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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해결책 찾으러 갔는데…문제점만 보이더라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 면피성 발표 복지부 
AI로, 스마트하게 해결하겠다는 곳들

당초 취지는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취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SBS보도본부에서 '이렇게까지'라는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데, 반복되는 사건사고에 대비해 '이렇게까지' 예방책이나 대책을 세운 곳, 그러니까 잘하고 있는 곳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응급실 뺑뺑이 예방책을 잘 세운 곳은 없는지,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해결의 단초라도 제공하고 있는 곳은 없는지 취재했고, 2곳의 현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곳은 강원 원주였고, 한 곳은 충북 청주였습니다. 원주는 'AI 앰뷸런스'라는 이름으로, 청주는 '스마트응급의료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구급차와 병원 응급실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마침 원주에서 'AI 앰뷸런스' 시스템의 시작행사를 연다고 발표하여 저희는 5월 11일 원주를 방문했습니다.

'AI앰뷸런스' 시스템은 구급차와 병원 응급실을 통신망으로 연결해, 구급차가 확보한 응급환자의 정보를 병원 응급실과 바로 공유하는 시스템입니다. 특히 구급대원이 환자를 돌보며 말을 하면 자동으로 단말기에 입력되어, 대원이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똑똑한 시스템이지요.

구급차 내부의 영상도 병원에 바로 보내 의료진은 관련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이대로만 현장에서 활용된다면 의료진은 환자 도착 즉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어 보였습니다. 특히 이 시스템으로 연결된 병원이 여러 곳이라면 어떨까요? 응급환자에 대한 정보를 받은 병원 여러 곳 가운데, 수락 신호를 보낸 병원으로 환자가 바로 가면 되기 때문에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AI앰뷸런스'에서 확보한 환자의 정보
보통 정부와 민간이 개발한 '새로운 시스템'의 취재는 별다를 게 없는 현장입니다. 높은 분들의 인사말을 준비하고 그동안의 성과를 발표한 뒤 시연을 공개합니다. 저희 취재진도 준비한 분들의 노고를 고려하고 타 언론사도 있는 만큼 행사를 그대로 따라서 취재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포커스는 분명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이 시스템이 적용된 현장을 취재하는 것이었습니다.
 

개발 끝났지만 사용은 못 한다고?

그런데 행사가 끝나고 주최 측에 시스템이 적용된 현장을 취재할 수 있겠느냐고 문의하니, 난색을 띱니다. 시스템을 위한 단말기와 블루투스 마이크, 카메라 등은 구급차에 설치되어 있지만 본격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장비들이 설치된 구급차를 이용해 구급활동을 한 대원을 만나봤습니다.

"구급차의 장비들이 연결된 병원은 아직까지는 000000 병원 한 곳뿐입니다. 이 병원은 저희가 늘 가는 곳인데,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관내에선 15분 정도면 도착하기 때문에 관련 정보가 병원에 넘어가기 전 저희가 이미 응급실에 도착합니다."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인데, 함께하고 있는 병원이 한 곳뿐이다? 시연이 아니라 실제 사용되고 현장을 취재할 길이 없어 저희는 그대로 철수했습니다.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중간 과정을 생략합니다만, 이후 후속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속사정을 잘 아는 내부 제보자를 확보했고 전말을 확인해 봤습니다.
 
스프 핫스프(응급실)
제보자 A : "이 시스템을 준비하면서 응급실의 많은 관행과 부딪혔습니다. 그런 관행들은 더 나아가 적폐가 되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상당수 병원들이 구급차에 있는 환자의 상태를 자신들 병원 응급실과 바로 공유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기자 : "왜 그런 거지요?"

제보자 A : "의사가 부족한 것은 잘 아시겠지요.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각 병원들이 응급실과 더불어 당직체계를 유지하는 것도 힘에 벅찹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유지하고 있는 당직 체계 등 응급실의 능력을 실제보다 부풀려 복지부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응급의료기관평가가 있는데 그것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이죠. 그래야만 정부 지원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거든요."

기자 : "더 쉽게 예를 든다면요?"

제보자 A : "중국집으로 예를 들어볼까요? 지금 상당수 병원들 응급실은 '여러 메뉴들 다 됩니다'라고 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게에 들어가면 '양파가 떨어졌어요. 식용유가 떨어졌어요'라고 말하며 죄다 거절하는 식입니다."

