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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그레인프리 사료, 정말 우리 아이 건강에 좋을까?

알고 사면 더 좋은 사료 - 그레인프리(grain-free) (글 : 수의사 양바롬)

스프 반려동물 삐뽀삐뽀
그레인프리(grain-free) 사료는 동결건조 사료, 고단백 사료, L.I.D (Limited Ingredient Diet) 사료와 함께 사료 시장의 트렌드를 꽤 오랫동안 주도해오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접해온 만큼, 과연 우리가 그레인프리 사료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지 그리고 정말 우리 반려견/반려묘한테 그레인프리 사료가 필요한지,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스프 반려동물 삐뽀삐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Q. 그레인프리 사료는 무엇인가요?

그레인프리 사료는 말 그대로 사료 안에 곡물이 들어가지 않은 사료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밀, 호밀 등이 들어가 있지 않은 제품에 '그레인프리'라는 말을 붙여왔는데, 지금은 옥수수와 대두도 함유되지 않은 사료를 그레인프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Q. 그레인프리 사료는 왜 만들어졌나요?

그레인프리 사료가 만들어진 이유는 곡물 안에 들어있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 때문입니다.  일부 반려동물이 글루텐에 식이역반응을 보이며 소화기 증상을 나타냈기 때문에 이런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레인프리 사료가 만들어졌습니다. 

 

Q. 대두는 그레인프리인가요?

대두가 과연 곡물일까요? 곡물이 아닐까요? 혹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대두가 그레인에 속하는지 여부는 조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미국계 사료 회사에서 근무할 때 그레인프리 사료 라인을 국내 시장에 론칭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그레인프리 사료에 대한 인기가 더 하늘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보호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료를 구매한 소비자한테 강한 컴플레인이 걸려왔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제가 CS (customer service)도 맡고 있었습니다. 내용의 요지인 즉, 당신네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료는 '그레인프리'인데, 왜 이 사료에는 대두가 들어가 있느냐, 소비자를 속였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저도 '그레인프리 사료인데 왜 콩이 들어가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여러분들은 콩을 잡곡으로 생각하시나요? 또는 잡곡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당시의 저는 어렴풋이 무의식적으로 콩이 잡곡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제기한 컴플레인을 미국 본사에다 직접 문의를 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고 이 사료를 구매한 소비자의 컴플레인이 이러한데, 왜 그레인프리 사료에 대두가 들어가 있느냐 하고 말이죠.

여기서 미국 본사는 어떤 답변을 보내왔을까요? 바로 '콩은 그레인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자, 여러분은 이 답변 내용에 한 번에 수긍할 수 있으신가요? 맞다면 왜 맞는지, 아니라면 왜 아닌지 그 이유를 아시나요?

미국 본사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잡곡/곡물인지 잡곡/곡물이 아닌지 구분하는 기준은 바로 그 식재료를 주식으로 먹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잡곡/곡물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그 당시 저에게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본사의 답변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미국 사람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에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본사의 답변을 들으면서 영양학은 비단 사료나 음식 안에 들어있는 영양소의 구성 성분, 함량, 비율을 따지는 것 외에도 식문화와 식습관이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스프 반려동물 삐뽀삐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 예로, 서양에서는 콩을 주식으로 먹지 않습니다. 영국의 아침 식사에 포함되어 있는 베이크드 빈 (baked bean)이 아닌 이상, 우리나라의 주식인 밥을 먹을 때처럼 콩을 많은 비율로 먹지 않죠. 그래서 미국에서는 콩이 곡물이 아니라 단순히 일반적인 야채, 채소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주식인 쌀밥에 콩을 같이 넣어서 콩밥을 해 먹죠. 그리고 자연스레 잡곡과 함께 많이 언급, 사용이 되면서 콩, 특히 대두는 많은 사람들이 잡곡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콩을 주식으로, 잡곡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따라서 이런 식생활과 식문화의 차이로 인해 생기게 된 상황을 있는 그대로 그 보호자분한테 설명을 해드림으로써 이 사건은 끝이 났었습니다.

어떠신가요? 각 나라의 식문화의 차이로 이렇게 대두가 그레인이 될 수도, 또는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지 않으신가요? 

 

Q. 그레인프리 사료는 탄수화물 함량이 낮은가요?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위의 문장이 맞다고 할 수도 또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레인프리'를 의미하는 것이 결코 저탄수화물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먼저 그레인프리 사료라고 하는 것은 곡물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일 뿐, 곡물을 대체하는 다른 탄수화물원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감자와 고구마를 곡물 대신에 사용하는 것인데, 최근에는 타피오카의 사용 횟수나 양이 더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료 생산 과정에서 사료의 모양이 잡히고 유지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탄수화물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탄수화물이 있어야 사료 반죽에 끈적임이 생겨서 뭉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레인프리 사료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함량이 낮을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겠습니다.

 

Q. 그레인프리 사료는 반려동물의 건강에 좋은가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레인프리 사료는 종종, 많은 경우에 영양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부족한 탄수화물을 다른 단백질이나 지방과 같은 영양소로 채우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그레인프리 사료는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조금 더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그레인프리인데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높지 않다면, 이미 그 사료는 탄수화물의 함량이 꽤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2018년에 FDA와 UC Davis 대학에서는 개의 심장병 발병이 타우린과 관련이 있고, 또 낮은 타우린 농도는 그레인프리 사료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비록 추가적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아이들의 심장 건강과 관련이 있는 만큼, 그레인프리 사료가 아닌 모든 영양소를 더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는 사료를 고르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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