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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급 수비로 과소비 차단…'절약방',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자신의 소비지출을 단체메시지 방에 공유하면서 절약을 유도하는 이른바 '절약방', '거지방'.

수천 명이 모인 이 메세지방에서는 소비에 대한 따끔한 충고와 절약 노하우가 쏟아지는데, 어쩌다 이런 공간이 만들어진 걸까요?

유자차 한잔의 여유도 쉽게 허락하지 않고, 버블티 먹고 싶을 때 꿀팁도 전수하며 최신 영화를 보겠다는 말에는 따끔한 일침까지.

여기 당신의 과소비를 차단하는 김민재급 수비수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모티콘도 이렇게 직접 그려서 쓰는데요.

자신의 소비지출을 이렇게 공유하고 절약을 유도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의 모습입니다.

참여자 수가 1천 명이 넘는 곳도 있는데 사람들은 왜 이곳에 모인 걸까요?

[강나경/취업준비생 : 회사를 그만두고 돈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 이런 것도 재밌게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해서.]

[초원(가명)/대학생 : 재밌는 농담을 들어보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약간 목표를 정해두고 본격적으로 하는 방에 들어가서 저도 절약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단순히 재미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절약 효과를 봤다고 합니다.

[강나경/취업준비생 : 밖에서 안 사 먹고 집밥을 먹는다거나 하면 '오늘 0원 소비했다'라고 올리거든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칭찬을 많이 해줘요. 그런 칭찬을 들으려고 괜히 집밥 한번 더 먹고 하는 식으로 절약이 되는 것 같아요.]

[홍차(가명)/취업준비생 : 저희 방 같은 경우는 하루에 쓴 금액을 다 합산을 하고 닉네임 뒤에 써놔요. 그러면 '내가 벌써 이만큼이나 썼구나'하면서 정말 소비해야 되는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후기를 듣고 나니 더 궁금하죠, 제작진도 직접 참가해 봤습니다.

[리키/스브스뉴스 PD : 제가 최근에 퇴근하고 마시려고 무알코올 맥주를 한 박스 샀거든요. 이분(채팅멤버)들에게 평가를 한번 받아볼게요.]

그러자 실시간으로 날카로운 조언들이 쏟아집니다.

바로 환불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요.

그런데 이 절약방, 도대체 누가 만든 걸까요?

규모가 큰 절약방 운영자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시작은 작은 호기심이었다고 합니다.

[김정현/절약방 운영자 : 사람들은 돈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온라인상에 친구들이랑 부끄러움 없이 지출을 공유하면서 같이 소비를 좀 줄여보자는 생각에 그냥 만들기는 했는데, 저희도 처음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너무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저도 놀랐어요. 이런 분들도 많으시구나.]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다혜/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 이제 500명, 1천 명이 넘는 그런 참가자들이 채팅방에서 자신의 소비를 올리면 늦어도 1~2분 안에 바로 피드백이 돌아오잖아요. 익명성에 기대서 실시간으로 소통 피드백을 휘발적인 콘텐츠로 소비하는 하나의 놀이 문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만큼 생각해 볼 부분도 생겼습니다.

[한다혜/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 거지방이라고 말하는 것에 굉장히 자조적인 성격이 많이 들어가 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누군가는 좀 불편할 수도 있고 과도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위화감을 줄 수도 있는 표현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동의하실 거예요.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절약방'이나 '무지출방' 이런 표현으로 예쁘게 쓰시면 어떨까 싶은데 아마 그러면 좀 재미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학적인 모습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절약방,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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