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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금 쓸어 담는 '큰손들', 왜 그들은 금으로 달려가나

<앵커>

친절한 경제의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오늘(11일)은 금 이야기 준비했군요. 몇 돈이 아니라 수십 톤, 이렇게 단위가 큰데 이렇게 금 사들이는 큰 손 어디입니까?

<기자>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입니다. 싱가포르는 올해 1분기에만 69톤, 중국은 58톤을 더 사서 쟁였습니다.

지금 시세로 치면 싱가포르는 1분기에만 무려 5조 9천억 원어치, 중국은 5조 원어치의 금을 사들인 겁니다.

튀르키예와 인도, 체코도 1분기에 가장 금을 많이 산 나라들 중에 하나입니다.

원래 나라들이 좀 금도 사서 쟁여놓고 하는 거 아닌가 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건 맞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각국의 금 쟁이는 규모가 이전까지와 크게 차이가 나는, 현대 들어서 최고 수준입니다.

지금 이 표를 보시면 지난해 세계적으로 중앙은행들이 얼마나 경쟁적으로 금을 사들였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20년 동안은 대체로 나라들이 금을 내다 팔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금값이 코로나 유행 이전에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2011년 이후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은 파는 게 아니라 사는 거다로 돌아섭니다.

꾸준히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에 갑자기 각국의 금 구매량이 보시는 것처럼 껑충 치솟죠.

전체적으로 1,136톤 2021년보다 무려 152%나 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량이 순증합니다.

금값이 치솟았지만 그래도 계속 사들인 겁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도 이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 1분기에 각 나라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금은 지난해 1분기 수준을 뛰어넘었습니다.

<앵커>

어느 나라가 금 사는데 가장 열정적인지 좀 궁금합니다. 아까 권 기자 준비한 표를 보니까 중국도 있던데 중국이 금 이렇게 사들이는 게 좀 오랜만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다들 중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3년 만에 금 매입량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6개월째 매달 금을 빠르게 늘려 가고 있습니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보유하는 금의 양은 이제 지난 연말부터 2천 톤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래도 중국의 자산 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상당히 낮은 편이기는 합니다. 3.9%밖에 안 되거든요.

몇백 년 동안 금을 쟁였던 서구 국가들, 독일과 프랑스 같은 서유럽 나라들과 미국은 자산 보유고에 60~70% 가까이를 금으로 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사실 금이야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만큼 고려할 것도 많아집니다. 온 세상 금덩이를 다 들고 있어 봤자 이자 한 푼 더 생기지 않죠.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지금 다른 많은 나라들과 달리 지난 10년 동안 한국은행이 금을 전혀 사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104톤 어치의 금을 갖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전체, 한국은행의 자산 보유고에서 1.44%에 그치는 걸로 집계됩니다.

오늘 금 얘기를 수천 톤 단위로 척척 했기 때문에 104톤 적은 것 같지만 국제규격 금괴로 치면 1만 개가 넘는 수량입니다.

1만 개 넘는 이 금괴 다 어디에 있을까요? 모두 우리 국경 안이 아니라 영국은행에 가 있습니다.

금 거래가 활발한 영국 시장이 있는 곳 영국의 중앙은행에 보관료를 내면서 맡기고 있는 겁니다.

국가가 금을 단기간에 대량으로 사들인다, 이건 신경 쓸 일도 보통 많은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앵커>

금을 사고 싶어도 나라마다 사정이 다 다를 텐데, 금 이렇게 많이 사는 나라들은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세계금협회가 얘기하는 건 크게 2가지입니다. 지정학적 갈등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입니다.

이를테면 3년 만에 금 매입을 재개한 중국, 중국은 금은 사들이고 있지만 들고 있던 미국 정부가 발행한 달러 채권은 지금 빠르게 줄여 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중국은 미국이 발행한 채권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나라들 중에 하나이기는 하지만, 가장 많이 들고 있었던 때에 비하면 3분의 1 정도를 줄였죠.

보시는 것처럼 달러를 가장 많이 들고 있는 나라들 중에 하나이기는 하지만, 달러를 아주 벗어날 수는 없더라도 금이 이자 한 푼 붙지 않더라도 국가 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조금 더 늘려 놓자, 자산을 다변화하자는 생각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보유량은 1분기에 6톤이 줄었다고 세계금협회는 집계하고 있지만 동전을 주조하느라 그런 거고, 금 매입량은 지금도 어떻게든 늘려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한 미국 자산운용계의 거물은 금이 달러에 대한 반란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과 긴장을 빚는 나라가 아닌 경우에 물가 급등세가 이대로 진정된다면 상대적으로 금의 매력이 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로 아직 변동성이 큰 상황입니다.

당분간 여러 나라들의 금 사재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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