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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떼먹고도 '단기 월세' 장사…"막을 방법 없다"

<앵커>

지난해 전세 사기로 인한 1조 원이 넘는 보증금을 정부 보증기관들이 대신 갚았습니다. 보증기관들은 피해 주택들을 경매에 넘겨 나중에 돈을 회수하는데,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시간이 걸리다 보니, 집이 비어 있는 그 틈을 이용해 임대인들이 월세로 돈을 벌고 있는 정황이 취재됐습니다.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수백 채의 주택을 매입한 뒤, 보증금을 떼먹은 악성 임대인 백 모 씨의 집 앞입니다.

각종 고지서와 연락 달라는 세입자들의 쪽지들이 쌓여 있습니다.

세입자들의 이런 호소에도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린 집주인 백 씨.

하지만, 저희는 백 씨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고 있단 제보를 받아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초 주택도시보증공사, HUG가 백 씨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 2억 8,500만 원을 내준 인천의 한 오피스텔.

경매로 넘어갈 집인데, 현재 새로운 세입자가 살고 있습니다.

[누구세요? (SBS의 안상우 기자라고 합니다.)]

지난달 말 입주한 이 세입자는 6개월 치 임대료 500만 원을 내고 들어왔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인 줄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A 씨/월세 세입자 : 돈이 회전이 안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잖아요. 그렇게 해서 나온 집인 줄 알았죠.]

전세 사기 일당, 이른바 2400 조직의 바지 사장 김 모 씨가 보유한 서울 화곡동 주택도 상황은 마찬가지.

HUG가 3억 원 넘는 보증금을 대신 내줘 전세 세입자가 나간 후, 보름 만에 단기 세입자가 들어왔습니다.

[B 씨/월세 세입자 : 괘씸하다면 그런 내용 자체가 언급이 없었으니까요. 설명해 줬으면 (계약을) 안 했겠죠.]

HUG 등 보증기관들은 악성 임대인 대신 보증금을 내준 뒤 피해 주택을 경매로 넘겨 원금을 회수합니다.

하지만, 잦은 유찰로 매각까지 통상 1년 반 정도 걸리는 점을 악용해 그사이에 세입자를 들이는 겁니다.

악성 임대인 대신 HUG가 나랏돈으로 대신 내준 보증금은 1조 2천억 원이 넘지만 회수율은 불과 20% 수준.

문제는 이런 식으로 악성 임대인들이 몰래 수익을 챙겨도 막을 방안이 없다는 점입니다.

[김대진 변호사/세입자114 사무처장 : (피해 주택이) 낙찰이 되기 전까지는 임대인한테 사용수익권이 그대로 남아 있거든요. (제도를) 보완해서 개선해야 할 사각지대라고 생각됩니다.]

임대인들은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빌린 세금을 내거나 주택 하자보수에 쓰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들은 분통이 터집니다.

[C 씨/'2400 조직' 전세 사기 피해자 : (피해) 임차인들한테 돌려주기라도 하면 이자라도 줄일 수 있는 면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변제도 조금도 안 되고…. 너무 화가 나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보증금을 대신 내주는 동시에, HUG 등 보증기관에 사용수익권이 넘어오도록 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합니다.

(영상취재 : 임동국, 영상편집 : 김준희, VJ :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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