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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또 아파트 '택배 대란'…예전엔 어떻게 끝났더라?

제 옆으로 보이는 이 사진, 경기도에 있는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 모습입니다.

택배 수백 개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데요.

이른바 '택배 대란'이 또 벌어진 겁니다.

경기 수원시에 있는 2천500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입니다.

정문 앞바닥에 택배 상자가 100개 넘게 쌓였습니다.

이 아파트 입주자들이 이번 달부터 단지 내 택배 차량 지상 운행을 금지하면서, 택배 기사들이 문 앞 배송을 거부하고 있는 겁니다.

[이범식/택배기사 (SBS '모닝와이드' 중) : 입주자 대표 회의에서 (택배) 차량을 5월 1일부터 전면통제 하겠다고 의결했어요. 지상으로 차가 다니지 말라, 이거죠.]

주민들은 단지 내 안전을 위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달라는 입장입니다.

[아파트 주민 (SBS '모닝와이드' 중) : 택배사 측에서는 애들 없을 때 차량이 올라와도 다칠 위험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우리 아이도 차 후진할 때 다칠 뻔했거든요.]

하지만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고 싶어도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게 택배 기사들의 주장입니다.

대부분 택배 차량 높이가 2.5에서 2.6m 정도인데,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 높이가 최대 2.5m라서 주차장 천장이나 차량 파손이 우려된다는 겁니다.

또 주차장 높이에 맞춰 높이가 낮은 저상차로 개조하려면 비용만 수백만 원이라 부담이라는 입장입니다.

관리사무소 측은 입주민들이 추가 비용을 내 택배 차량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지하주차장 일부 구간 높이를 높였고 이에 따라 지하주차장을 통해 배송하는 택배 기사들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택배 대란,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닙니다.

이 대란이 처음 시작된 곳은 남양주의 다산 신도시였습니다.

그 이후로 5년이 지났는데, 지금은 어떨까요.

직접 물어봤습니다.

지난 2018년 경기 남양주 다산 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택배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택배 대란의 시작이었습니다.

택배 기사들의 항의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대란 이후 여전히 기사들은 손수레로 한 동, 한 동 돌며 배달합니다.

[다산 신도시 지역 택배 기사 (오늘 'SBS 뉴스브리핑' 통화 중) : 똑같죠, 뭐. 더 좋아진 건 하나도 없어요, 안 좋아지면 안 좋아졌지. 아무리 뉴스에 나가고 저희가 지금 수원처럼 대란을 해도 저렇게 파업을 하루 이틀 한다 그래도 여기서 일을 하려면, 그렇게 해야 되는 거고…. 지금도 이직을 고민하시는 분도 있고, 똑같은 택배를 하는데 어디는 차가 들어가는 지역이고, 어디는 안 들어간다고 하면 여기 누가 하겠어요.]

지난 2021년 서울 강동구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택배기사 (지난 2021년 SBS 뉴스 중) :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진짜. 주차할 지역도 없고. 수레를 거기까지 끌고 가는 자체가 물건이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하고, 분실 우려도 있고….]

갈등의 원인은 '택배 차량의 지상 운행 금지', 매번 똑같았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지난 2019년부터 짓는 아파트의 경우, 주차장 높이를 2.7m 이상으로 높이도록 해서 택배차량이 들어갈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서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겁니다.

국토부는 법을 개정한 뒤 아파트와 택배업체 간 갈등에는 개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병훈/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식의 조건이든, 공간이든, 아니면 이동의 어떤 허용이든 당사자들끼리 협의해서 잘 이 문제를 풀 수 있으면 최선이겠죠. 그런데 안 될 경우엔 정부가 좀 나서서 할 역할이 바로 중재 역할이라고 생각되거든요.]

노인 인력을 활용하는 '실버 택배' 등도 대안으로 꼽히는데, 비용 일부에 대해 정부·지자체의 지원이 투입될 경우 국민 세금으로 택배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반발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결책 마련이 어려운 만큼 택배 차량 출입 갈등은 매년 반복될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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