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웅부터 K팝 스타까지 등장 윤 대통령 연설…'노태우의 꿈'도 거론

"오늘 이 자리에 웨버 대령의 손녀 데인 웨버 씨를 모셨습니다. 어디 계신 지 일어나주시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영어로 이같이 말하자, 미국 의원들이 일어나 웨버 씨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냈습니다.

고 윌리엄 웨버 대령은 70주년을 맞이한 한미 동맹의 상징적 인물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작전 장교(대위)로 참전해 1951년 2월 원주 북쪽 324고지에서 오른팔과 오른 다리를 잃었습니다.

전역 후에도 한국전 참전비 건립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웨버 씨는 웃으며 화답했고,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건희 여사도 함께 박수를 보냈습니다.

43분간 영어로 진행된 의회 연설에서는 웨버 대령을 비롯해 한미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영웅들이 두루 등장했습니다.

'동맹의 과거'를 상징하는 인물들은 주로 한국전쟁 용사들에게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웨버 대령뿐만 아니라 참전용사 출신인 의원들의 이름을 한 명씩 소개했습니다.

맥아더 장군과 니미츠 제독도 거명했습니다.

호러스 언더우드, 헨리 아펜젤러, 메리 스크랜튼, 로제타 홀 등 구한말 미국 선교사들도 언급했습니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1960년대 초반 박정희 대통령은 현명하게도 케네디 행정부가 권고한 월트 로스토우 교수의 모델을 받아들여 신흥 산업 국가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동맹의 현재'에서는 굴지의 국내 기업들과 한류 스타들의 이름이 의사당에 울려 퍼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2020년 기준 약 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될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현대차 공장도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와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미시간주 베이시티 SK실트론 CSS는 한국 기업이 미국 회사를 인수해 성장시키는 또 다른 모범 협력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조지아주의 현대차 공장을 언급하는 대목에선, 웃으며 조지아 지역구 의원석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장내에는 웃음이 터졌고, 조지아 지역구 의원 2명이 기립해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앤디 김(민주·뉴저지), 영 김(한국명 김영옥·공화·캘리포니아), 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명 순자·민주·워싱턴),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공화·캘리포니아) 등 한국계 의원들도 거명하면서 "두 분씩 민주당·공화당 의원님"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아이돌그룹인 'BTS'와 '블랙핑크'도 거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이라며 "BTS가 저보다 백악관을 더 먼저 왔지만, 의회는 제가 먼저 왔다"고 농담을 던져 의원들의 웃음을 끌어냈습니다.

연설 말미에는 34년 전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미국에게 태평양은 더욱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더욱 기여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언젠가 한국의 대통령이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오늘 내가 한 이야기가 내일의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할 날이 올 것입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1989년 연설을 다시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노태우 대통령의 꿈은 이미 현실이 됐다"며 "우리는 지금 인도-태평양 시대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은 포용, 신뢰, 호혜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검사 시절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로버트 모겐소 검사도 언급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시 '미국의 영원한 검사 로버트 모겐소'라는 책을 출간해서 후배 검사들에게 나눠준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