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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영화가 위기일까, 영화관이 위기일까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영화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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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일주일은 어떻게 보냈나요? MCU의 찐팬인 저는 "이번 MCU 영화는 잘 되어야 할 텐데…"하는 마음으로 지난 주말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를 관람했습니다. 인피니티 사가가 종료된 이후에 나온 MCU 영화들이 영 별로여서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가오갤 3'는 다르더라고요. 오랜만에 예전 MCU 영화 느낌이 들어서 얼마나 신났는지 모릅니다!

재밌는 영화를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지라 꾸준히 영화관엘 가고 있는데, 이번 '가오갤 3'는 정말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상영관을 가득 채웠더라고요. 영화관 표 값이 많이 올라서 한동안 관람객들을 찾기 힘들었거든요. 굳이 영화관을 가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영화를 볼 수 있는 OTT도 있으니까 이리저리 영화 산업이 힘든 상황이잖아요. 특히 한국 영화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고 있죠.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이야기하려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요즘 영화 시장 상황은 어떤 것 같나요?

영화가 위기일까요? 아니면 영화관이 위기일까요?

변해버린 환경 1. 영화관 표 값이 확 올랐다


우선 우리나라 영화 시장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도 심심치 않게 이런 광고 문구 봤을 겁니다. "전 세계 최초 개봉". 예전처럼 북미 시장이 영화 시장을 꽉 잡고 있던 시대였다면 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죠. 더 이상 북미 시장이 1인자인 시대는 갔으니까요. 코로나19 상황이었던 2020년과 2021년엔 중국이 전 세계 영화 시장 1등을 하기도 했고요.

2022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추정치는 251억 6,900만 달러 정도입니다. 이 중 미국이 69억 달러로 1위인데 비율은 27.4% 정도입니다. 뒤이어 중국이 17.7%로 2위, 일본이 6.2%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대한민국의 2022년 박스오피스는 8억 9,800만 달러 규모로 전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입장에선 우리나라 시장이 영화 배급 시점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우리나라 시장을 주요 기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견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영화 시장이 코로나 판데믹 이후엔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판데믹 이전인 2019년 한 해에만 1,000만 관객 영화가 무려 5편이나 나오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영화관에 사람이 없다… 한국 영화가 위기다… 등등 앓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변화 지점은 바로 표 값일 겁니다. 당장 이번 주 토요일에 용산 CGV에서 '가오갤 3'를 본다고 생각해 볼게요. 일반관이라면 성인 한 명당 15,000원, IMAX에선 22,000원을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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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상황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비교 국가는 전 세계 영화 시장 TOP 3 국가인 미국, 중국, 일본입니다. 미국 타임스 스퀘어 바로 옆에 위치한 AMC Empire 25에서 '가오갤 3'를 보려면 일반관은 18.99달러, IMAX는 25.99달러를 내야 합니다. 5월 10일 자 환율로 계산해 보면 일반석 25,000원 정도에 특별관 34,000원 정도죠. 중국은 어떨까요? 베이징의 완다시네마 일반관은 79.9위안(15,000원), 특별관 109.9위안(21,000원)으로 '가오갤 3'를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선 우리나라 돈 18,600원을 내면 일반석에서, 27,400원을 내면 아이맥스 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죠.

미국, 중국, 일본과 우리나라 가격을 비교했을 때 숫자만 보면 우리나라 영화관 표 값이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이 안 들 겁니다. 실제 데이터로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2021년 전 세계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영화관 평균 관람 가격을 보면 우리나라는 중간 수준이거든요. GDP 상위 20개국의 관람 가격을 비교해 봤을 때 EAO의 Focus 보고서 기준으로는 10위, 미디어 리서치 회사인 Omdia 자료 기준으로는 9위니까요.

하지만 주목할 만한 건 표 값의 상승률입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코로나19 이후인 2021년을 비교했을 때 평균 관람 가격 상승률은 20개 국가들 중 2위를 차지했거든요. 최저시급 대비 평균 관람 가격 비율을 나타내는 영화 티켓 부담 지수는 10년 연속 감소하다가 2021년 처음으로 증가했죠. 즉 가격 수준은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높다고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가격 상승률이 판데믹 기간에 특히 가팔랐고, 그 영향으로 영화 관람객이 체감하는 가격 부담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변해버린 환경 2. 나는 OTT로 영화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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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변해버린 환경은 OTT의 성장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위의 그래프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자료인데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 극장 매출을 나타낸 거예요. 2023년은 현재 진행형이고요. 2004년부터 2019년까지의 흐름을 보면 우리나라 극장 수익은 꾸준한 성장이 이어졌어요. 거기에 국내 영화가 외화와 비교해 봤을 때 매출 규모가 꿀리지 않죠. 절반가량은 한국 영화 매출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영화관이 폐쇄하면서 극장 수익은 바닥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매출액을 보세요. 2020년 우리나라 극장 매출 규모는 5,104억 원으로 2019년과 비교했을 때 1조 원 넘게 감소했습니다. 국내 영화의 약세도 강해졌습니다. 다행히 2022년 4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매출액 1조 원을 다시 회복했습니다. '범죄도시 2', '탑건: 매버릭', '한산: 용의 출현', '아바타: 물의 길' 등의 영향으로 관객수도 다시 1억 명을 넘기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쪼그라든 영화, 영상 시장을 가만히 둘리 없죠. 여전히 사람들은 영화와 영상을 보고 싶어 했으니까요. 이렇게 줄어든 극장 시장을 채운 건 바로 OTT였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봐볼래요? 아래 그래프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영화, 영상산업 시장의 비중을 나타낸 자료입니다. 2019년까지 전체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던 극장 시장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반토막 날 때를 틈타 OTT 시장이 60%대로 급성장했습니다. 물론 2022년 극장가가 다시 활기를 찾긴 했지만 여전히 OTT 시장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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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닙니다.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죠. 전 세계 OTT 시장은 2018년 379억 9,2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매년 증가세입니다. 코로나19 판데믹이 오기 전 2019년에 이미 극장 매출을 뛰어넘었고, 2020년엔 전체 영화-영상산업 중 70.8%를 차지할 만큼 급속도로 성장했어요.

