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중국이 타이완 공격하면 4개 전쟁 동시발발?

확산되는 '4개 전선론'…한반도 전쟁 가능성도 언급

정영태 취재파일

"타이완 무력 통일에 나선다면 중국군은 4개 전쟁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국 SNS에 군사전문가의 분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확산되는 글의 제목입니다. 물론 중국 정부나 중국군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분석은 아닙니다. 이 글의 저자는 스스로를 중국의 한 군사잡지사의 편집인이자 20년 이상 국방교육에 종사해 온 무기 전문가로 소개하는, 둥팡디엔빙(SNS 명칭)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문 자체가 이 사람이 쓴 것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유사한 내용이 여러 인터넷 매체를 통해 조금씩 다른 버전으로 퍼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이완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타이완 언론도 이 글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방침에 크게 어긋나는 글이라면 SNS에서 차단 조치가 취해지는 일이 많은 중국에서 이 글은 사라지기보다 오히려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해군의 랴오닝 함공모함 전단 기동 훈련

첫 번째 전장은 타이완 해협…"무력통일 시도하면 한미일 모두 개입할 것"

이른바 '4개 전선론'은 현재 타이완 군과 비교해 중국군의 전력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타이완 섬을 점령하려면 대규모 상륙작전과 해공군의 전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 중국군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상륙작전 능력과 장비가 크게 향상됐다는 겁니다. 또 지난해 8월의 무력시위를 통해 중국군이 타이완 섬을 봉쇄할 수 있고 장거리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분석합니다. 그래서 중국군이 타이완 군을 상대하는 데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고 결론 내립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다만 중국이 경계해야 할 것은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국가들'이라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일본·한국이 모두 다양한 형태로 이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단 일본과 한국에 주둔한 미군이 움직일 수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미국의 행보로 볼 때 미군이 직접 전쟁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무기나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동생들을 내보낼 수 있다"면서 한국이나 일본의 타이완 지원을 염두에 뒀는데 "중국군은 여러 적과 함께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타이완 연례 군사훈련 참관에 나선 차이잉원 총통

두 번째 전장은 한반도에 있을 것이다

'4개 전선론'은 "중국군이 타이완 해협에서 공격에 나서면 한반도에서도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합니다. 북한의 핵무기 때문에 이미 한반도 정세가 긴장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만약 타이완 해협에서 실제로 충돌한다면 남한이든 북한이든 이번 기회에 충돌을 일으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수 있다"며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 "과거 한반도에서 중국이 싸운 건 미군이 중국의 집 앞에 주둔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는데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한반도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과거 6.25 전쟁 때처럼 중국군은 또다시 개입하지 않을 수 없고 중국 동북부에 배치된 수천 대의 탱크와 전투 차량이 북한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세 번째 전장은 남중국해, 네 번째 전장은 인도-중국 국경

'4개 전선론'은 세 번째 전장으로 남중국해, 네 번째 전장으로 인도-중국 국경지역을 꼽고 있습니다. 먼저 남중국해는 난사군도(영문명 스프래틀리 군도)를 둘러싸고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등 여러 나라가 영유권 분쟁으로 얽혀 있는 지역입니다. 남중국해는 석유 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주요 해상 교역로이기 때문에 각국이 섬에 군대를 파견하고 기지를 건설하려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4개 전선론'은 "만약 타이완 해협에서 충돌이 일어난다면 이 틈을 타 다른 나라들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들을 침범할 수 있다"라고 분석합니다. 특히 남중국해를 중시해 온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보내 무력시위를 하면서 중국군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타이완 무력 통일을 방해하려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 SNS에 정리된 남중국해 분쟁 개념도

네 번째 전장인 인도-중국 국경은 이미 여러 차례 군사적 충돌이 벌어진 '화약고'입니다. 2020년에는 갈완 계곡 지역에서 양측 군인들이 몽둥이와 돌을 들고 싸워 인도군 20명이 사망하고 중국군 수십 명이 다치거나 숨지기도 했습니다. 양국의 국경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그 뒤로도 소규모 충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4개 전선론'은 "인도는 중국을 최대 라이벌로 여겨왔다"면서 "타이완 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이를 틈타 국경지역에서 인도가 도발을 감행하거나 인도양에서 중국의 해상 보급로를 위협할 수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4개 전선론'의 결론은?…"충분한 준비가 필요한 난제"

'4개 전선론'은 여러 가지 버전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결론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사용하는 용어와 표현도 조금씩 다릅니다. 다만 결론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타이완 무력통일은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일단 인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타이완 무력 통일에 나서면 중국군은 동서남북에서 4개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할 수도 있고 군사적 어려움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정영태 취재파일

타이완과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인도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고,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된 베트남, 필리핀 등의 동향도 체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보수집과 분석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도 결론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내용입니다.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전 삼국지를 인용해 설명한 글도 있습니다. 다섯 갈래 길로 촉나라를 공격하는 위나라, 오나라 연합군을 제갈량이 앞선 대비와 지략으로 여유 있게 물리쳤다는 고사가 그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4개 전선론'이 중국 인터넷 보안 당국의 차단 조치를 받지 않고 최근 계속 퍼지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왜 작은 섬 하나도 단번에 점령하지 못하느냐?'는 강경론과 '굳이 전쟁까지 감당해야 하느냐?'는 온건론을 모두 다독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 '중국에게 타이완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제이지만,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인 만큼 '국력을 더 키우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내부 결속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바이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