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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풀린 능력" "껄끄러운 관계"…응급환자 여전히 떠돈다

<앵커>

우리 응급 의료 체계 짚어보는 연속보도 오늘(19일)도 이어가겠습니다. 응급 병상을 찾지 못해서 병원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첨단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시범 운영만 될 뿐, 현장에는 잘 도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이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환자를 태운 구급차 안에서 구급 대원이 혼잣말을 합니다.

[구급 대원 : 협심증으로 심장질환 진단받으셨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약 드시고 계신다고요?]

대원의 말이 단말기에 자동 입력되고 이 정보는 근처 응급실에 전송됩니다.

원주에서 시범운영 중인 이 시스템은 단 한 병원만 연결돼 있는데, 대상 병원을 늘리면 응급실 찾느라 헤매는 시간과 수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응급실 직원 : 이송 요청 왔네요. 저희 수락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송 요청을 한 응급실로 바로 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입력하면 119 상황실, 병원 응급실과 즉시 공유해 '응급실 뺑뺑이'를 예방하는 기술도 이미 개발돼 지난 3월 시작 행사까지 열었습니다.

[사회자 : 충북 스마트응급의료서비스가 널리 보급이 돼서 안전한 충북, 건강한 충북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들은 현장에 본격 도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한 대형병원 의사는 "상당수 병원들이 구급차에 있는 환자 상태를 자신들 병원 응급실과 바로 공유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털어놨습니다.

"여러 병원들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당직 체계 등 응급실의 능력을 실제보다 부풀려 복지부 등에 보고하고 있는데, 정부 응급의료기관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아 보다 많은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새 시스템을 도입하면 응급실의 거절 기록이 고스란히 남게 돼, 보고 부풀리기가 드러나거나 응급의료기관 평가 근거로 활용될 수 있어 이를 염려한 병원들이 도입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대형병원 고위 담당자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합니다.

[대형병원 고위 담당자 : 진료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게 자랑거리는 아니니까, 그게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상황입니다.)]

시스템을 운용해야 할 소방과 병원의 껄끄러운 관계도 걸림돌입니다.

시스템 확대를 위해 동분서주한 한 관계자는 두 기관을 한 시스템으로 엮다 보니 모두 비협조적인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합니다.

[시스템 개발 관계자 : 문제는 소방과 병원이 안 친해요. 이송환자가 만약 사망에 이르렀다고 하면 이게 누구의 잘못이냐 하는 것에 (서로에) 대한 불만, 그것을 뚫기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고 나선 정부 주체도 과기부, 국토부 제각각입니다.

복지부도 지난 3월 응급환자 응급실 추천 앱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 단위, 적어도 인접 시도로는 시스템이 통합돼야 제 기능을 할 텐데, 이를 위해선 시간과 돈이 추가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홍명)

스마트응급의료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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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이강 기자 나와있습니다.

Q. 사라지고 있는 '응급실 전화 거절 기록'? 

[이강 기자 : 119 구급대가 싣고 온 환자를 응급실이 받지 않고 '전화상으로' 거절하면 관련 기록 남지 않습니다. 지난 4일 복지부가 낸 대구응급실 뺑뺑이 사고 관련 병원 4곳을 제재하면서 낸 자료를 볼까요? 시정 명령 중 맨 마지막을 보면, 이 뜻은 119 구급대의 환자 전화 의뢰에 대해 의료진이 응답한 내용을 전부 다 기록해라, 그런 말입니다. 지금까지 안 되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대구병원들만 그랬느냐, 복지부에 확인해보니 전국 병원 응급실이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Q. 내부자인 '현직 의사'가 제보한 이유는? 

[이강 기자 : 제보자는 10년 동안 관련 시스템 개발에 종사한 사람입니다. 그동안 겪은 상황을 종합해서 한마디로 '적폐'라고 표현하면서 제게 제보했습니다. 이런 적폐가 쌓이다보니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빈 응급실 찾아 구급대가 전화를 돌리는 원시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보도한 첨단 시스템으로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려면 병원의 정확한 정보 공개와 기관끼리의 협조, 마지막으로 부처 간의 통합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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