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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700억 안 내고 버티는 옥시, '1200억' 쌓아놨다

<앵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냈던 옥시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추가 분담금 700억 원을 내지 않고 있다고 얼마 전 전해드렸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옥시 영국 본사는 예비금 1천200억 원을 쌓아놓고도 버티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3월 말 발간된 영국 옥시 본사, 레킷의 연례 보고서입니다.

부채와 벌금 같은 충당금 항목을 보면, 각종 소송에 대비한 예비금으로 2억 2천만 파운드, 우리 돈 3천600억 원이 책정돼 있습니다.

이 중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관한 예비금이 7천700만 파운드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우리 돈 1천245억 원입니다.

지난 2월 환경부가 통보한 옥시의 2차 분담금 700억 원의 2배 가까운 규모입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영국 레킷은) 한국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고, 구제법에 의한 기금(2차 납부금)을 내야 할 것으로 이미 예상하고 비용을 확보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보고서에는 옥시 영국 본사가 한국 내 동향을 얼마나 밀착 관리해왔는지 드러납니다.

이 보고서가 나온 것이 지난 3월 말인데, 그 한 달 전에 환경부가 옥시 한국법인에 2차 분담금 고지서를 발송한 사실까지 명시해놨습니다.

또 지난 2020년 특별법이 개정돼 구제 계정이 고갈되면 1차 때와 같은 규모까지 2차 분담금을 거둘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분담금 추가 가능성까지 고려해 전체 예비금 규모를 짜놓은 것입니다.

[채경선/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옥시에서 2차 분담금을 거부하게 되면 (다른 업체들도) 우리도 거부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식으로 선동하게 되지 않습니까?]

현재 환경부는 옥시가 제기한 분담금 이의 신청을 불수용한 채 이달 15일을 기한으로 고지서를 재통보한 상태입니다.

돈을 쌓아놓고도 버티는 옥시에 대해 추가적인 법적 대응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옥시가 이번에도 버티면 환경부는 영국 본사를 상대로 분담금 납부를 요구하는 국제 소송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박지인,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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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옥시 '2차 분담금' 거부, 이유는?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 표면적으로는 이 분담금 납부 고지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정 절차상 분담금을 거두려면 사전 고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Q. '고지 절차' 말고 실제 납부 거부 이유는?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 옥시는 사실 그동안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더 큰 책임을 자기들이 져왔다 이런 주장을 펴왔습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90% 이상을 공급해온 것이 SK케미칼인데, 이 SK와 비교할 때 형평성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료 공급 말고 사용량 등 기준에 따르면 옥시의 책임 규모가 월등히 크고요, 또 SK는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재판에 따라서 배상 규모에 변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재판 결과가 나와서 SK 책임이 늘어나더라도 옥시 몫을 빼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 배상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 맞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입니다.]

Q. 분담금 최종 거부 시 환경부 소송?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 환경부가 재통보한 납부 기일이 5월 15일이니까, 앞으로 남은 10여 일간 옥시의 입장 변화가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이때도 끝내 옥시가 거부한다면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입니다. 돈을 내기로 한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 경우 피해자들을 모아서 영국 법원에 옥시를 상대로 채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기 위해서 현재 국제 소송 절차와 타당성을 따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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