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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피하려 무리 전체가 죽은 척 연기하는 호주 가시개미

위험 피하려 무리 전체가 죽은 척 연기하는 호주 가시개미
동물 세계에는 잡아먹힐 위기에 처하면 죽은 척 연기를 해 포식자를 피하는 종이 꽤 있습니다.

개미처럼 작은 곤충부터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파충류,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이 이 연기를 터득해 길게는 한 시간 이상 꼼짝하지 않거나 썩은 냄새까지 풍기는 '생존 기술'로 생물학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번에는 개체의 개별 행동을 넘어 무리 전체가 죽은 척 연기를 하는 개미 종이 처음 발견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10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UniSA)에 따르면 이 대학 야생동물 생태학자 소피 쁘띠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캥거루섬에 서식하는 페모라타 가시개미(Polyrhachis femorata) 군체 내 모두가 죽은 척 연기하는 것을 발견한 결과를 '호주동물학저널'(Australian Journal of Zoology) 최근호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지난 2020년 캥거루섬의 절반을 태운 대규모 산불 뒤 야생 생태계 복원을 위해 설치한 쇠주머니쥐와 박쥐용 둥지 상자를 점검하다가 이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둥지 상자 안에서 페모라타 개미 무리를 발견했지만 모두 죽은 척 꼼짝하지 않는 완벽한 연기를 해 한 마리가 미세하게 움직이기 전까지는 집단 폐사한 줄로 알았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페모라타 개미 무리가 잠재적 위험을 피하기 위한 방어 전략으로 죽은 척 연기를 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쁘띠 부교수는 "이런 방어적 무운동 상태는 몇몇 개미 종이 개별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군체 전체에서 관찰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몇몇 둥지 상자에서는 같은 페모라타 가시개미 종이지만 일부만 죽은 척하고 나머지는 계속 움직이는 사례도 함께 확인돼 추가적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습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에서 페모라타 가시개미의 서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유칼리 속의 '좁은잎 말리나무' 주변에 설치된 인공 둥지에 주로 집을 지어 이 나무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쁘띠 부교수는 "페모라타 개미도 산불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나무 위에서 살고 겁이 많은 개미 종이라는 것 이외에는 생태나 행동에 관해 알려진 것이 없는 만큼 앞으로 발견할 것이 많다고 했습니다.

(사진=S. 'Topa' Petit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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