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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포스터를 알면 영화가 보인다

이 배우, 누군지 맞혀보시죠.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범죄도시3'의 마동석 배우입니다.

포스터만 봐도 이 영화가 뭘 강조하고 싶은지 한눈에 알 수 있죠.

반면에 이 포스터는 명확함 대신에 호기심을 주고 싶어 합니다.

배우는 실루엣으로만 겨우 보이죠.

올여름 텐트폴 영화로는 처음으로 개봉일을 확정한 류승완 감독의 '밀수' 론칭 포스터입니다.

영화의 첫인상인 포스터, 알고 보면 더 재밌습니다.

'범죄도시'와 '밀수'의 포스터를 제작한 최지웅 디자이너는 잘 알려진 '신세계' 그리고 '부산행'의 포스터도 만들었습니다.

[최지웅/'프로파간다' 실장·디자이너 : 한국 버전 같은 경우는 배우들 얼굴도 잘 보여야 되고 좀비들에게 쫓기는 상황도 잘 보여줘야 하는 게 포스터 콘셉트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부산행' 외국용 포스터는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배우는 한 명도 안 나오고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상황만 드러납니다.

지난해 여름, 한국 영화 빅4 중 3편을 맡았던 안대호 디자이너는 한국과 외국 영화 포스터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안대호/'스테디' 실장·디자이너 : 쓸쓸한 모습에서 우는 모습까지 들어가는 게 한국 포스터라 치면 해외 영화 포스터는 그 쓸쓸한 뒷모습 정도에서 끝나는 게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외국 영화 포스터는 배우의 감정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배경이나 분위기를 강조하는 반면 한국 영화 포스터는 배우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냅니다.

외국 영화 포스터도 국내에서 개봉할 때는 한국 정서에 맞게 바꿉니다.

72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히트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같은 경우에는 프랑스 오리지널 포스터를 한국에서 이렇게 바꿨는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외국 영화 포스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음 주 개봉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경우에는 제목을 한글로 바꾸는 것 외에는 손을 대기가 어렵습니다.

한국 포스터가 높은 평가를 받아서 외국에서도 두루 쓰인 예도 있는데, 촬영한 사진에다 제목만 넣은 것 같은 포스터 한 장에도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숨어 있습니다.

안대호 디자이너가 만든 '헤어질 결심' 포스터 한 번 보시죠.

먼저, 배우들의 옷 색깔이 바뀌었죠?

그리고 실제 영화에서는 떨어져 있거나 포개져 있던 두 배우의 손이 가깝게 보이도록, 살짝 걸치도록 수정해서 두 사람 사이의 묘한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요즘엔 영화 포스터 개수가 점점 느는 추세인데요, 특히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당 20, 30개의 포스터를 만듭니다.

시청자 취향을 파악해서 시청 기기에 따라 맞춤형 포스터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림으로 그렸던 추억의 명화 포스터들입니다.

요즘 영화 포스터들은 기술적으로는 매끈하지만 직설적인 마케팅 수단으로만 여겨지는 것 같아 아쉬울 때도 있다고 디자이너들은 말합니다.

[최지웅/'프로파간다' 실장·디자이너 : 영화가 존재하는 한 이 영화의 얼굴로서 계속 남는 비주얼이기 때문에 한 장의 작품으로서의 기능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안대호/'스테디' 실장·디자이너 : 사람들한테 아이코닉(iconic)하게 기억될 수 있는 포스터를 만들고 싶고요. 타임리스(timeless) 포스터를 만들고 싶은 게 제 목표이긴 합니다.]

그럼, 이 두 디자이너의 인생 포스터는 뭘까요?

안대호 씨의 선택은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었고요, 최지웅 씨는 뤽 베송 감독의 '그랑 블루'를 꼽았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내 인생의 포스터'는 무엇인가요?

(기획 : 권영인, 구성 : 박정현, 영상취재 : 유동혁·최대웅, 영상편집 : 이승희·하성원, CG : 서승현·서동민·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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