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간 통신선을 또 차단했습니다. 지난 7일부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전화와 군 통신선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남북 간 통신선을 단절하겠다'고 사전예고라도 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아무런 말도 없이 연락망을 끊어버렸습니다.
발단은 대북통지문 발송 시도?
일단 통신선 차단 직전에 있었던 일을 살펴봐야겠습니다. 북한이 갑자기 변화된 행동을 보였다면 그 변화의 발단이 된 사건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통신선을 차단하기 하루 전인 지난 6일 통일부는 북한에 대북통지문 발송을 시도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공장 일부를 무단 가동한 데 이어 개성공단 버스까지 개성과 평양에서 무단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되자, 이에 항의하는 통지문을 전달하려 한 것입니다. 통일부는 당일 오전 9시와 10시 두 차례에 걸쳐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통지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북한은 통지문 수령을 거부했습니다.
통일부는 당일 오전 10시 반 기자들과의 백그라운드 브리핑(당국자 실명을 인용하지 않기로 하는 배경설명 형식의 브리핑) 자리에서 이러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기자들에게 대북통지문의 내용도 공개했는데, '북한의 개성공단 내 우리 공장 무단가동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로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과 '북한의 상응하는 답변이 없을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가겠다'는 내용 등이 통지문에 담겨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일이 있었던 다음날부터 북한은 남북 간 연락망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같은 대북통지문 발송 시도가 통신선 차단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연이은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북한인권보고서 공개 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대북강경 기조에 불만을 품고 있던 북한이 대북통지문 발송 시도를 하나의 계기로 삼아 남북 간 통신선을 차단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하루 두 번 전화가 고작이었던 남북 통신선
북한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우리 측 통지문조차 제대로 받지 않았습니다. 우리 측이 대북통지문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북측은 아예 아무 말을 않거나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식으로 대응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지문을 '받겠다' '안 받겠다'는 의사 표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하니, 남북 간 통신선은 그야말로 전화선이 연결돼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습니다.
통신선 차단과 복원을 반복해 온 북한
우리 정부가 통신선 차단이라는 카드를 쓴 적은 없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북한이 통신선을 열면 남북 간 통신을 재개하고 북한이 통신선을 닫으면 남북 간 통신망이 닫히는 '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대북성명을 통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통신선 재개의 키는 여전히 북한이 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