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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시어머니도 못 찾아"…갈수록 길고 어려워진다

요새 아파트 이름 참 어렵죠.

너무 길어서 부르기도 어렵고 영어 단어도 꼭 두세 개씩 껴 있는데, 파크, 리버, 센트럴 이런 단어가 들어간 곳은 또 하도 많아서 기억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오죽했으면 서울시가 '아파트 이름 좀 줄여보자'는 취지로 공개 토론회까지 열었습니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이름의 평균 글자 수는 10자 정도입니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길어졌다고 합니다.

가장 긴 이름은 무려 25자나 되는데요.

전남 나주시에 있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 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아파트입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이죠

아파트 이름은 대개 이런 방식으로 짓는다고 합니다.

먼저 지역명에 아파트 시공사 브랜드에 애칭까지 붙입니다.

애칭이라고 하면 숲 근처면 포레스트, 학원이 많으면 에듀, 주변에 대로가 있으면 센트럴을 붙이는 식입니다.

여기에다 라틴어, 불어 등 외국어를 더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덕지 덕지 길어진 이름에 주민들 불편할 만도 합니다.

그럼 이름을 간결하게 지으면 되지 않냐는 생각이 들지만, 또 그렇게 간단치는 않습니다.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름을 갖다 붙여야 집값이 오를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름을 두고 갈등을 빚는 곳도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노량진 뉴타운4구역에서는 재개발조합이 건설사에 아파트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기존 브랜드인 힐스테이트 대신 디에이치 라는 최고급 브랜드를 붙여달라는 겁니다.

[오형진/서울 노량진 뉴타운4구역 재개발조합장 (지난해 SBS 뉴스 중) : (주민들은) 공사비 인상을 해도 하겠다. 인근 구역은 '아크로'로 이미 결정됐고, 대우를 결정한 데는 '써밋'을 결정했습니다. 우리 노량진4구역을 안 해주면 우리는 시공사 해지까지 검토하겠다.]

당시 현대건설은 디에이치는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에만 쓰기로 했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갈등이 지속되자 지난해 7월 조합에서 용적률을 상향하고 층고를 늘리기로 하면서 디에이치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비슷하게 서울 중구와 광주광역시 등에서도 최상위 브랜드 이름을 놓고 갈등이 터지면서 건설사와는 계약 해지에 소송, 조합 내에서는 조합장 해임 같은 일이 이어졌습니다.

[함영진/직방 빅데이터랩장 : 메이저 건설사의 경우에 시공 능력이나 또는 브랜드의 가치가 훨씬 높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들이 아파트 가격에 더 영향을 줄 것이라는 믿음들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제 아파트명이 더 길어질수록 건축물 대장의 관리라든지 내지는 매도 매각할 때 아파트명을 적는 부분이라든지 주소 체계 관리라든지, 이런 부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 이름 선호 현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질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래서 아파트 이름 짓는데 가이드 라인이 좀 필요하지 않냐는 토론회가 열린 건데, 참석자들은 지자체가 아파트 이름을 규제하는 건 반대했습니다.

현재는 보통 시공사에서 아파트 이름을 조합 측에 제안하면, 조합 총회에서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혹은 조합에서 자체 용역을 실시해 이름을 정하기도 합니다.

토론회에서는 지역명과 시공사의 브랜드 정도만 붙이면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유 재산인 아파트 이름에 제한을 두면 안 된다는 주장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과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죠.

아파트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이름에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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