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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당근에서 달러도 산다고?…왜 우리 돈 원화만 자꾸 싸지는 걸까

<앵커>

친절한 경제의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중고 거래 게시판 같은데 지금 사고파는 게 물건이 아니라 달러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많이 이용하시는 지역별 중고거래 앱인데요. '달러'로 검색하면 지금 보시는 것처럼 2주 동안에만 수십 개의 게시물이 뜹니다.

그런데 기념주화 같은 것들을 빼고 그냥 보통 미국 돈, 달러는 모두 거래 완료죠.

적게는 우리 돈으로 10만 원 안팎인 수십 달러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올라오면 순식간에 거래됩니다.

5천 달러 지금 환율로 670만 원 정도까지는 신고하지 않고도 이렇게 화폐 거래를 할 수 있는데요.

최근 환율이 치솟다 보니 달러가 필요한 사람들이 환전 수수료라도 아끼고자 중고거래 앱까지 뒤지고 당장 달러 쓸 일이 없는데 좀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마침 비싸졌으니까 내놔 보는 겁니다.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달 초순 이후로 원 달러 환율은 계속해서 1천300원 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 돈에 비해서 달러가 점점 더 비싸져서 이달 후반부 내내 1천300원 넘게 줘야 1달러를 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제(27일)는 장 중 한때 1천343원까지 치솟았다가 1천338원에 마감하면서 5개월 만에 달러가 가장 비싸졌습니다.

1년 반 전만 해도 1달러에 1천200원만 넘어도 "와 비싸다" 그러면서 유학비 보내는 부모님들, 또 원화로 월급 받으면서 나가 있는 주재원들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달러에 1천200원만 돼도 정말 좋겠다고 하는 분들 많습니다.

<앵커>

달러를 중고 거래로 사고판다니 좀 신기한 것 같습니다. 결국에는 환율 때문일 텐데, 그만큼 지금 달러가 비싸졌다는 거겠죠?

<기자>

그런데 그게 문제입니다. 지금 달러는 우리 돈 원화에 비해서는 보시는 것처럼 비싸지고 있는 게 맞는데요.

다른 돈들, 엔이라든가 유로화 같은 다른 주요국 통화들에 대비해서는 사실 최근에 같은 기간에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거든요.

그만큼 우리 돈 원화가 주요국 통화들 중에서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경제전문 미디어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지난 2월 이후에 주요 31개 통화 중에서 원화보다 더 빠르게 달러 대비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돈은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돈 정도입니다.

러시아는 바로 짐작하실 수 있죠. 지금 러-우 전쟁으로 경제봉쇄를 당하면서 통화가 약할 수밖에 없고요.

아르헨티나 경제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죠.

특히 지난해부터는 아르헨티나 돈 페소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1년 전보다 물가가 100% 이상 뛴 상태입니다. 정상적인 경제가 사실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들 다음으로는 지금 주요국들 중에서 원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가장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 달러에 대비해서 원화 가치가 왜 이렇게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건가요?

<기자>

사실 우리나라 경제가 러시아나 아르헨티나 경제처럼 불안정한 상태는 결코 아니고요.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탄탄한 경제죠.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도 신경 쓸 일이 많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결국은 수출입니다. 우리 경제는 수출에 기반해 있는데 최근에 그 수출이 너무 부진합니다.

올해 들어서 3월까지 1분기 우리 무역수지 누적 적자 224억 달러입니다. 지금 환율로는 30조 원에 달합니다.

그만큼 우리가 달러로 나라 바깥에 결제해 줘야 할 돈이 우리 수중에 들어오는 달러보다 훨씬 많았다는 얘기니까요.

달러가 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비싸질 수밖에 없는 거죠.

또 하나 우리나라는 일단 현재로서는 당분간 금리가 더 오를 것 같지 않죠. 하지만 미국은 또 금리를 올리려는 의향이 있어 보입니다.

일본은 정말 오랜 시간 눌러왔던 극단적인 저금리를 약간 올라가게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요. 유로화도 금리를 꽤 강경하게 올려왔습니다.

그런데 한국 돈은 엔이나 유로 같은 위상의 통화는 아닌데 생각보다 지금 원화를 가져봤자 돈값을, 이자를 많이 쳐주지 않는다고 시장이 느낄 만한 분위기입니다.

그만큼 지금 매력이 좀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경기침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 금리를 올리기 힘듭니다.

결국 수출이 좋아져야 완화될 문제입니다. 지금 대체적인 기대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출 흐름이 지금보다 좋아진다는 건데요.

그러면 원화가 지금보다 더 대접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지금 같은 약세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원화 약세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물가를 오르게 할 수 있어서 걱정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 계획 같은 것 혹시 세우고 있는 분은 환율 추이 계속 관심갖고 살펴보면서 계획을 세우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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