를 상대로 한 소송전이 되지 않도록 법률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해 보입니다.

미국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효과적인 도움을 받을 권리'로 명시하고 불성한 변론으로 '효과적인 변호를 받을 권리'가 침해된 경우, 유죄 판결을 파기하기도 합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보장하고 있는 겁니다.

'불성실한 변호' 문제를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 사적 위임 계약 위반으로 취급해 변호사에 대한 징계나 손해배상청구의 문제 정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도록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 참고문헌
정한중, '효과적인 변호'를 받을 권리 ― 변호인의 성실의무 위반을 중심으로 ―, 서울法學 제23권 제1호,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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