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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옮기며 체온 오르는 호박벌 온난화로 '진땀'

꽃가루 옮기며 체온 오르는 호박벌 온난화로 '진땀'
화분 매개충인 호박벌이 뒷다리에 꽃가루 덩어리를 묻혀 옮길 때 체온이 크게 오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인간 활동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오르는 온난화 시대에 호박벌의 적응력을 더 떨어뜨려 화분 매개 기능을 약화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응용생태학 교수 엘사 영스테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호박벌이 꽃가루 덩어리를 옮길 때 체온이 오르는 현상을 밝힌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17일 발표했습니다.

호박벌은 먹이활동을 하며 수집한 꽃가루를 작은 덩어리로 만들어 뒷다리에 붙여 집으로 가져갑니다.

가볍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꽃가루 덩어리가 클 때는 자기 몸무게의 3분의 1에 달해 체온까지 급등할 만큼 힘든 작업이라고 합니다.

연구팀이 주변 온도와 벌의 크기 등까지 고려해 호박벌의 체온을 측정한 결과, 꽃가루를 옮길 때 1㎎당 0.07℃씩 체온이 올라 뒷다리에 꽃가루를 묻히지 않은 벌에 비해 최대 2℃까지 체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미처럼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결정되는 변온동물인 호박벌은 벌 중에서는 내한성이 특히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무더운 날씨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연구팀은 꽃가루 덩어리를 옮길 때 체온이 크게 오른다는 점은 무더운 날 꽃가루를 옮기다가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치명적 체온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주변 기온이 오르면 활동 가능 온도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호박벌은 세계적으로 개체와 종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상황으로,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른 지역에서 특히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기후변화가 호박벌 생태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는데 이번 연구 결과가 이를 파악하는 퍼즐 조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제시됐습니다.

벌에게 꽃가루는 봄에 태어나는 여왕벌과 일벌의 먹이가 되고, 이 일벌들이 애벌레와 미래 여왕벌을 먹여 살림으로써 봉군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꽃가루가 없거나 충분하지 않으면 봉군이 번성하지 못하고 미래 봉군도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이런 결과가 확산하면 결국 호박벌의 화분 매개 역할이 사라지고 농업과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영스테트 교수는 "무더운 날 호박벌이 수집하는 꽃가루 양과 수분 활동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를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호박벌이 뒷다리로 옮기는 꽃가루 덩어리의 크기를 줄이든 먹이활동 시간을 단축하든 봉군으로 가져오는 꽃가루 양은 적어지고 수분 되는 식물도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호박벌이 농업 분야의 핵심 화분 매개충이자 중요한 생태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런 결과는 특히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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