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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엄군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앵커>

5·18민주화운동 당시에 계엄군이 저지른 성폭력 사건은 그동안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51건의 사건에 대해서 국가 차원의진상 규명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 피해자의 증언을 KBC 정의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그날의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또 노력했지만, 결국 소용이 없었다는 김수연 씨.

퇴근길 통근 버스를 덮친 수많은 계엄군과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던 상무대, 그리고 성폭행을 당한 그 장소까지.

지난 40년의 기억 대부분은 흩어졌지만, 계엄군의 만행만큼은 몸과 마음 곳곳에 짙은 흉터를 남겼습니다.

[김수연 (가명)/5·18 성폭력 피해자 : (계엄군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계급이 있고, 한 사람은 계급이 없었는데 그렇게 기억을 해요, 집을 그때 내가 걸어왔는가 택시를 타고 왔는가 기억이 전혀 안 나는 거예요.]

국가 폭력에 쓰러진 수많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성폭력 피해자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김수연 (가명)/5·18 성폭력 피해자 : 맞은 사람만 피해자고, 우리는 피해자가 아니었으니까요. 들어줄 사람 한 사람만 있었으면 안 아팠을 것 같아요.]

최근 5·18진상규명위원회가 밝힌 계엄군 성폭력 통계도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 정황이 드러난 51건 가운데 피해자의 거부 등으로 절반 이상은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인화/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 '내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설득시켜서 겨우겨우 이야기하면, 그다음 뭘 해야 하지, 그 후속 조치는 누가 해야 하지, 이제 (방법이 없으니까.)]

지난 2021년, 5·18 보상법 개정으로 성폭력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40여 년 만에 열렸습니다.

물질적 보상을 넘어 피해자로 인정받게 됐다는 의미가 큽니다.

그리고 오는 7월, 이들에 대한 피해 접수가 처음으로 시작됩니다.

[김수연 (가명)/5·18 성폭력 피해자 : 여럿이 이제 모인다면 목소리는 내고 싶어요. 혼자는 못 하니까….]

(영상취재 : 장창건 KBC·염필호 KBC)

KBC 정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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