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정상회담 전날…다른 나라 정상이었어도?
바이든 대통령이 25일을 낙점한 이유는 앞서 적은 것처럼 대선 출마 선언 4년째 되는 날과 맞춰 그 의미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얼핏 손님 불러놓고 (비록 영상 메시지라고는 하나) 대형 정치 이벤트를 여는 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각지를 다니며 자신의 치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강조해 온 터라 혹시나 사상 최대 규모라는 우리 경제 사절단을 후광으로 쓰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정계에서 활동했던 한 전문가는 미국 정치 문화를 감안할 때 그런 해석은 과도해 보인다며 출마 선언 시점을 부정적으로 확대해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국빈 대상이 우리가 아니라 더 강대국이었다면 달라졌을까요? 이 역시 다른 외교 소식통들에게 물어봤지만 설사 국빈 대상이 다른 나라 지도자였다 하더라도 대선을 앞둔 지금같은 상황에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설명해 줬습니다.
자국 이슈 최우선…결례인가 언론의 자유인가
![손 잡은 한미 정상 (문재인 대통령-트럼프) (사진=연합뉴스)](http://img.sbs.co.kr/newimg/news/20190924/201357530_1280.jpg)
지난 2018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단독 정상회담 때 오벌 오피스에서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 현지 기자들은 러시아 스파이 의혹과 중국 기업 제재 같은 미국 내 이슈를 집요하게 캐물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언론의 자유라고 표현하겠지만 타국 정상을 앞에 놓고 자국 이슈만 물어보는 건 외교적 결례로 비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기 한국 대통령이 계신다'며 자신에게, 미국 국내 이슈만 물어보는 미국 기자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에서도 관심이 큰 사항들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습니다. 방미 전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과 인터뷰한 내용을 놓고 러시아와 중국이 즉각 반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번 회담 테이블에 오를 상당수 의제는 미국에게도 중요한 내용들입니다. 우크라이나,. 타이완 문제 같은 외교 안보 사항은 물론 IRA와 반도체 과학법 등 경제 분야 이슈들도 많습니다. 출마 선언 시점이 방미 기간을 피했다면 미국 내 여론 주도층에 한국 문제를 보다 각인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겠지만 설사 집중도가 조금 떨어진다 해도 중요한 건 회담 결과입니다. 민감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