기자 : "그게 어떤 문제를 야기하나요?"

제보자 A : "양파가 떨어졌으면 애당초 '짜장면이 안 돼요'라고 공지해 손님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하고, 가게 주인에게는 '어제 짜장면 양파가 없어서 3명을 못 받았고요, 당근이 없어서 2명 못 받았습니다'라고 이야기해 줘야 가게의 상황을 고쳐나가겠죠. 그런데 주방장이 '문 앞에서 발걸음 돌린 5명'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은 채 '어제 가게에 온 사람들이 4명입니다'라고만 리포트하는 상황인 거예요. 상황만 받쳐주었으면 가게에 총 9명은 왔을 건데 말입니다."

기자 : "발걸음 돌린 5명에 대해선 리포트가 안 되는 상황인가요?"

제보자 A : "응급실에서 구급대의 전화 요청을 거절한 기록은 남지 않습니다. 그냥 사라져 버려요."

기자 : "만일 AI 앰뷸런스가 도입된다면요?"

제보자 A : "그런데 AI 앰뷸런스가 도입된다고 가정해 보세요. 병원들의 응급실 거절 기록이 고스란히 남게 되겠지요? 구급차에서 확보한 기록들이 거의 동시에 응급실과 공유되니까요. 이러면 그동안 부풀리기 보고한 것들이 드러나고, 더 나아가 정부 응급의료기관 평가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죠."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쓸 수는 없었습니다. 수소문을 계속하여 이번엔 지역응급센터의 한 책임자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제보자 A와 비슷한 이야기를 털어놓은 지역응급센터 책임자
기자 : "위의 제보자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습니까?"

제보자 B : "응급실뿐만 아니라 당직 의사들이 부족한 것은 전국적인 상황입니다. 진료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게 자랑거리는 아니니까요. 그게 드러나는 걸 꺼리는...(상황입니다)"

119 구급대가 전화로 실행하는 '응급환자 이송요청' 기록이 병원에선 사라진다는 내용 역시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제보자 A의 말이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가장 최근 사회문제화 됐던 3월 19일 '대구 10대 소녀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복지부가 낸 조사문을 살펴봤습니다. 복지부는 잘못을 저지른 병원 4곳에 지원금 중단과 과태료 부과, 또 공통적으로 6가지의 시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6번째 시정명령을 살펴볼까요?
 
6. 119 구급대 또는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전화 수용 의뢰-의료진 응답 대장을 전수 기록, 관리 및 주기적 환류

쉽게 말해 119 구급대가 전화로 환자 수용을 의뢰한 내용에 대해 의료진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전부 기록하라는 뜻입니다. 복지부 담당자와 확인해 보니 이것은 대구 병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시스템 자체가 없어서 전국적으로 모두 안되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은 AI앰뷸런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시스템인 청주의 스마트응급의료 서비스는 일찌감치 앞서 3월 31일에 시작행사를 마친 곳입니다. 취재진은 4월 15일쯤 이곳 담당자에게 연락했습니다.

"스마트응급의료 서비스 관련해 물어볼 것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아직 테스트 중입니다."


스마트응급의료서비스가 완전히 구현됐을 때의 모습
이건 뭔 소리일까요? 31일에 '이제부터 시작합니다'라는 내용으로 행사를 마쳤고 그래서 취재진은 4월 중순에 연락을 했는데, 테스트를 또 한다고요? 사업단 이야기인즉슨 시작 행사는 했지만, 서버 안정화를 위해 테스트를 실시한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이미 2021년 6월부터 청주와 진천 등 시범지역에서 시작돼 6개월 동안 3천3백여 건의 서비스가 실현됐다고, 사업단이 발표한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재차 테스트를 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환자의 생명과 관련한 사업이므로 취재진이 재촉할 순 없는 노릇이지요. 저희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한 달 가까이 지나 5월 10일쯤 다시 연락했습니다. '이제는 하고 있겠지...'하는 기대는 다시 한번 어긋났습니다. 최종 테스트, 말 그대로 실전 테스트를 6월 초까지 시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내부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또 제보자를 찾아봤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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