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미 · 중이 싸울 때, 우리가 이득 볼 방법은 없을까?

반도체 분쟁 속 한국의 해법은?

깐깐남 4편 썸네일
깐깐해서 남 주자 네 번째 시간, 반도체 이야기를 끝내보겠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문제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알아봤는데, 이번엔 그러면 그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걸 넘어서 한판 업어치기로 오히려 반전을 만들 방법은 없나,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깐깐남 4편
그러려면 칼을 빼 든 미국이, 우리 반도체 기술과 산업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높게 평가하면 후한 대우를 하겠고, 낮게 평가하면 대충 밀어붙이겠죠. 그런데 전에 힌트를 드린 대로, 적잖이 쉽게 봅니다. 이 책의 서문에 힌트가 담겨있습니다.

한국이 반도체 산업을 키운 게, 대부분 미국 덕이라고 평가합니다. 미국이 허락했고, 미국 기술 가지고 시작했고, 그 물건 또 미국이 사줘서 큰 거라고 말이죠. 그런 거 다 미국이 할 수도 있었는데, 제조는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한테 넘겨주고, 미국은 그 위에서, 소프트웨어로 더 많은 돈을 버는 쪽을 선택한 거라고 설명합니다.

깐깐남 4편
그리고 한국이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벌이지도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돈 대주고, 교육해서 인재들 키워내고, 외국 반도체 수입 막아서, 국가 주도로 잘 된 거다, 뭐 자랑할 게 있냐, 이렇게 또 몰아치죠.

그런데 최근 한 5년 보니까, 미국이 개발하는 최첨단 반도체를 대만과 한국에서만 찍어낼 수 있게 됐는데, 중국도 있고 북한도 있고 해서 좀 불안해 보이더라, 그래, 뭐 이제 가져올 때가 됐다, 이렇게 판단했다는 겁니다.

깐깐남 4편
뭐, 인정할 건 인정할 게, 처음에는 우리가 기술도 없고 돈도 없고 그럴 때라서, 없는 집 살림에 쥐어짜서 지원도 했고, 잘 나가는 외국 기술 커닝도 하고 베끼기도 하고 그러긴 했죠. 그런데, 그걸로만 세계 1등 할 수 있습니까. 한국이 반도체 성공하는 과정만 가지고도 깐깐남 한 편을 다 채울 정도로, 고민과 고생과 결단을 한 결과란 말이죠.

스프 깐깐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이제 와서 부잣집 아들이 딱 나타나서, "야, 내가 안 해서 이렇게 된 거지 못해서 안 한 게 아니거든, 원래 내 거였잖아, 이제 필요해졌으니까 이제 가져와 그거" 이러는 셈입니다.

그런데요, 부잣집이 전부 다 그런 건 아닌데, 일부는 2루에서 태어났는데 자기가 2루타 친 줄 안다고, 모든 걸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하고 삿대질하고 싸우는 거보다, 적절히 좀 기분 맞춰주면서, 현명하게 역이용할 수 있으면 역이용해서, 우리한테 유리하게 판을 돌리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에게 판을 돌릴 수 있느냐, 두 가지 정도 시나리오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중국을 이용해서 우리가 실리를 벌어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이제이' 같은 거죠.

현재 반도체 사업에 가장 큰 리스크, 위험은 돈 문젭니다. 공장 하나 짓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갑니다. 4년 전에 뉴스에 나왔던 영상인데, 이거 짤로 보신 분들 많으시죠.

반도체 공장을 찾아왔던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 회장이, "저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돈이면 인천공항 3개를 짓습니다"라고 홍조를 띠면서 말하는 장면입니다.

깐깐남 4편
대한민국 1위 재벌 회장도 흥분시키는 게 반도체 공장입니다. 하나에 20조에서 30조가 들어가는데, 2030년까지 삼성은 3개까지도 더 지어야 됩니다. 백 조원까지 들어간다는 거죠. 그런데 반대로 읽으면, 공장이 세워졌는데 뭔가 잘못되면, 그 이자에 유지비용 등등을 생각하면 몇백억 몇천억 손해가 확 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 공장은 오늘 장비 다 끄고 퇴근했다가 며칠 있다가 돌려도 되지만, 반도체는 공정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계속 돌려야 됩니다. 멈추면, 고장 나면, 혹은 안 팔리면, 회사 전체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깐깐남 4편
자, 이런 상황에서, 삼성 SK에 이어서 세계 3위 반도체 회사인 미국 마이크론이, 1,2위를 쫓아가기 위해서 대규모 투자를 또 시작했습니다. 미국 뉴욕에 26조 원 규모 공장을 짓기로 했고, 앞으로 천억 달러, 130조 원 넘게 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우리도 한국처럼 돈 쥐어주겠다"고 나서니까, 애국 투자를 결정한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이 투자가 현명한 것이냐는 건 시작부터 논란입니다. 우리도 미국에 반도체 공장 짓죠. 대만도요. 그런데 본진은 한국과 대만에 두고, 미국에는 필요한 정도만 짓는 게 현실입니다. 왜냐면 한국보다 공장을 싸게 돌릴 수가 없거든요.