양적 성장을 하면서 OTT를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선도 바뀌고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영사기를 통해 보는 것이다"라고 엄격한 접근으로 OTT, 스트리밍 영화를 재단하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혹시 독자 여러분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2017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정되었는데 스트리밍 영화라는 이유로 야유를 받고 비판을 받았던 것 기억나나요? 여전히 칸은 '옥자'를 마지막으로 경쟁 부문에 스트리밍 영화를 초대하지 않고 있지만 베니스 영화제에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로마'에 황금사자상을 수여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고 온라인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하는 건 영화가 아니라고 인터뷰했지만, 본인이 이끄는 영화 제작사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넷플릭스 전용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죠.

현재 우리나라 영화 시장 상황은?


OTT가 성장하고, 영화관 표 값이 오르면서 영화 시장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격이 오른 만큼 그 가격만치의 값을 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신중하게 선택하는 관람객들이 늘고 있죠. OTT로 볼 수 있는데도 굳이 내가 영화관을 찾아 나설 만큼 재미있는 영화이거나, 혹은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보장될 때만 선택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런 흐름이 보이는지 한 번 2022년 주요 영화들을 대상으로 분석해 볼게요.

아래 그래프는 주요 영화의 좌석점유율을 나타낸 자료입니다. 좌석점유율은 특정 영화의 총 좌석 수 중에 관객에게 배정된 좌석 수의 비율을 나타낸 수치죠. 이 비율을 보면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해당 영화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영화 상영관을 주 단위로 조정하기 때문에 그래프 모양이 주 단위로 계단식으로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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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범죄도시 2'와 '아바타: 물의 길'의 사례를 볼까요? 오락성과 액션으로 중무장한 '범죄도시 2'와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으로 압도적인 영상미를 구현한 '아바타: 물의 길'은 모두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스펙터클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두 작품은 거리두기 해제 이후 2022년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어요.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개봉 3주 차, 4주 차까지 좌석점유율 40%대를 유지하면서 관객 동원을 꾸준하게 이어오면서 흥행 대박을 일궈냈습니다.

반면 '외계+인 1부'와 '비상선언'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두 작품 모두 개봉 전에는 모두가 기대하는 영화였죠. 최동훈 감독, 한재림 감독 모두 이른바 '이름값'이 있는 감독들인지라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개봉 1주 차 이후 영화평이 좋지 않자 2주 차부터 좌석점유율을 급속도로 떨어졌어요. 2주 차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좌석점유율이 10%에 불과합니다. 결국 '외계+인 1부'는 154만 명, '비상선언'은 20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라면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좌석점유율을 유지해 흥행에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바로 '올빼미'죠. '외계+인 1부'와 '비상선언' 모두 250억 이상 들었던 대작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올빼미'는 90억 정도의 제작비가 들었던 영화거든요.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3주 차까지 꾸준히 40%대의 좌석점유율을 유지했고,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 흥행에 성공했죠.

'재미가 보장된 영화만 본다'는 흐름은 2023년 영화 시장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드팬들에게 향수를 자극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역주행 신화를 이뤄냈고, 좋은 평가를 받은 '스즈메의 문단속'은 꾸준한 흥행을 이어 나가고 있어요. '극한직업'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병헌 감독의 기대작 '드림'은 개봉 2주 차부터 10%대의 좌석점유율을 보이며 흥행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환경이 변했다면 적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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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비롯해 영상, 미디어를 소비하는 환경은 이미 많이 바뀌었어요. 마부뉴스가 속해있는 SBS 방송국도 마찬가지고, 더 나아가 언론 미디어 환경도 엄청난 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바뀐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환경 탓만 하다간 적응할 시간을 놓쳐 도태될 수 있을 겁니다. 영화도 그렇고, 언론과 미디어도 마찬가지겠죠.

'영화는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해서 영사기로 영사막에 재현하는 예술이다'라는 명제에는 과연 유통기한이 있을까요? 만일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 유통기한을 천 년, 만 년으로 정하고 싶은 사람들의 입장이라면, 지금의 변화가 불쾌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집에서 보는 관객을 위해 만들어진 스트리밍 영화는 정말 영화가 아닌 걸까요? 일반 관람객 입장에서는 사실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냥 공간이 바뀌었을 뿐이니까요. 여러 사람이 함께 보는 공간에서 나만의 공간으로 말이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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