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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응급실 뺑뺑이, 심정지 환자 사망…'경증' 넘친다 (풀영상)

<앵커>

지난 3월 대구에서 크게 다친 10대가 2시간 동안 응급실 8곳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숨졌습니다. 이런 일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서울 한복판에서도 심정지 환자가 병원을 찾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SBS는 우리 응급의료 체계를 점검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연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그 첫 순서, 먼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입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119가 도착했을 때 50대 남성이 쓰러져있습니다.

[당시 구급대 출동 상황 (119 제공) : 여기가 아파요. (여기가 아파요?)]

남성은 일어나려 애씁니다.

[아…. 죽겠습니다.]

구급차에 옮기자마자 환자의 심장이 정지합니다.

[저희 차지(전기충전) 할게요. (비키세요. 전기충격합니다.)]

2분간의 심폐소생술 후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응급실 병상이 확보되지 않았지만 구급대는 무작정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향합니다.

[당시 구급대 출동 상황 (119 제공) : 아직 병원 선정 안 됐죠? (그냥 '모든 환자 불가'라고 안 떠 있는 병원으로 가주세요.) ○○병원 갈게요. 가면서 딴 데 되면 딴 데 가요.]

그사이, 다행히 의식도 회복합니다.

[선생님 제 말 들려요? 들리면 '예' 해봐요. (예.)]

그런데 그때 환자의 심장이 다시 멈췄고 구급대는 또 심폐소생술을 진행합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구급대 1명은 전화기를 붙들고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당시 구급대 출동 상황 (119 제공) : 저희가 계속 알아보고 병원 앞에까지 갔는데 거절당해서 그래요. 한 번만 확인이라도 해주세요. (아니 왜 병원이 없어.)]

50대 남성은 구급차 안에서만 모두 4번 넘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10km 떨어진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김성현/강남소방서 역삼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지금 모두 불가 모두 불가, 이게 한 나라의 119를 모두 불가해버리면 어떻게 하는 건지는 저도,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

2021년 기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는 7천634건 발생했습니다.

더구나 이번처럼 병원에 접수조차 하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뺑뺑이만 돌다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는 아예 통계에 잡히지도 않습니다.

한해 119 구급대가 이송한 심정지 환자는 3만 3천235명, 이 중 7.3%가 생존했습니다.

과거보다 향상됐지만 여전히 국제 평균 10%를 못 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제일, 영상편집 : 이승진, CG : 강윤정·손승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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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그래도 다른 지역보다 병원이 많다는 서울에서도 환자들이 구급차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이 병원 응급 병상에 많기 때문입니다.

그 실태가 어떤지 계속해서 김민준 기자입니다.

<김민준 기자>

구급대원이 심정지 환자의 응급 병상을 찾는 병원들과의 통화 내용입니다.

[A 병원 : 선생님 저희 CPR(심폐소생술) 중이거든요. 저희는 안 됩니다.]

[B 병원 :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도 119에 상황실에 다 전파되었습니다.]

당시 서울 응급실 병상 현황판, 대부분 마이너스로 적혀 있는데 응급 병상이 가득 차 대기하는 환자 숫자를 의미합니다.

어떤 환자도 못 받는다는 병원이 많고 다른 날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 응급 병상은 모두 1천200여 개로, 인구 대비 응급 병상 수는 OECD 평균 3배나 됩니다.

그런데도 날마다 부족한 이유는 바로 경증 환자 때문입니다.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이 환자 집에 방문합니다.

40대 남성인데 배가 아파 대학병원을 가려 했지만 예약이 안 되자 응급실을 통해 진료를 받고 싶어 119를 부른 것입니다.

[구급대원 A : (병원에) 지금 환자가 많아서 누울 침대가 없어서 앉으셔서 진료를 해야 되거든요. 괜찮으시겠어요?]

[환자 : 네, 알겠습니다.]

한 해 119 출동 건수는 315만여 건, 10초마다 한 번 출동하고 17.8초마다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합니다.

이 가운데 심정지, 뇌졸중 등 4대 중증 질환은 31만여 건, 10%에 불과합니다.

이러다 보니 응급실 앞에 구급차가 길게 늘어선 모습,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구급차가 경증 환자와 함께 대기하는 것인데, 이러는 동안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응급 출동도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구급대원 B : 그 환자들이랑 옆에도 같이 같이 기다려야 되는 거예요. 1시간이든 2시간이든. 의료진의 사인을 무조건 받고 와야 되기 때문에….]

응급실을 되살리는 첫걸음은 응급실을 중증 응급환자의 자리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영상취재 : 제일,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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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와 더 짚어보겠습니다.

Q. 심정지 사망 환자, 회복 가능성은?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환자는 심근경색이었고 심폐소생술 후 의식이 회복했으니까 이때 바로 막힌 심장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를 받았다면 회복 가능성은 50%를 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심폐소생술을 4번이나 받은 후에는 어떤 병원에 가도 소생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환자는 야간 대리운전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Q. 심정지 환자의 응급실 뺑뺑이 얼마나 될까?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병원에 접수하지 못한 채 구급차 안에서의 응급실 뺑뺑이는 따로 통계가 없습니다만, 드물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급대원 : 한 분은 운전하고 두 명이 중증 환자, 심정지 환자 처치하고 이래야 되는 그 사이에 병원에 전화를 계속 해야 되는 상황이 손이 많이 모자라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필수 의료진이 부족한 것도 과제지만, 심정지 환자가 우선 응급 병상에 입원할 수 있도록 응급실은 응급실답게 실태와 문화를 바꿔야 하겠습니다.]

Q. 경증 환자 어디로 가야 하나?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우리나라는 휴일이나 야간에 응급실 말고 진료를 볼 곳이 없는데, 학계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사례를 참고해볼 만하다고 합니다. 화면에 보이시는 것이 일반 가정집처럼 보이는데, 긴급 진료소라고 쓰여 있습니다. 휴일이나 야간에 1차 진료를 여기서 보고 진짜 응급일 때만 큰 병원 응급실로 옮깁니다. 일본도 응급실을 1차, 2차, 3차로 나눠서 처음에는 1차로 갔다가 여기서 의료진이 보고 중증 질환만 2차, 3차로 갑니다. 우리는 이런 체계가 없다 보니 빅5 병원 응급실도 경증 환자가 많은 것입니다.]

Q. 당장 할 수 있는 대책은?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특히 뇌 수술받으러 병원 옮겼던 아산병원 간호사 사례처럼 뇌졸중 환자랑 중증 응급, 어린이 환자는 급합니다. 이 부분은 내일(16일)과 모레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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