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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법 테두리 밖…"마약처럼 낙태약 구한다"

<앵커>

우리 사회의 오랜 논란 가운데 하나인 낙태죄 조항에 대해서 4년 전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1년 안에 법을 고치라고 결정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법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낙태약을 마약처럼 몰래 구해야 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 실태와 대책, 강민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개정 시한은 1년 뒤로 못 박았는데, 국회가 법을 고치지 않으면서 낙태 즉 임신중지가 법 테두리 바깥에 방치된 상황이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임신중지 시술 경험자 : 불법도 합법도 아닌 애매한 경계 위에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울고 있습니다.]

산부인과마다 시술 기준과 가격이 제각각이고,

[최예훈/산부인과 전문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 14주만 합법이라는 곳부터, 약은 불법이고 시술만 된다는 병원, 남편이나 파트너 동의가 필요하다는 병원…의료 현장은 제각각 바쁩니다.]

국내에서는 금지된 유산 유도제를 SNS를 통해 마약 구하듯 구입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임신중지 약물 구매 경험자 : 내가 너무 절실해지니까 온갖 군데에 다…이게 무슨 마약도 아니고. 왜 이게 마약보다 더 힘들게 거래가 돼야 하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텔레그램으로 판매업자를 접촉해 봤습니다.

59만 원 계좌이체만 하면 네덜란드산 약을 사나흘 안에 배송해 준다, 약 복용 뒤 임신중지가 성공한 실제 사례까지 있다고 홍보합니다.

[이동근/약사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 어디서 생산됐고 어떻게 생산됐는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성분의 약물이 들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되게 어렵고요.]

이런 상황에서도 국회 입법 논의는 사실상 멈춰 있습니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대체 법안은 정부안을 포함해 19개, 하지만 종교계 반대 등을 의식한 정치적 셈법 속에 3년 전 공청회 한 번 열린 게 전부일뿐 첫 관문인 상임위에서 논의된 적조차 없습니다.

입법 이전에라도 건강보험 범위에 넣어 양성적으로 관리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정부는 법 개정 전에 자체적으로 건보 적용에 나서는 건 부담스럽다는 입장입니다.

국회와 정부 모두 손을 놓고 있는 셈인데, 당장 위험에 노출된 임신중지 여성 사례가 상당한 만큼 최소한의 의료 가이드라인이라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우리의 임신중지는 더 이상 불법도 비밀도 아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이용한, 영상편집 :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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