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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세, 모텔, 필로폰…못다 핀 꽃들은 그렇게 무너졌다 (풀영상)

<앵커>

저희는 오늘(22일)부터 매주 연속 보도를 통해 우리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최근 급격하게 마약에 빠진 실태를 짚어보고, 그 원인과 대안을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그 첫 순서로 먼저,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10대 마약 투약자들의 통계 자료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배준우 기자, 배여운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배준우·배여운 기자>

[펜타닐이 몸에 안 들어오면 시체가 돼요 그냥.]

지난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된 10대 마약 감정 건수는 1천290건, 이 가운데 양성으로 확인된 투약자는 290명입니다.

SBS가 국과수와 함께 이들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10대 여성의 투약 경향입니다.

각성제로 분류되는 마약 비중이 남성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1위는 메트암페타민.

즉, 필로폰입니다.

3위와 4위의 펜타닐과 엑스터시도 각성제 마약입니다.

이에 반해, 남성은 진정제 마약인 벤조디아제핀류가 가장 많았습니다.

성별 분석에서 특히 주목되는 지점은 마약 시작 연령대입니다.

중학생 나이 이하에서 여성 투약자가 남성보다 2배나 많았습니다.

[천영훈/인천 참사랑병원장 : '약 주겠다. 용돈까지 얹어주겠다.' 여성을 성적으로 이용해 먹는 집단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여성 중독자들이 약을 끊어가기가 사실 더 어려운 측면들이 있어요.]

10대 마약 사건에서 많이 나온 단어를 시각화해 봤습니다.

주사기, 패치, 가루 등 중독성이 강한 투약 방식이 눈에 띕니다.

투약 장소로는 모텔, 노상이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배'라는 특이한 단어도 도드라졌는데, 실제 마약 성분이 든 '환각 버섯'을 재배해 유통한 10대가 검거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천영훈/인천 참사랑병원장 : 최근에 '너는 꿈이 뭐니?' 그랬더니 '저는 사람들한테 양질의 마약을 공급하는 정직한 딜러가 되고 싶습니다.' 진지하게 그 얘기한다니까요.]

투약자가 급증하는 구간대는 고교 연령대부터입니다.

전체의 80%를 차지한 이들에게서는 대마, 케타민은 물론이고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에 코카인까지.

이른바 5대 마약 검출만 200건 이상이었습니다.

[김선춘/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연구소장 : 10대들의 파급력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거예요. 그들은 또 다른 수요자이자 공급자가 될 거고요. 그들이 20대가 되고 그 상태로 30대가 된다면 고스란히 재앙이 될 겁니다.]

적발된 투약자 중 가장 어린 나이는 만 12세로, 초등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김선춘/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연구소장 : 드러난 게 그 정도지 더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죠. 마약은 보통 한 30배까지를 보거든요. 짧은 순간의 쾌락이 긴 고통으로 온다. 악마와의 거래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악마와의 거래다 이렇게.]

(영상취재 : 김세경·조창현·이용한, 영상편집 : 이소영, CG : 서동민·서승현·강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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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취재진은 1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처음 마약에 처음 손을 댄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마약에 손대면 인생이 망가진다는 것만 알았으면 좋겠다는 게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어서 여현교 기자입니다.

<여현교 기자>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만 13세 때부터 마약을 접한 김은비 양.

당시 힘들었던 가정환경에 SNS를 통해 마약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은비 (가명)/10대 : 그때 당시 제가 많이 힘들었어서 이거라도 하면 좀 기쁨이 오지 않을까..]

채팅 어플에서 마약을 찾자, 제공하겠다는 연락이 쏟아졌고 실제로 만난 한 남성이 필로폰을 건넸습니다.

그 한 번으로 일상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김은비 (가명)/10대 : (두 번째 하기까지는 얼마 걸렸어요?) 6개월이 걸렸어요. (그 후) 3일, 5일, 이러다가 3시간, 5시간, 1시간.. 이렇게 됐어요. LSD랑 코카인 헤로인 펜타닐 4개 빼고 다 해봤고요.]

2년 뒤 몸은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고, 심각한 기억상실 증상까지 왔습니다.

[김은비 (가명)/10대 : 170cm인데 43kg까지 줄었던 적도 있고요. 잠을 안 자요 이틀에 한 4시간.]

3년이 지난 지금도 단약의 고통과 싸우고 있습니다.

[김은비 (가명)/10대 : 깬 상태로 못 버티겠는 거예요. 수면제를 먹고 또 자고 일어나고.]

