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후 학폭 터져야…" 보좌관의 은밀한 제안

<앵커>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이 경쟁 관계에 있는 정치인 아들의 학교 폭력 의혹을 이용하려고 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학교 폭력이 있었다면 피해자를 위해 신속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해야 할 텐데 이 보좌관은 의혹을 터트릴 시점을 내년 총선에 맞추려 한 걸로 취재됐습니다.

안희재 기자입니다.

<기자>

누군가의 학교 폭력 의혹을 은밀히 알아보는 이 통화 내용.

[민주당 의원실 A 보좌관 (지난 6일 통화) : (고등학생 때부터) 문신하고 이렇게 다니고 학폭 그런 게 의심된다는 제보들이 많더라고. 형도 조용히 알아보는 거야.]

목소리 주인공은 민주당 한 국회의원의 보좌관, 학폭 의혹 당사자는 같은 지역구 여당 정치인의 아들입니다.

통화 상대에게 관련 정보를 요청하던 이 보좌관은 돌연, 공론화 시점을 언급하더니 내년 총선 얘기를 합니다.

[민주당 의원실 A 보좌관 (지난 6일 통화) : 공천을 받고 그런 게 터지면, 후보도 못 바꾸고 애매한 상황이 되는 거지. 미리 해버리면 다른 후보들이 또 나설 거 아냐.]

경쟁 정치인 자녀의 학폭 의혹이 논란이 되더라도 시점은 내년, 총선 공천 이후여야 한다는 겁니다.

학폭 연루를 부인한 여당 정치인은 현역 의원 측의 공작 시도라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정치인 ('학폭 의혹' 당사자) : (매번) 문제가 터지면 '아니면 말고' 식이지 않습니까.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자기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공천 등 언급을 한 적 없다던 보좌관은 근거를 제시하자 말이 바뀌었습니다.

[A 보좌관/민주당 의원실 : 기억으론 제가 뭐 그렇게 남아 있지 않으니까.]

학교 폭력 실체를 따지고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선거를 앞두고 경쟁자를 흠집 낼 소재로 활용하려 한 정치권 행태가 드러났단 비판이 나옵니다.

민주당의 해당 의원은 보좌관 행태를 전혀 몰랐다며, "소문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해선 안 될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사과를 전하겠다"고 했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양두원, 영상편집 : 최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