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꼬꼬무' 16일 만에 살아 돌아온 남자…1976년 구봉 광산 매몰 사건

창선 씨를 16일 동안 버티게 한 것은?

27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나를 꺼내줘 - 생존 좌표, 지하 125m'라는 부제로 1967년 구봉 광산 매몰을 조명했다.

1967년 8월 22일, 초등학생 정옥이는 오후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마을 입구에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이는 바로 정옥이의 아버지가 일하시던 광산이 무너졌던 것. 그리고 그곳에 매몰된 단 한 사람은 바로 정옥이의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갱도에 갇혔음에도 광산 회사에서는 아버지를 구조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구조 작업을 할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것. 믿기 힘들지만 당시 광산 측에서는 구조를 하는데 비용을 지출하는 것보다 사망 보상금을 주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갖고 있어 구조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도 했다. 그렇기에 회사는 생사도 모르는 한 사람 때문에 구조 작업을 할 생각이 없던 것이다.

사고 3일째, 다시 시작된 채굴 작업. 광산 회사는 정옥이 가족들의 마음도 모른 채 사고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사고 4일째 광산 사무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걸어온 이는 바로 정옥이의 아버지 김창선 씨였다. 그는 직접 자신의 생존을 알리며 구조를 요청했던 것.

이에 광산으로 기자들이 몰리고 매일같이 뉴스가 보도됐다. 그리고 온 국민들은 창선 씨의 무사생환을 기도했다. 하지만 구조작업은 쉽지 않았고,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골든타임을 넘긴 시간까지 구조는 성공하지 못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창선 씨는 조금씩 포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전화가 걸려왔다. 창선 씨의 아내가 전화를 걸어온 것.

그리고 이날 방송에서는 극적으로 녹음된 창선 씨의 음성을 공개했다. 그는 본인보다는 온통 가족 걱정뿐이었다.

아내의 목소리로 힘을 얻은 창선 씨는 아내가 싸줬던 도시락의 젓갈을 조금씩 나눠먹고 지하수를 받아먹으며 겨우 겨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가족들에게 유언장을 남겼다. 또한 그는 조카에게 연락을 해서 자신의 사망 보험금과 호주머니에 있는 420원까지 잘 챙겨서 가족들에게 전해달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구조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의사들은 창선 씨와 전화 통화를 통해 사상 초유의 전화 검진을 했다.

그리고 가족을 생각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던 창선 씨의 상태는 하루하루 위태로워졌다.

매몰 13일째 최악의 상황이 될지도 모르던 그때 창선 씨와 같은 사택에 살고 있던 조철호, 최수봉 씨가 최후의 구조 작업을 위해 구조 작업을 자청했다. 이들은 자신도 언제 창선 씨와 같은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고 동료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겠다고 한 것.

그리고 매몰 16일 만에 모두의 염원이 하늘에 닿아 창선 씨의 구조에 성공했다. 이는 광산에서 창선 씨 홀로 368시간을 버텨낸 후였다.

그는 사고 전보다 19킬로그램이 감량됐지만 광산에서 긴 시간을 매몰되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철인, 불사조, 죽지 않은 사나이, 그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었던 것.

이후 창선 씨 가족은 전 국민들의 후원으로 이사도 가고 환경도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가족들은 그가 다시 돌아온 날을 제2의 생일로 정하고 매년 기념했다.

훗날 창선 씨는 태백 탄광 사고의 생존자들을 만났다. 사실 그들은 창선 씨의 일을 생각하며 긴 시간을 버텨냈다. 기적이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낸 것.

큰 사고를 겪은 창선 씨는 "죽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 하지만 내 목숨 하나가 그토록 소중한 거라고는 사고당하기 전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라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갔다.

삶을 살며 뜻하지 않은 위기에 처하는 어느 날, 창선 씨 의지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