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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초호화 요트 타는 억만장자가 이 시대의 도둑인 이유

By 조 파슬러 (뉴욕타임스 칼럼)

뉴욕타임스
*조 파슬러는 식량과 환경 문제에 관한 기사를 쓰는 언론인이다.


만약 당신이 대궐 같은 호화 요트를 가진 억만장자라면, 오는 5월 중순에 잊지 말고 참석하셔야 할 이벤트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진 선박을 가리는 행사가 이스탄불 앞바다에서 열린다. 마치 오스카 시상식처럼 배를 만든 사람, 설계한 사람을 뽑아 상을 주는 축제가 펼쳐진다. 참여하는 배들은 대부분 길이 60m를 거뜬히 넘는 초대형, 초호화 선박이다.

세계 슈퍼요트 시상식 후보들은 지난해 발표됐다. 선박의 길이에 따라 등급을 나눴는데, 무제한급 후보들을 보면 바다 위의 저택이나 다름없다. 배 안에 통유리 엘리베이터, 유리 벽을 두른 수영장, 터키식 목욕탕, 고급 티크 목재로 마감한 선창까지 없는 게 없다. 왓츠앱의 공동창업자 얀 쿰이 소유한 68m 길이의 네뷸라(Nebula, 성운)호에는 냉방 시설을 갖춘 헬리콥터 격납고도 있다.

한껏 고조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진 않지만, 사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한마디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 대회에 나오는 화려한 요트를 소유하거나 운항하는 건 아마 지금 이 순간 인간이 지구에 끼칠 수 있는 가장 큰 민폐 가운데 하나일 테니 말이다. 우리가 진심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하고자 한다면 호화 요트처럼 자원을 먹어 치우는 것들을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금도 매겨야 하겠지만, 그전에 최소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내 돈으로 내가 탄소 배출하겠다는데 왜 뭐라고 하느냐"는 탄소 귀족주의와 그런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흥청망청 탄소를 뿜으며 하는 갑부들의 여행, 레저에 맞서 싸우는 일은 지금 우리에게 꽤 중요하다. 사람들이 개인의 편리함을 희생하며 각자 맡은 바를 책임 있게 해내려면 개인이 습관을 바꾸는 일부터 규제나 정책을 입안, 집행하는 데까지 소위 기후변화에 맞서 행동에 나설 마음이 내켜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갑부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그중에도 탄소발자국이 가장 짙게 남는 건 여행이다. 예를 들어 드림워크스의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게펜이 소유한 라이징 선(Rising Sun)호를 보자. 라이징 선호는 길이 138m가 넘으며, 객실만 82실이 있는 거대한 배다. 2021년 환경 관련 학술지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라이징 선호를 게펜이 평소 하던 대로 운항하면, 디젤 연료를 때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연간 1만 6,320톤에 이른다. 평균적인 미국인 한 명이 1년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보다 800배 많은 양을 배 한 척이 내뿜는 것이다.

아무리 커다란 배라고 해도 배 한 척이 이 정도니, 전 세계에 있는 호화 요트들을 다 합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현재 세계적으로 길이 30m(100피트)가 넘는 개인 소유 선박은 5,500척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m는 요트와 슈퍼요트를 나누는 통상적인 기준이 된다. 슈퍼요트들은 웬만한 나라 못지않은 탄소를 내뿜는다. 통상적인 사용치를 가정해 계산하면, 가장 큰 슈퍼요트 300척이 매년 31만 5천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인구 1천만 명인 국가 부룬디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실제로 60m 슈퍼요트 한 척은 그냥 물 위에 정박해 있을 때도 가동하는 데 한 시간에 132갤런의 디젤유가 든다. 배가 움직일 땐 당연히 연료도 더 들고, 온실가스도 더 많이 토해내는데, 100해리(약 185km)를 이동하려면 2,200갤런의 디젤유를 때야 한다.

배가 다가 아니다.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요트보다도 전세기가 더 문제다. 2016년 한 해 동안 개인 전세기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3,700만 톤이었다. 홍콩이나 아일랜드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후 개인 전세기는 계속 더 늘어났으니,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더 늘었을 거다.

