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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또 한 명의 아이돌을 떠나보내며

[주즐레]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말 "너라는 사람 자체가 행복해야 한다"

스프 주즐레 문빈
(SBS연예뉴스 강경윤 기자)

문빈을 떠나보내다

지난 19일 연예계는 또 한 번 큰 슬픔을 맞이했다. 가수 문빈이 스물여섯의 꽃다운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아역 모델로 데뷔한 문빈은 무려 7년이나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한 뒤 그룹 아스트로로 데뷔했다. 가수로는 8년 차를 맞이한 시점이었다. 지난해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보통 아이돌 그룹들이 '마의 7년'을 넘기지 못하고 활동에 위기가 찾아오는 걸 감안하면, 아스트로는 비교적 안정적인 활동이 보장된 셈이었다.

게다가 문빈은 가수뿐 아니라 연기자로도 활동했다. 2021년에는 'SNL코리아'에서 훌륭한 콩트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아스트로 멤버들 중 일부가 군입대를 해서 생긴 공백기에도 문빈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었다. 막내 멤버인 산하와 함께 문빈은 '문빈&산하'라는 유닛 듀오를 결성해 최근까지 해외 투어 중이었다. 늘 밝은 웃음을 보여왔던 가수였기에 많은 이들은 그가 가진 고민의 시간과 깊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예 아무런 징조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아스트로 멤버들을 비롯한 가요계 동료들은 문빈이 밝은 모습 뒤에 미래와 활동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특히 이달 초 문빈&산하의 태국 방콕 콘서트를 마친 뒤 라이브 방송에서 문빈은 매우 지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고백할 게 있는데 사실 많이 힘들었다. 무대에서도 티가 났던 것 같아서 팬들에게 미안했다. 이제는 운동도 하고, 다시 힘을 내려고 한다. 내가 선택한 직업이니 내가 행복해져서 팬들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며 어두운 모습을 내비쳤다.

그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걸까


문빈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두고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유족의 바람으로 사인이나 유서 등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유튜브에는 각종 가짜뉴스들이 범람했다. 영국 가디언, BBC 등 외신들은 문빈의 죽음을 과도한 경쟁으로 몰고 가는 K팝 산업의 단면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하기도 했다. 또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청소년 자살률이 높다며 문빈의 사망을 사회적인 분위기와 연결 지어 해석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는 또 젊은 가수 한 명을 떠나보냈다. 2017년 샤이니의 멤버 종현이 그랬고, 2019년 10월 설리가, 11월 카라의 구하라가 비슷한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심리적으로 힘든 모습이 보였지만 누구도 그들의 죽음을 막을 순 없었다.

우려가 되는 건 이들이 떠난 뒤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이다. 같은 꿈을 꾸고 고민을 공유하며 긴 트레이닝 시간을 함께하며 한 그룹으로 데뷔해 가족보다 더욱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이들의 상실감은 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사석에서 같은 그룹 멤버를 먼저 떠나보낸 경험을 가진 아이돌 가수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미 몇 년이 흐른 일이었음에도 그 가수는 여전히 동료의 죽음을 너무나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사망 후 얼마간 환영에 시달렸고 그로 인한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고민을 나눴던 멤버의 상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전, 카메라 앞이나 무대에서는 밝은 모습만 보여야 하는 직업 탓에 더욱 심리적 치유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아이돌 가수를 직업으로 하는 이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 보면 그들이 털어놓는 고민거리도 매우 다양하다. 외모, 금전, 이성관계, 진로, 회사 갈등, 군대 문제 등 또래들이 가진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고민을 외부로 드러내면 안 된다고 요구받는 분위기 때문에 아이돌 가수들은 자신의 어두운 면을 감추는 데 매우 익숙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적 영역에서도 엄격한 자기 관리를 하는 트레이닝을 수년에 걸쳐 받기 때문이다.

문빈이 세상을 떠난 뒤 다시 화제를 모은 영상이 있다. 디즈니플러스 예능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에서 문빈이 김종국과 만나 고민 상담을 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문빈은 김종국 씨에게 "이쪽 생활을 하다 보니 괴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활동할 때 모습과 쉴 때 내 모습이 다르다. 쉬면 뭘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대한 김종국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너의 개인적인 인생, 너라는 사람에 대한 삶 무조건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일과 너의 연예인과 가수로서의 삶이 죽을 때까지 너의 삶이 되긴 힘들다. 네 자체의 삶이 건강해야 그래야 나머지도 네가 할 수 있는 것이다. 너라는 사람 자체가 행복해야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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