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회 연속 3.50% 동결…경기 · 금융 불안 고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오늘(11일) 연 3.50%인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했습니다.

한은의 제1 관리 대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가장 낮은 4%대 초반까지 떨어진 만큼, 무리하게 금리를 더 올려 가뜩이나 수출 부진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얼어붙은 경기와 금융에 부담을 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2월에 이은 2차례 연속 동결로 1월 13일 이후 3개월 가까이 3.50% 기준금리가 유지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기의 최종 금리를 3.50%로 보는 시각이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한은이 다시 동결을 결정한 데는 최근 다소 안정된 물가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습니다.

상승률이 2월(4.8%)보다 0.6%포인트 떨어졌고,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갈수록 나빠지는 경기 지표도 금통위 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에 힘을 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반등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 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 2천만 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으로 고조된 금융위기 가능성도 한은의 추가 인상을 억제한 요인으로 거론됩니다.

금통위가 오늘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1.50%포인트(한국 3.50%·미국 4.75∼5.00%)로 유지됐습니다.

1.50%포인트는 2000년 10월(1.50%p)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입니다.