깐깐남 4편
미국 반도체 협회의 분석으로도 한국과 대만보다 20% 이상 생산비가 올라갑니다. 인건비, 건축비용 다 문제예요. TSMC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면 100%, 값이 2배가 뛴다는 이야기까지 내놓을 정돕니다. 삼성 SK의 '한국산 메모리'와 가격 경쟁에서 약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중국이 등장합니다. "어이 너네만 우리 괴롭힐 수 있는 거 아니야. 우리도 한 칼 있어"라고 말이죠. 대규모 투자에 들어간 마이크론을 괴롭히기로 한 겁니다.

깐깐남 4편
"마이크론 물건, 확 수틀리면 우리가 안 살 수 있다" 이런 카드를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론은 전체 매출에 25%, 4분의 1을 중국에 팝니다. 이게 흔들리면, 마이크론 회사가 전체가 휘청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가 나온 겁니다.

깐깐남 4편
"중국이 마이크론 물건 안 산다고 해도, 한국 너 네가 그 물량 채우지 말아라"하는 압력을, 미국이 우리한테 넣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의 마이크론'을 지키기 위해서 미국이 나선 거죠. 세계 1,2위 반도체 회사가 물건을 안 팔면, 중국도 나서기 힘들 거라고 보고요.

뭐 그런데, 우리가 미국과 안보는 동맹이지만, 경제는 아니죠. IRA 전기차 건도 그렇고, 우리가 손해 보는 경우도 많았잖아요. 아주 솔직히 경제적으로만 보면, 우리 입장에선 중국이 마이크론 때리는 게 나쁘지 않습니다.

깐깐남 4편 수정
마이크론이 세계 물량의 23%를 차지하는데, 그중에 4분의 1, 중국에 가는 6%를 우리가 더 집어 오면 그것도 이득이고, (미국이 방해하더라도 돌아서 중국에 반도체를 팔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방법까지 내놓지는 않겠지만요) 그것 때문에 마이크론이 흔들리면, 솔직히 더 좋습니다.

아주 크게 보자면, 경쟁자가 없는 메모리 반도체 최강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미국, 중국이 싸우는 상황에서 생존만 걱정하는 걸 넘어서,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거죠.

깐깐남 4편
그런데 여기서 그치면 안 되죠. 이번엔 미국을 지렛대 삼아서 중국도 견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중국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려는 건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편에 말씀드린 대로,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쓸 책상, 연필, 공책을 모두 뺏긴 상탭니다. 반도체 설계 프로그램, EUV 장비, 필수 재료를 다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하 급의 반도체들은 계속 개발하고 만들 겁니다.

미국도 싼 'made in china' 제품은 계속, 그것도 엄청나게 사서 쓸 생각이고, 따라서 그 자신들이 사 오는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반도체 개발은 허락하겠다는 입장이니까요.

중국은 일단 그 정도 반도체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반도체 장비와 재료들을 직접 개발하면서 기초체력을 다질 걸로 예상이 됩니다. 사실 그것도 무섭습니다. 그 정도로도 군사적으로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고요, 시장도 크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양을 계속 찍어낼 겁니다. 반대로 우리 입장에선, 지금처럼 중국에 반도체를 팍팍 파는 상황이 끝나간다는 의미도 되고요.

깐깐남 4편
이게 미국 반도체 협회가 203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국가별 반도체 점유율 흐름을 예측한 그림입니다. 중국이 2020년에 15%에서 2030년엔 24%로 훅 커집니다. 반대로 우리는 여기에 태클을 걸어야 하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아무리 자체 개발해도, 한국, 미국, 일본 등이 갖고 있는 특허를 다 피해 갈 수가 없을 겁니다. 국내에서 그냥 모른 척하고 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라 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것만 줄여도 우리에게는 이득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스프 배너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