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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중국이 이슬람 탄압하는데 사우디와 이란은 왜 침묵할까?

[경제자유살롱] 시진핑의 중국, 오랜 앙숙 '사우디와 이란'을 화해시키다


사우디와 이란 외교장관 회담, 2023년 4월,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SBS 손승욱 기자입니다. 오늘은 이 사진에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오랜 앙숙 사우디와 이란이 마주 앉았습니다. 사진 왼쪽이 사우디 외교장관, 오른쪽이 이란 외교장관입니다.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언제까지나 으르렁거릴 것 같던 사우디와 이란이 마주 않아 평화를 이야기한 매우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지난 6일 사진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중동 국가들간의 평화 회담장에 엉뚱하게 동양화가 배경으로 걸려있습니다. 사우디와 이란의 이번 회담,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기 때문입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서는 중동 전문가인 박현도 서강대 교수를 모시고, 중동의 대표적인 앙숙인 두 나라가 왜 갑자기 마주 앉았으며, 왜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게 된 것인지 들어봤습니다.
 

1. 사우디와 이란, 앙숙이 마주 앉다.

사우디는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입니다. 수니파가 다수이기는 해도, 두 나라가 이슬람 양대 종파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면서 '라이벌'로 군림해 왔습니다. 중동 지도만 봐도, 두 나라의 크기가 주변국들에 비해 훨씬 큽니다.

스프 경제자유살롱 사우디
"종파가 다르다"는 건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사우디와 이란, 두 앙숙은 최근에는 직접 주먹질을 하기보다는 '반군 지원하기' 같은 돌려치기 방식으로 상대를 견제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2019년 9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당합니다. 공격 직후 예멘의 '후티 반군'이 "우리가 했다"라고 주장합니다.

2019년 드론 공격 당시 아람코 시설 피해 위성사진 / 연합뉴스
당시 세계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정규군으로 막기 힘든 '드론 공격'이라는 생소함과 함께 '앙숙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사우디 공격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어우러지면서 '중동 평화가 참 지난하겠구나'라는 걸 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우디가 바로 그 후티 반군을 만났습니다. 자신을 공격했던 반군과, 그것도 앙숙인 이란이 지원했던 반군과 마주 앉았습니다.

후티 대표단과 만난 사우디 대표단 / 연합뉴스
"중동 분위기가 갑자기 왜 이러지?"라는 궁금증이 들 무렵, 이번에는 이란 쪽인 시리아 외교 장관이 12년 만에 사우디를 찾았습니다. 이란 역시 사우디 쪽인 아랍에미리트와 외교관계를 격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4월 들어 중동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와 이란이 주도하는 중동의 해빙무드, 어떤 배경이 있는 걸까요?
 

2. 빈살만의 사우디, 왜 화해가 필요할까?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당장 돈이 필요합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박현도 교수는 "이란은 돈이 없어요. 말라 있는 상태인 데다가 사우디가 이란의 반대 세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경 쪽에 독립세력들이 있는데 역시 사우디가 지원을 하고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란으로서는 사우디와의 화해를 통해 1) 미국 경제 제재로 어려운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고, 2)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반(反)이란 세력들을 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란이 급한 건 이해가 되는데, 사우디의 빈살만은 어떤 필요가 있는 걸까요? ( ▶관련 영상) 서강대 박현도 교수는 그 필요성을 빈살만의 야심작 '네옴(Neom)'에서 찾았습니다.
저는 사우디가 더 급했다고 봅니다. 네옴 프로젝트(Neom Project) 하잖아요.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장 안보에 위협을 주는 게 예멘에 있는 후티 반군이거든요. 서방 언론이라든지 사우디아라비아가 해왔던 얘기를 보면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건 이란입니다.

이란과 사이가 안 좋은 상태에서 길이 170킬로미터, 높이 500미터의 라인을 건축한다고 했을 때 거기에 만약에 드론 한 방 미사일 한 방이면 어떻게 될 건데요. 사우디 급하죠. 말을 그렇게 안 하는 것뿐이고요 / 박현도 서강대 교수

네옴 프로젝트는 빈살만이 건설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로 움직이는 거대한 신도시'입니다. 그 가운데 라인은 아래 지도처럼 바닷가에서 내륙으로 170km 길이로 곧게 뻗은 성벽 같은 도시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양쪽에 거대한 유리 성벽이 있고, 그 사이에 도시를 집어넣는 방식입니다. 얼핏 봐도 미사일이나 드론에 취약해 보입니다.

스프 경제자유살롱 사우디
결국 두 나라가 서로 상대방의 반군을 밀어주면서 견제하는 행위를 조금 줄이고, 각자 중요한 일에 집중하자는데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겁니다. 박현도 교수는 이런 상황을 '차가운 평화'라고 규정했습니다.
 
싸우면 다 망한다. 지금 싸우면 다 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싸우지 말고 차갑게 유지하자. 지금 냉각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차가운 평화'란 말이 딱 좋을 것 같아요. / 박현도 서강대 교수
 

3. 중국에서 만난 까닭은?

사우디와 이란의 화해가 더 눈길을 끈 건, 중국 주선으로 베이징에서 회담이 열렸다는 겁니다. 중국은 물론 "양국 관계 개선을 환영하며 계속 중재자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생색을 냈습니다.

중국에서 만난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장관 / 연합뉴스
그런데 어떻게 중국이 저 자리에 서게 됐을까요?

박현도 서강대 교수는 "중동의 국가들이 받아들이는 중국의 이미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은 외교를 진행할 때 인권, 민주주의 등을 이유로 중동 국가를 압박해 왔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중국이 우리한테는 굉장히 고압적이잖아요. 근데 이들에게는 고압적이지 않거든요. 회의를 할 때 보면, 상대국이 불편할 수 있는 말들을 다 뺍니다. "이렇게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는 식이죠. 분명히 사우디도 걱정하는 게 있을 것이고 이란도 걱정하는 게 있을 거 아닙니까.

미국은 앞세우는 가치가 있고 이 가치를 충족해야 된다라는 그러한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잖아요. 근데 중국은 민주주의든 뭐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놀라울 정도로 중동에서 중국을 생각하는 건 달라요. 한국 사람들이 중국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과 오래 같이 살아온 나라,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미국 정도나 중국을 제대로 알고 있다. 심지어는 가장 친미 국가라는 이스라엘도 중국에 대해선 경각심이 없었다' 중동 지역에서는 중국과 갈등이 있는 나라들이 없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중국이 굉장히 괜찮은 나라로 보이는 겁니다. / 박현도 서강대 교수
 
그런데 더 큰 의문점은 중국이 바로 신장 위구르에서 이슬람 탄압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 나라라는 겁니다.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이 그렇게 했으면 전쟁이라도 불사했을 중동의 두 맹주 사우디와 이란이 어떻게 이런 사실에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요?
 
그게 이중 잣대죠. 중국에 대해서는 무슬림 국가들도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어요. 중국이 우리 내정을 안 건드리니까 우리도 안 건드리고 우리는 서로 좋은 것만 하자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신장 위구르 무슬림들에 대한 탄압은 아젠더가 되지 않는 겁니다. 만약에 똑같은 걸 미국이나 영국이나 했으면 난리가 나겠죠. / 박현도 서강대 교수
 

4. 2023년 4월 중동의 해빙무드

"사랑하는 연인이 다시 만난 게 아니라 지금 더 싸우면 서로가 피곤하니까 봉합을 하고 조금은 거리가 있더라도 정상적인 관계로 가보자라는 상태죠"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박현도 교수는 이번 사우디와 이란의 화해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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