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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은 과연 현 시대만의 현상일까

By 페기 오도넬 헤핑턴 (뉴욕타임스 칼럼)

스프 NYT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페기 오도넬 헤핑턴은 책 “엄마가 되지 않기로 한 여성의 오랜 역사(Without Children: The Long History of Not Being a Mother.)”의 저자다.
 

오늘날 미국에서 자녀를 갖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이를 대개 피임 기술의 발전과 여성 해방이 가져온 20세기 후반의 현상으로 여긴다.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이 없는 삶은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에 대한 의무를 줄여나가는 또 하나의 방식인가 싶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는 이기심의 한 형태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작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말이다.

미국  상원의원 J.D. 밴스(공화, 오하이오)에게도 사람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그는 “자녀를 통해 우리의 미래에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 미국 사회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젊은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에 관해 과거에는 없던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되면서 보다 자유로워진 것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물론 오히려 저주받은 세대라는 시각도 있다) 엄마가 되지 않겠다는 일부 여성들의 선택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은 인류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1870~90년대에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 여성들 가운데서는 다섯 명 중 한 명이, 흑인 여성들 사이에서는 세 명 중 한 명이 평생 한 번도 출산을 하지 않았다.

오늘날 여성들의 선택 역시 그다지 놀라울 것이 없다. 여성들이 재생산 결정을 내릴 때 물질적인 조건을 고려한 것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경제, 환경, 정치, 사회적 상황은 늘 여성들의 선택지를 형성해 왔고, 궁극적으로 아이를 여러 명 낳을지, 적게 낳을지, 전혀 낳지 않을지에도 영향을 줬다.
 
‘엄마 되지 않음’이 꽤 오랫동안 (소수이긴 하지만 드물지는 않은) 일반적인 현상이었음을 기억하는 것은 오늘날 자녀 없는 여성이 현 시공간에서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봐도 특이하지 않다는 점을 상기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나아가 임신 중지와 피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는 현재의 움직임이 종종 자녀의 수를 제한하려는 여성의 주체적인 결정을 무력화하기 위해 마땅히 필요한 대응이라는 식으로 포장되는 상황에서 엄마가 되지 않기로 한 여성이 역사상 늘 존재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일은 중요하다.

일례로 영향력 있는 보수 단체인 보수정치행동연합(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alition)의 대표  매트 슐랩은 지난해 도덕적인 이유뿐 아니라 미국 인구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임신중지 제한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 나라에 인구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매년 합법적인 낙태로 수백만 명의 국민을 살해하고 있는데, 그 숫자를 줄일 수 있다면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20년 자료를 보면 미국 내 합법적인 임신중지 건수는 연간 62만 건이었다.)

그러니 밴스 의원이나 교황(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오늘날 여성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할 때, 이들은 딱히 실존했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들이 지금 여성에게 원하는 것, 혹은 강요하고자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여성들에게 호르몬 피임약이나 가족계획협회의 클리닉, 50년 전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따른 보호가 주어지기 전까지, 여성들은 나름의 피임법을 개발하고 사용해 왔다. 고대 로마 여성들은 성관계 전 자궁 경부에 밀랍, 올리브유에 적신 천, 반으로 자른 레몬 등을 삽입하는 피임법을 썼다. 오늘날 임신중지 반대론자들은 종종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근거로 삼는다. 실제로 예전 버전에는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언급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히포크라테스가 원치 않거나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에게 유산이 될 때까지 격렬한 운동을 하라고 권유했다는 사실이다. 중세 유럽에서 식민지 시대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임신중지 목적으로 다양한 약초를 사용해 왔다.

19세기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는 인종과 계급을 불문하고 출산율이 극적으로 낮아졌다. 19세기말에 이르자 일부 집단에서는 19세 초 증조할머니 세대에 비해 평생 갖는 아이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1870년에 태어난 백인 여성의 16%, 흑인 여성의 13%, 1900~1910년에 태어난 미국 여성 중에는 20%가 평생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았다. 일부는 불임이었거나 이성애 성관계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이유로 출산하지 않았다고 보기엔 숫자가 너무 크다. 일부, 아마도 다수는 적극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연구 목적으로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답변은 꽤 일관적이다. 육아를 지원해 줄 네트워크나 양육에 필요한 돈, 직업이 없다는 답변, 기후변화가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는 답변, 또는 단순히 인생에서 다른 경험을 우선시하고 싶다는 답변이 많다. 아이를 원하지만, 가질 수 없다고 답하는 이들도 있다.

과거의 여성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는 공동체의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았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캐나다 사회를 연구한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여성이 본가에서 멀리 이주할수록 자녀의 수가 줄어들었다. 여성들은 늘 일과 육아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불임을 경험하거나, 아이가 자라날 환경을 우려하거나, 사회적인 규범에 순응하지 않는 방식의 삶을 원하기도 했다. 중세 유럽 여성들은 진정한 신앙심 때문에 수녀가 되기도 했지만, 적어도 일부에게 수녀의 삶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그것이 결혼과 출산을 기대받지 않으면서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대안이자, 읽고 쓰고 가르치는 것이 허락된 직업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엄마가 되지 않음’에 대한 낙인은 존재했다. 1905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아이 없는 여성이 “현대 사회의 가장 불쾌하고 불건전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며, “전투에서 도망친 병사에게 가해지는 것과 같은 수준의 경멸을 받을 만하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압박과 멸시도 과거와 현재의 수많은 여성이 모성을 포기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오늘날 임신중지와 피임법에 반대하는 이들은 초기 피임약에 들어간 합성 호르몬이든, 자궁 내 구리선 장치든, 현대의 의학적 임신중지 요소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이든 ‘기술’이 ‘자연 상태’, 즉 모든 성관계가 생식을 유발하고 임신은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해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 논리에 따르면 임신중지를 불법화하거나 피임을 더 어렵게 만들면 사람들이 재생산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중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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