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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디커플링 공세에 마이크론 제재 맞불…한국에 불똥 튀나

중국, 미국 디커플링 공세에 마이크론 제재 맞불…한국에 불똥 튀나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한 것은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대한 '맞불' 조치로 여겨집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에 대해 이 회사 제품 구매를 중지하도록 했습니다.

지난 3월 31일 마이크론에 대한 심사 개시를 발표한 지 50여 일 만에 내려진 조치였습니다.

특히 제재 발표 시기가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이 중국에 대한 전방위 견제 내용을 담은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다음 날이자 G7 정상회의 폐막일이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더해졌습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인 2019년 5월 행정명령으로 중국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수출통제명단'에 넣고, 이들 기업과 거래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등 화웨이의 공급망 마비를 겨냥한 고강도 제재를 가했습니다.

이 같은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은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습니다.

▲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이하) ▲ 18n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미국은 지난 1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일본, 네덜란드 측과 협의를 하면서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 통제에 두 나라가 동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결국 일본과 네덜란드 모두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국내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마이크론을 제재함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공급망에서 배제)이 미국 기업들에 부정적 영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와 더불어 지난 10∼11일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오스트리아 빈 회동을 계기로 미중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자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도 노렸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한미관계에도 도전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달 나온 일부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마이크론 대신 반도체 판매를 늘리지 못하게 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3강 체제를 형성한 마이크론은 작년 매출액 308억 달러(약 40조 7천억 원) 가운데 16% 이상인 52억 달러(약 6조 8천700억 원)를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올렸습니다.

중국 본토 매출액만 따지면 전체 매출의 약 1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국 미국이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어부지리를 얻지 못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외신 보도의 취지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이번 발표로 중국의 마이크론 판매 금지는 부분적으로 현실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외신 보도대로 미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늘리지 말 것을 실제로 요청할 경우 한국 정부와 재계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할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대중국 반도체 판매 확대를 거부하더라도 빠르게 부상하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나 '선전킹뱅크테크놀로지' 같은 중국 업체들이 그 몫을 충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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