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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하니 "의자에 앉혀 달라"…이러다 응급환자 놓친다

<앵커>

우리 응급체계가 건강하게 잘 돌아가게 하려면 그 혈관이라 할 수 있는 119구급대의 과부하 문제부터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급한 줄 알고 출동했는데, 막상 가보면 별일 아닌 경우가 많고 정작 위급한 환자는 응급 병상이 모자라서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게 119 구급대의 현실입니다.

이어서 박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한 가정집에 급히 출동한 119대원이 들은 요청.

'앉혀달라'입니다.

[신고자 : 여기 좀 앉혀만 주셨으면 좋겠는데, 의자에.]

[119구급대원 : 앉혀만 달라고요?]

다리에 상처 났다는 신고를 받고 갔더니,

[119구급대원 : 출혈이 지속하는 것도 아니고….]

[환자 : 그렇죠?]

다급하게 출동했다가 그냥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환자 : 음주인데 넘어진 건 맞고 확실한데요. 괜찮으니까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119법 시행령에 근거해 비응급 환자인 경우 출동 요청을 거절할 수 있지만, 환자를 보지 않고 판단하기 어렵고, 민원 문제도 있으니 경중을 따져서 출동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합니다.

재작년 기준 병원에 갈 필요조차 없었던 119 출동 건수는 1백만 건이 넘습니다.

전체의 3분의 1쯤입니다.

실제 응급 상황을 지켜보면 이렇게 헛심 쓰는 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절감케 됩니다.

[119구급대원 : 저혈당 환자 추정인데, 가서 일단 환자 상태를 보고….]

응급 처치를 하면서, 동시에 응급실 병상을 찾습니다.

[119구급대원 : (다른) 병원 먼저 시도하고 안 되면 다시 연락달라고… 입원이 불가하다고 하거든요.]

구급차에 환자를 옮긴 다음에도 구급대원은 전화를 놓지 못합니다.

[환자 보호자 : 어느 병원으로 가요?]

[119구급대 팀장 : 아직 결정이 안 됐어요. 확인하고 전화 준다고 해서… 우선 빨리 병원 갈 수 있도록 대로변으로 빠질까 싶어요.]

17분 동안 네 군데 거절당한 뒤 이송 병원이 결정되면, 그때부터는 시간과의 싸움.

[홍영표/119구급대 팀장 : 현장에서 오래 머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서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서, 더이상 병원을 가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심정지로 변경되는 경우도 있고….]

응급체계의 혈관 격인 119구급대의 과부하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비응급 환자들의 신고는 넘쳐나고 가용 응급 병상은 부족한 이 엇박자를 빨리 풀어야 합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최은진, CG : 장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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