17살에 펜타닐을 시작해 20살 성인이 된 강단비 씨.

남자친구의 권유로 붙여봤던 패치 반 장이 중독 후에는 15배로 늘어났습니다.

[강단비 (가명)/20대 :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거죠?) 네 2학년. 펜타닐이 몸에 안 들어오면 시체가 돼요. 처음엔 반 장씩 시작하다가 이틀에 15장씩 했어요.]

결국 학교는 자퇴해야 했고, 혼자서는 화장실조차 갈 수 없는 상태가 돼서야 멈추기로 했습니다.

[강단비 (가명)/20대 : 새벽에 엄마한테 살려달라고 카톡을 보냈어요. 돈가스 망치 갖다가 신경을 다 찢어 갈기는 느낌이 나요.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두 사람 모두 또래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김은비 (가명)/10대 : 저도 굉장히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고 정말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에요. 근데 제가 이렇게 될 줄은 저도 몰랐거든요.]

[강단비 (가명)/20대 : 한번 지옥을 경험해 보고 정신을 차려야지, 그냥 손 대면은 인생이 망가진다는 것만 알았으면 좋겠어요.]

(영상취재 : 김남성·윤형,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최하늘,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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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고통 끝에 어렵게 마약을 끊더라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전문 치료 병원에서 10대에 마약을 했던 사람들의 지능지수를 살펴봤더니 뇌 기능이 떨어지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뇌가 녹아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이 내용은 박하정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박하정 기자>

새벽 시간 도심 속 편의점 앞에 주차된 차에서 미리 돈을 입금했던 알선책을 만나 합성 대마를 산 18살, 밤늦게 이 호텔 방 안에서 자신의 팔에 혼자 필로폰 주사를 놓은 19살, 저희가 확인한 10대들의 마약 투약 현실입니다.

이후 일상생활은 불가능했습니다.

[김은비 (가명)/10대 : 방금 말했던 것도 기억이 안 나고, 대화를 하고 있다고 하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하고요).' '여기로 가야지' 하고 방금 휴대전화를 껐는데 '잠깐만. 어디로 가기로 했더라.' 이 정도예요.]

뇌 기능 저하 증상입니다.

지난해 국내 마약류 중독 치료자의 65%가 거쳐 간 전문병원, 10대 마약 환자들의 인지기능과 사고 능력을 분석해 보니 IQ가 크게 저하된 사실이 나타났습니다.

18살부터 펜터민 등에 손을 댔던 23살 남성, IQ가 78±6 경계선 수준으로 마약을 안 했더라면 잠재 지능은 90-109로 평균 수준이었을 걸로 추정됐습니다.

각각 19살부터 마약을 시작한 다른 사례에서도 같은 결과가 관찰됐습니다.

[두정훈/인천 참사랑병원 임상심리팀장 : (IQ 영역 중) '처리 속도'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마약 환자들이) 전두엽 손상을 흔히 얘기하시는데 그런 손상이 행동의 조절 등에 연관되기 때문에…]

25살까지 성장하는 뇌에 마약이 주는 충격파를 중독치료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천영훈/인천 참사랑병원장 : 필로폰 한 번 했다는 건 노트북을 220(볼트) 콘센트에다 꽂아야 하는데 100만 볼트에 꽂은 거라고 설명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뇌가 거의 녹아내리다시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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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하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10대 마약 전수분석' 자료, 의미는?

[박하정 기자 : 단순히 '10대 몇 명이 마약을 투약해서 적발됐다' 이런 통계는 나온 적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몇 살부터 마약을 시작하고 어떤 마약을 하고, 성별에 따른 차이가 뭔지 이런 내용이 담긴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실태가 이렇게 드러난 만큼 대책 마련도 이어져야 할 텐데요. 예를 들어서 10대 투약자 중에는 총합으로는 남성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조금 낮은 연령대를 따져보면, 집중해 보면 여성이 더 많거든요. 여성이 더 빨리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분 짚어봐야 할 거고요. 교육부가 지난해 배포한 고등학생용 마약 예방교육 자료가 있는데, 대마 그리고 엑스터시용이 있습니다. 앞에서 보셨던 것처럼 10대들은 이미 펜타닐 같은 신종 합성마약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교육 내용에 있어서도 다소 수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Q. 다음 주에도 보도를 준비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 

[박하정 기자 : 10대들이 얼마나 마약을 쉽게 사고팔고 있는지 그 실태를 짚어보려고 하고요. 이 처벌 외에 중독 재활 치료는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부분도 점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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