여기서 슈퍼요트나 전세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아무리 많아 봤자, 몸통이라기보다는 깃털에 가깝지 않나 생각하시는 분 계실 거다.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려면 지금 이 순간도 쉼 없이 가동되며 대기 중에 탄소를 뿜어내는 석탄 발전소부터 규제하는 게 맞지 않나? 대체로 많은 사람이 이 생각에 동의하는 것 같다. 지난해 프랑스 환경부 장관 크리스토프 베슈는 호화 요트나 전세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자, "그런 건 노이즈마케팅( le buzz)"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즉, 잠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포퓰리즘 해결책으로는 궁극적으로 기후변화를 막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거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경제학과 심리학 연구를 보면, 사람들에겐 이타적으로 행동하려는 성향이 있다. 단 여기엔 중요한 조건이 따르는데, 누구도 무임승차하지 않고 모두가 다 같이 서로를 도울 거라고 믿을 때만 그렇다. 인지과학자 니콜라 보마르와 코랄리 슈발리에는 지난해 르몽드에 쓴 칼럼에서 이 점을 명확히 짚었다.

"어떤 공통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협력할 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 몫의 일을 하지 않는 걸 발견하면, 그때부터는 협력에 동참하지 않는다."

이 점을 고려해 보면, 상당한 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를 내뿜는 호화 요트와 전세기는 그 자체로 기후변화를 부추겨서 문제이기도 하지만, 다 같이 힘을 모아 기후변화에 맞서야 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어버릴 수 있어서 더 문제다. 명품 브랜드 LVMH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재벌 베르나르 아르노가 2천억 원짜리 초호화 요트 심포니를 타고 전 세계를 유람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들에게 인지과학자 보마르와 슈발리에는 이렇게 말한다.

"나보다 10배 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람이 제재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더 편하고 호사롭게 잘만 사는 걸 보면, '쟤는 저렇게 사는데 내가 왜 굳이 육류 소비 줄이고, 실내 온도 적당히 유지하고, 신상품 덜 사서 지구를 위하는 데 동참해야 해?'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더 좋은 단열재를 써서 난방비를 줄이거나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는 개인 차원의 자발적인 변화든, 우리 마을에 풍력발전소를 짓는 걸 용인하는 것처럼 정부 정책을 따라야 하는 일이든 기후변화와의 싸움은 결국,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 모두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참여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싸움에서 유독 갑부들에게만 무임승차할 권리를 준다면, 우리는 이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더 큰 희생을 감내해야 할 이유에 공감하지 못하게 된다.

호화 요트나 전세기에 세금을 매기는 건 무임승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박탈감과 거부감이 없어야 기후변화를 위한 싸움에 동참할 마음이 내키기 마련이다. (조지타운대학교 법과대학의 브라이언 갈 교수는 이런 마음을 가리켜 기후 사기(climate morale)이란 표현을 썼다.) 그러나 세금을 아무리 올려도 부자들의 행동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이들에게 요트, 전세기 같은 사치품은 값비싼 장난감일 뿐이다. 그보다는 이들에게 오랜 옛날식 전략을 써보는 게 더 나을 거다. 바로 사회적인 압력을 가하고, 망신을 줘서 무책임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부담스럽게 하는 거다.

지난해 6월, 트위터 계정 @CelebJets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가 캘리포니아 안에서 멀지 않은 거리를 전세기로 다닌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비행시간은 고작 17분이었다. @CelebJets는 공개된 비행 데이터를 이용해 유명인들의 비행 기록을 추적하고, 비행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알리는 계정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이렇게 썼다.

"카일리 제너는 3분 거리 왔다 갔다 할 때도 비행기 타고 다니는데, 나는 지구가 아프니까 플라스틱 빨대도 못 쓰고 종이 빨대나 쓰라네."

유명인들의 전세기 사용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점점 늘어나자, 드레이크나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바쁜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세기를 타야 할 때가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트위터는 @CelebJets 계정을 차단해 버렸다. 전세기 항로를 추적하는 웹사이트들의 주요 타깃 중 하나였던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들인 뒤 얼마 안 돼 일어난 일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여러 사례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즉,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이 누구한테는 많이 주어지고, 누구한테는 그렇지 않을 때 사람들은 화를 낸다. 화가 날 만도 하다. 억만장자들이 우리 모두 같이 써야 할 소중한 자원을 쓸데없이 사치스러운 요트나 전세기를 타느라 흥청망청 써버린다면, 이는 가뜩이나 임박했다고 하는 기후 재앙을 앞당기는 일이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슈퍼요트나 전세기는 단지 부자들이 부를 자랑하는 사치품보다도 부자들이 온 인류를 상대로 벌이는 도둑질의 증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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