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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급' 본부장님의 수상한 인연…정부에선 몰랐다

<앵커>

1급 고위 공무원인 정부 산하 기관장이 교수로 일할 당시 논문 저자를 엉터리로 정해 대학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관계부처는 이런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김지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돼지 가검물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해 특성을 연구하는 논문.

연구원 이 모 씨와 정 모 씨가 공동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논문을 지도한 것은 당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였던 박봉균 현 농림축산검역본부장입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박 본부장이 부당하게 권력을 남용해 저자 순서를 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SBS가 입수한 2021년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결정문입니다.

논문 기획과 작성, 출간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것은 연구원 정 씨인데도 박 교수가 판단권을 남용해 이 씨를 공동 제1저자에, 그것도 선행 저자로 올리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 씨의 경우 가검물을 확보하는 역할을 했지만, 공동 제1저자에 상응하는 기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씨는 논문 저자 등재 전에는 박 교수에게 연구 용역을 맡기기도 했던 한 동물의약품 제조 기업의 2세입니다.

서울대는 연구윤리 위반 행위가 '비교적 중대'하다고 판단해 재작년 교수 신분을 유지하고 있던 박 본부장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고 논문 저자 순서도 바로잡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1급 고위 공무원에게 이런 처분이 내려졌는데도, 인사혁신처나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 어느 곳도 파악하지 못했고, 박 본부장은 이듬해 임기가 연장돼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련 사실을 서울대나 본인이 통보하지 않아 확인할 길이 없었고 임기 연장 과정에서 검증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박 본부장은 경고 처분 이후인 지난해 말에는 이 씨가 대표 자리에 오른 회사를 품질 관리 모범 업체로 선정해 검역본부장 명의로 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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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 취재한 김지욱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유착 의혹, 검역본부 해명은?

[김지욱 기자 : 저희 취재가 시작된 뒤 서울대학교와 농림축산부 모두 논문 저자 지적 문제가 본부장 업무 수행과는 관련이 없다는 의견을 전해왔습니다. 모범 업체 선정에 대해서도 검역본부는 외부 위원이 정량적으로 평가했을 뿐이라면서 유착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국내 축산물 수입과 또 동식물 관련 연구 사업 정책을 총괄하고 해당 기업들에 대한 영향력도 큰 자리인 만큼 보다 명쾌한 해명이 좀 필요해 보입니다. 또 당사자인 박 본부장은 저희의 여러 차례 취재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Q. 인사 검증 절차 구멍, 방안은?

[김지욱 기자 : 현행법상으로는 연구기관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 징계 등 처분 사실을 타 기관에 알릴 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통보하지 않으면 해당 부처가 알 수 없는 구조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정부 부처들이 외부 공모를 진행할 때 경고 조치 같은 인사 사항을 검토하도록 돼 있는데, 전과가 남는 형사 처벌 전력 등이 아니면 검증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개방직 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당사자나 전적 기관 등을 통한 보다 적극적인 검증, 또 상호 통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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