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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선거자금으로 '펑펑'…'거짓' 정치인의 말로

[월드리포트] 선거자금으로 '펑펑'…'거짓' 정치인의 말로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미국 하원에 입성한 34살 조지 산토스는 성소수자이자 브라질 이민자 2세입니다. 당시 현직 의원이 아닌 상태에서 공화당 소속 연방의원에 당선된 첫 성소수자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뉴욕타임스가 선거 과정에서 그가 경력 대부분을 날조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바루크칼리지를 졸업했다는 본인 주장과 달리 대학을 나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에서 일했다는 이력 역시 허위로 밝혀졌습니다. 또 월가에서 일했다는 그의 경력 또한 허위로 밝혀지면서 그가 선거자금 70만 달러를 어떻게 빌릴 수 있었는지 의문을 낳기도 했습니다.

민주당과 언론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조차 사퇴 압박이 이어졌지만, 산토스는 학력과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상당 부분 인정하면서도 "이력서를 단지 꾸몄을 뿐"이라며 의회 개회식 참석하는 등 의정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의 상하원 국정연설 때는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눈에 잘 띄는 앞자리에 앉는가 하면 대통령과 악수하기 위해 통로 쪽에 서 있다가 2012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에게 호되게 면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롬니 의원은 산토스 의원을 향해 "부끄럽지도 않으냐.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였습니다.
 

13개 혐의로 기소 직후 구금…50만 달러 보석금 내고 석방

조지 산토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각종 사기 의혹으로 그간 검찰 조사를 받아온 끝에 산토스 의원은 현지 시간 10일 13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기소 직후 구금됐지만 법원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고 50만 달러, 우리 돈 6억 6천만 원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습니다. 일단 풀려났다고는 해도 모든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게 미 법무부는 설명입니다.

공소장에는 산토스 의원이 선거자금을 유용해 명품 옷을 사고 자동차 할부금을 낸 혐의와 직장이 있으면서도 실업수당을 신청해 2만 4천 달러, 우리 돈 3천100만 원가량을 부정 수급한 혐의 등이 담겼습니다. 산토스 의원은 이 밖에 하원에 제출한 재산 공개 서류에 소득과 자산을 거짓으로 적어 낸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뉴욕동부연방지검장은 성명을 내고 "이번 기소는 산토스의 다양한 사기 음모와 뻔뻔한 사칭 행각에 대해 책임을 지우려는 것"이라며 "공소장에 포함된 혐의들은 그가 연방 의사당까지 올라가고 재산을 불리기 위해 반복적인 거짓말과 사기에 의존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가 정치헌금을 자기 배를 불리는 데 사용했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실업자가 된 뉴욕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실업수당을 불법 신청했으며, 하원에 거짓말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까도 까도 나오는 혐의…무죄 추정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조지 산토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력 위조 혐의 외에 선거자금 유용을 비롯한 각종 사기 의혹이 불거졌는데 그가 동물구호단체를 만들어 성금을 모은 뒤 가로챘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지난 2008년 모국인 브라질에서 훔친 수표를 사용한 혐의도 제기되면서 브라질 검찰의 사법 조치를 받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의원직 사퇴를 해도 몇 번은 해야 했을 것 같지만 그는 사퇴를 거부한 건 물론 재선 도전 의사까지 천명하고 있습니다.

무죄 추정 원칙상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그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어찌할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제기된 혐의가 많고 드러난 정황도 적지 않아서 그가 무사히 빠져나가긴 어려울 걸로 보이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산토스 의원이 더욱 무죄를 주장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정치생명이 끝나는 건 피할 수 없으니 그때까지라도 버텨 보자… 뭐 이런 걸 수 있다는 겁니다. 누릴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누리겠다는 의도라면, 자신의 이런 태도가 형량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사법당국이 처리할 일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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