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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칼럼] 주가 부양을 요구하는 어떤 증권거래소 (김학균 센터장)

17일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 지수 전광판 (사진=AP, 연합뉴스) 스브스프리미엄은 오늘부터 김학균 센터장의 칼럼을 싣습니다. 27년차 애널리스트로 현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김 센터장은 여러 언론사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수 차례 선정된 바 있습니다. 김 센터장은 수많은 투자자들의 흥망성쇠를 목격하면서, 투자는 과학이기도 하지만, 자연과학의 기계적 인과법칙이 작동하는 분야는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저서로 '주식 직접투자', '부의 계단'이 있고, 현재 한국 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학개미'가 보유한 3조 달러의 일본 주식

얼마 전 일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니케이 225 지수가 3만 엔*선을 넘어섰다. 한국에서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가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2014~15년 중국 주식, 2017년 이후 미국 주식에 대한 열광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일본 주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5월 17일 기준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소위 '일학개미'들의 일본 주식 보유규모는 3조 달러에 달하고 있다. 54조 달러의 미국 주식에는 못 미치지만, 2조 5천억 달러의 중국 주식보다는 보유 금액이 크다. 일본 증시에 대한 한국 개미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대투자자 워런 버핏도 최근 일본의 종합상사 주식을 매수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니케이 225 지수는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225개 종목의 주가가중평균으로 산정되는 지수이기 때문에 '포인트'가 아니라 '엔'으로 표시됩니다.

최근 일본 주식의 성과는 한국 증시보다 낫다. 2023년 들어 5월 17일까지 KOSPI는 11.5%, 니케이 225 지수는 15.3% 올랐다. 최근 3년의 성과를 비교해 봐도 KOSPI가 29.2%, 니케이 225 지수는 50.2% 상승했다. 1990년대 이후 '버블 증시'라는 오욕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일본 증시가 부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엔화 약세 수혜',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미국 주도로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의 수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노력도 일본 증시의 강세를 이끌고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주가 부양' 요구한 도쿄 증권거래소

지난 4월 일본경제신문에는 흥미로운 보도가 실렸다. 도쿄 증권거래소가 상장기업들에게 주가를 끌어올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도쿄 증권거래소가 3300개 상장 기업들에게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미만인 기업들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PBR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장부상의 순자산가치(자기 자본)와 주가를 비교한 지표이다. 순자산가치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총량적 부(富) 중에서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귀속되는 몫이다. 주가가 장부상의 주주가치보다 낮게 형성될 때 PBR은 1배를 하회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PBR 1배 미만의 주가는 '저평가'됐다고 해석되곤 하지만, 투자자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주가가 PBR 1배를 하회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PBR 1배 아래에서 거래되는 주식들은 미래의 성장성에 대한 비관론이 반영돼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미래에 돈을 벌기 어려워 순자산가치가 더 늘어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면 PBR이 1배를 하회하게 된다. 순자산가치의 증식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ROE(자기 자본이익률)인데, ROE가 낮은 기업은 일반적으로 PBR이 낮게 형성된다.

반대로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면 PBR이 높게 형성된다. 도요타자동차의 PBR은 0.94배인 반면, 테슬라의 PBR은 11.6배(이상 5월 18일 주가 기준)나 된다. 투자자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과 전기차가 열어갈 세상에 대한 기대감을 두 회사의 주가에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의 주가가 버블일 수도 있지만, 성장성에 대한 열광이 없으면 버블이 만들어지지 못한다.

다시 일본 증시로 돌아와 보자. 일본 증시가 최근 많이 올랐지만, 일본 경제와 기업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고령화에서 비롯된 경제의 활력 저하, 민간의 부진을 정부의 개입으로 메꿔오는 가운데 GDP 대비 261%까지 늘어난 정부 부채, 최대 채무자인 정부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중앙은행(BOJ)의 양적완화와 극단적 저금리 유지 등 '잃어버린 30년'의 메커니즘은 현재 진행형으로 작동하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의 반등은 '미래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과거에 벌어 놓은 자산에 대한 효율적 배분 노력'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는 도쿄 증권거래소가 일본의 상장사들에게 요구한 조치에 잘 투영돼 있다.

향후 부를 효율적으로 증식시키기는 어렵지만(낮은 ROE), 과거에 벌어놓은 자산 규모는 큰 기업들이 일본에는 많다. 주식시장에서 이런 기업들은 PBR 1배를 하회하는 주가로 평가받는다. 이런 기업들이 계속 경제적 자원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경제 전반의 자원 배분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부가 다른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려지면 국가 경제의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일본의 아베 내각이 이런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2012년에 집권했던 아베의 경제 정책, 소위 '아베노믹스'는 장기간 정체돼 있던 일본 경제를 깨우기 위한 일종의 모르핀이었다. 집권 초기 일본은행(BOJ)의 적극적 양적완화와 엔화 약세 유도, 공격적 재정지출, 거시적 구조조정 등을 축으로 한 '세 가지 화살' 정책을 썼는데, 2014년부터는 도쿄대 이토 모토시케 교수가 저술한 '이토 리포트'가 거시적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각론으로 제시됐다. '이토 리포트'에는 주주권 강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토 리포트는 능력 없는 지배주주·경영진들이 경제적 자원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볼 수 있는데, 이후 일본에서는 주주행동주의가 활성화됐다. 2014년 7개에 불과했던 일본 내 주주행동주의 펀드 수가 2020년에는 44개까지 늘어났다. 일본 상장사들의 배당과 자사주매입 등 주주환원 규모도 늘어나고 있어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나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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