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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지뢰밭'이 된 나라…어디서 또 터질지 모른다

지금이 끝이 아닌 이유는

전세 사기 미추홀 피해만 2,479세대
4월 17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30대 여성 A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였던 A 씨는 집주인('건축왕' 남 모 씨)으로부터 보증금 9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앞서 14일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20대 B 씨가, 지난 2월에는 보증금 7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30대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습니다. 벌써 3번째 죽음입니다.

전세사기에 스러진 청춘들을 애도할 새도 없이 또 다른 전세사기가 터졌습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인천 미추홀구에 이어 경기 화성 동탄에서도 전세사기가 발생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화성 동탄신도시 일대에서 오피스텔 250여 채를 갖고 있던 집주인 부부가 최근 파산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세입자들에게 '세금 미납 문제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들은 주로 부동산을 통해서 전세계약을 진행했는데, 계약을 주도했던 부동산 역시 지난달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으니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해 주겠다'고 했지만, 세입자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해당 오피스텔은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은 역전세 매물이기 때문입니다. 세입자가 오피스텔 소유권을 떠안으면 2천만 원~5천만 원 손해는 물론, 집주인이 체납한 세금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경찰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60건 가까이 되는데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 인천, 경기 외에도 전세사기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대전에 다가구주택이 밀집돼 있는 도마동과 괴정동에서도 50억 원대 전세사기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앞서 부산에서도 80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3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전국이 전세사기 지뢰밭인 겁니다.
 

좀 더 설명하면 - '케바케' 전세 사기들

현관마다 경매 경고 문구 붙은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모든 전세사기 피해 사례와 유형이 같진 않습니다. 한마디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죠. 동탄 전세사기만 해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와 상당히 다릅니다.

우선,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를 벌인 '건축왕' 남 모 씨는 세입자가 입주하기 전에 은행 등으로부터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습니다. 이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1순위가 됩니다. 세입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보증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합니다. 만약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서 낙찰되면 세입자는 당장 집을 빼야 합니다.

반면, 동탄 오피스텔 집주인 부부는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없었습니다. 선순위 근저당이 없기 때문에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1순위입니다.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해가 예상되지만,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돌려받거나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는 겁니다.
 

한 걸음 더 - 세 번째 죽음 이후 나온 대책

정부는 전세사기가 올해 하반기쯤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년 전 집값 상승기에 전세 계약했던 매물들이 지금 쏟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쏟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2년 전으로 돌아가보면,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갭투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무자본 갭투자는 유행처럼 번졌죠. 한창 집값이 오르던 시기, 앞으로 더 오를 거란 기대감에 돌려 막기로 갭투자를 했던 겁니다.

2년 사이 부동산 경기는 주저앉았습니다.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하락했고, 부동산 시장은 '거래절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더 이상 집주인들이 돌려 막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부랴부랴 전세사기 관련 대책을 내놨습니다. 3번째 죽음을 마주하고서야 말이죠. 늦어도 한참 늦었습니다. 우선,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지 않도록 경매 유예를 추진하고, 이미 진행 중인 경매는 절차를 늦추기로 했습니다. 대출 이자를 줄여주는 등 금융대책은 추후에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전세사기가 집중된 인천시는 피해자들에게 월세와 이사비를 지원한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전세사기 전국대책위원회 시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피해자들은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후순위로 밀려 길거리에 나앉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법을 개정해야 해서 당장은 어렵단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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