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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별똥별이 유독 남극에서 많이 발견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글: 이종익 극지연구소 지권연구본부 책임연구원)
 

2023년 3월 현재 국제운석학회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운석은 71,267개, 이 중에서 남극대륙에서 발견된 운석은 47,502개이다( Meteoritical Bulletin Database). 인류가 소유하고 있는 운석의 66.5%, 즉 세 개 중 두 개는 남극대륙에서 발견되었다. 남극대륙은 그래서 '운석저장소'라고 불릴만하다. 어떤 학자는 1년에 약 4만 톤의 외계물질이 지구로 유입된다고 계산했는데, 대부분은 유성체로 대기권에서 소실되고 일부 암석이 지표면에 떨어져서 사람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 운석이다.

운석은 발견형태에 따라서 낙하(fall) 운석과 발견(find) 운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낙하 운석은 지구로 유입되는 소행성체가 화구(fireball) 형태로 목격되고 난 후 떨어진 지점에서 바로 회수되는 운석인데,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운석과 2014년 우리나라에 떨어진 진주운석이 대표적인 낙하 운석이다. 낙하 운석은 보통 떨어진 지점의 도시 이름으로 명명되는데, 회수된 운석의 개수와 상관없이 하나의 운석으로 등록된다. 2014년 3월 4개(총 34kg, 현재는 5개)가 발견된 진주운석은 5월에 미분화운석 H5로 특성분류가 완료되어 운석명 'Jinju'로 국제운석학회에 등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해 법 개정을 통해 최초발견자의 소유권을 인정하기로 하였다.

발견 운석은 지구에 떨어진 후 우연히 또는 전문가들에 의해 회수된 운석이고, 남극대륙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회수된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사막 지역에서도 많이 회수되는데, 이 운석들은 국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남극대륙에서 회수된 운석은 발견한 국가의 과학기관(우리나라의 경우 극지연구소)에서 관리하고, 학술연구용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운석탐사대가 회수한 최초의 남극운석, TIL06001. 남극운석은 찾은 지명 영문 대문자 세 개, 탐사시즌 두 자리, 운석일련번호 세 자리 순으로 명명한다.
그럼 지구 표면의 3%를 차지하고 있는 남극대륙에서 많은 운석이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체 또는 그 파편이 지구로 떨어질 확률은 지구 어디에서나 같기 때문에 남극대륙에서 유독 운석이 많이 발견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학자들이 남극대륙의 특정한 장소에서 많은 운석이 모여 있는 이유를 이해한 것은 1970년대 초인데, 남극을 덮고 있는 두꺼운 얼음과 이 얼음의 흐름(빙하)이 얼음 속에 갇혀있는 운석들을 한 곳으로 모으기 때문이다.

최초의 남극운석은 1912년 호주의 모슨(Douglas Mawson) 탐사대에 의해 동남극 아델리 해안(Adelie Coast)에서 발견되었다. 이 탐사대의 지질학자인 F.L. Stillwell은 완벽한 용융각(fusion crust)을 갖는 직경 10cm의 이 돌이 운석임을 인식하고, 귀국한 후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1957년 국제지구물리의 해를 계기로 남극대륙에서 체계적인 과학탐사와 본격적인 상주기지 건설이 시작된 이후, 1960년대 초반까지 몇 개의 철질 운석과 석철질 운석이 발견되었다. 이 시기에 동남극에 쇼와(Syowa) 기지를 건설한 일본은 1969년 12월 제10차 남극연구단(JARE, Japanese Antarctic Research Expedition)의 빙하유동 연구그룹을 내륙에 파견하여 조사하던 중 동남극 야마또산맥(Yamato Mountains)의 청빙지대에서 종류가 다른 9개의 운석을 발견하였다.

이때부터 남극의 특정지역에 운석이 농집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일본은 같은 지역에서 1973년에 12개와 1974년에 663개의 운석을 회수하였다.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남극횡단산맥(Transantarctic Mountains)에서 운석을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양국이 보유한 운석 숫자도 급격하게 증가하였고, 운석 농집 과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2019년 K-루트탐사대 캐러반에서 윤태호 작가에게 남극대륙의 운석 농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필자
남극운석은 장기간에 걸쳐 현재의 발견 장소에 떨어진 것(direct infall)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농집 과정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견해는 장기간에 걸친 빙하의 유동에 의해 낙하한 운석이 이동해서 특정지역에 모이게 된다는 것이다(ice flow model). 그림 1과 2는 이 모델을 간단하게 모식화 한 것인데, 2019년 남극대륙 탐사과정을 홍보하기 위해 참여한 만화가 윤태호가 필자의 설명을 듣고 탐사노트에 직접 그린 것이다.

그림 1. 남극대륙 청빙지대에 운석들이 모이는 과정을 설명한 그림 (윤태호 작가) 그림 2. 빙하의 흐름을 막는 산맥 주변에 운석이 모이는 과정을 설명한 그림 (윤태호 작가)
현재 남극대륙은 평균두께 2,500m의 두꺼운 얼음이 덮고 있는데, 동남극 중앙부에는 얼음두께가 4,000m 이상이고, 가장 아래 부분의 얼음은 백만 년보다도 오래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고지대로부터 중력에 의해 빙하가 해안으로 서서히 흐르고 있다. 이런 흐름이 해안 지역의 산맥에 가로막히게 되면, 산맥에 접한 부분에 보통 많은 청빙지대(blue ice field)가 형성된다. 청빙지대는 표면의 눈이 깎여 나가서 얼음이 노출된 지역인데 태양빛에 산란되어 푸른빛을 띠게 된다. 청빙지대의 형성에는 대륙중앙부에서 불어오는 강한 활강풍(katabatic wind)과 남극의 건조한 기후가 큰 역할을 한다. 청빙지대에서는 빙하의 집적보다는 유실이 훨씬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오래된 얼음층이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결국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빙하의 흐름에 의해 대륙의 여러 장소에 낙하한 운석이 청빙지대에 모이게 된다. 청빙지대 중에서도 해발고도 2,000m가 넘는 고지대를 찾아야 하는데, 해가 지지 않는 남극 여름철 기온이 영하 20도보다 낮아야 하기 때문이다. 온도가 이보다 높은 저지대에서는 한번 노출된 운석이 태양열로 따뜻해져 다시 얼음 속으로 가라앉는다. 결국 운석을 찾기 위해서는 남극대륙 안쪽 고원지대의 바람이 강한 청빙지대를 찾아가야만 한다. 그래서 운석이 모여 있는 청빙지대를 지구에서 가장 추운 사막이라 부르기도 한다.

남극대륙과 우리나라의 주요 운석탐사 지역 (티엘산맥과 빅토리아랜드)
1970년대부터 남극의 특정 청빙지대에서 다량의 운석이 농집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일본과 미국은 이때부터 운석 회수를 목적으로 한 탐사대를 지속적으로 파견하고 있다. 현재 이 두 국가는 각각 2만 개가 넘는 남극운석을 보유하고 있다. 1990년대 이태리가 동남극 빅토리아랜드에서 운석탐사를 시작했고, 1990년대 말 중국이 자국의 동남극기지 주변의 그로브산맥(Grove Mountains)에서 운석탐사에 가세함으로써 4개국이 지속적인 남극운석탐사 체제를 구축하였다. 2010년대에는 벨기에가 운석탐사를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는 2006년 처음으로 티엘산맥에 운석탐사대를 파견하여 운석회수에 성공하였고, 현재까지 14차례 탐사를 실시하여 총 1,395개의 남극운석을 보유하고 있다. 개수를 기준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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